
대한민국이 잊고 있던 시간 '관동대지진 사건' 을 재조명하는 연극이다.
1923년 9월1일 당도 9.7의 강진이 일본 관동일대를 엄습한다.
당시 일본의 집권층은 재난을 틈타 이득을 취하려는 무리들이 있다.
조선인들이 사회주의들과 결탁하여 방화와 폭탄에 의한 테러,강도 등을 획책하고 있으니 주의하라는 등의 유언비어를 유포한다. 천재지변으로 공포와 공황에 빠진 일본민중은 자경단을 조직해 불시검문을 하면서 조선인으로 확인되면 가차 없이 참혹하게 죽이게 되었다.

집안대대로 우동 집을 운영하는 와타나베 가게에 조선인 가족이 숨어든다. 무차별 학살을 자행하는 자경단으로부터 더 이상 피해 다닐 수 없었던 조선인 가족은 최후의 보루로 단골집이었던 와타나베 가게를 찾아온다.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몸까지 다쳐 멀리 달아날 처지가 못 되는 이들 조선인 가족은 죽기 전에 우동이나 먹고 죽으면 여한이 없을까 하는 심정으로 밤중에 찾아왔고, 와타나베는 이들을 기꺼이 손님으로서 맞이한다. 그리고 이들을 창고에 숨겨주지만, 위기가 찾아온다. 집집마다 의무적으로 자경단에 참여하라는 방침에 따라 자경단 활동을 하는 아들 히데오에게 발각돼 갈등을 겪게 된다. 조선인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일본인을 죽일 거라는 소문을 듣고 이를 굳게 믿는 히데오와 직접 본 것이 아니면 보기 전까진 절대 믿지 말라며 아들을 설득하는 와타나베. 여기에 경찰로 근무 중인 친구 이와사키까지 와타나베가 조선인을 숨겨줬다는 사실을 알고 친구를 설득하러 나타난다. 이와사키 역시 조선인에 대한 소문이 잘못된 유언비어라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친구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어 와타나베를 끈질기게 설득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와타나베는 가족을 지키느냐와 무고한 조선인을 지키느냐 와의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결국 점점 좁혀 들어오는 자경단의 수사망 속에서 와타나베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생명의 상징인 우물에 조선인 식구를 숨겨주는 고귀한 선택을 하게 된다. 티클 조차 들어가는 것을 용납지 않을 정도로 가장 아끼던 우물에 조선인 식구를 숨겨주는 그의 선택. 그의 이러한 선택은 일본인과 조선인의 경계를 넘어 평화와 인류애를 말하기 위함이다.


작가의 글
이 희곡은 1923년 발생한 도쿄 대진재의 역사를 그 소재로 하고 있다.
당시 일본 집권층은 천재지변으로 공포와 공황에 빠져 흉흉해진 민심의 출구를 조선인에게로 돌렸고, 부화뇌동한 일본 민중은 자경단을 조직하여 참혹한 학살극을 벌였다. 이 희곡은 그 학살의 역사를 일본인 내부의 시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내부의 시각이란, 일본인들을 무대의 중심에 세워서 그들 집권층이 어떻게 조선인을 민심 안정의 도구로 삼았는가, 그들 일본인들이 어떻게 무고한 조선인을 학살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규명하는 것이 이 작품의 의도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그와 같은 인간성 말살의 역사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는지, 인간적인 진실은 무엇인지를 모색한 것이다. 조선인이나 일본인이라는 이데올로기적인 국민 이전에 한 생명과 존재로서의 인간이 우선할 때, 앞으로도 인간들이 국가주의자들의 야욕 충족을 위한 도구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 간 경쟁, 세계사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한 · 일 사이의 긴장과 불안이 한층 증폭되는 이 불안한 시대야말로, 국가주의를 넘어서는, 인간 그 자체의 생명과 존재의 존귀함에 대한 모색과 탐구는 더욱 필요하디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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