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존감 도둑」은 친구 아닌 친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유리와 옥 사이에, 독단적인 아버지에 반항하여 동생을 때리고 홧김에 가출한 지원이 끼어들면서 벌어지게 된 하룻밤의 조우를 그린다. 겉모습도, 성격도 다른 유리와 옥은 붙어 다니기는 하지만 유리가 옥을 ‘오크’라고 부르면서 평소에 무시하기 때문에 보이지 않은 균열을 내재하고 있다. 오히려 같은 학원에 다녔지만 옥과 친하지 않았던 지원이 옥에 대해 더 잘 알고, 옥을 이해하는 말을 한다. 셋은 함께 맥도날드, 분수대, 노래방, 오락실에 들르고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아지트에서 술을 마신다. 그러면서 결국 본심을 드러낸다.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아버지가 억지로 규정한 남자다움에 반발한 지원은 옥과 유리의 가장(假裝)된 관계도 수면에 드러나게 한다. 옥 역시 이에 동조하면서 친구인 척을 그만하자고 이야기하고 유리가 울음을 터뜨리면서 그들의 모임은 그대로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뚝방 정자에서 해가 뜨는 것을 함께 보게 된다. 그러면서 자존감을 도둑맞은 것처럼 살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지원은 한 번 사는 것이니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유리 역시 지원의 생각을 인정하면서 세 사람의 사이는 해 뜨기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누그러진다. 해가 뜨면 지원은 집으로 돌아가고 유리와 옥의 관계도 완벽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절실한 대사들을 보면서 그들이 모두 자존감의 주인이 되기를 저절로 바라게 되었다.

작가의 글
청소년 극을 쓰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내가 청소년을 타자 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내면의 물음과 싸우는 일이다. 사실 청소년 극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그것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사는 동안 청소년과 청소년극에 대한 고민을 집요하게 붙들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이러한 고민과 다짐으로 「자존감 도둑」을 썼다.
나답게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친구에게 핀잔을 듣더라도, 텔레비전 속 연예인만큼 멋지거나 날씬하지 않더라도, 지정된 성별과 내가 느끼는 성별이 다르더라도 ‘내’가 ‘나’로 당당히 설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단단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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