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인도>는 진짜가 되었지만 그들의 삶은 가짜가 되었다.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 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선량한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사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작가가 위작이라 단정한 ‘미인도‘를 진작으로 만들어 가는지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를 통해 486세대가 기성세대에 포섭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관료제의 일그러진 모습이 여과 없이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극을 통해 집중적으로 탐구하고자 하는 것은 지루한 <미인도>의 진위논쟁을 거치며 그들이 ‘잃어버린 것’의 정체다.

줄거리
1991년,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 제2학예실. 국현의 새로운 사업인 <움직이는 미술관>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제2학예실의 학예사들은 다음 전시를 준비하는 중이다. 여유가 넘치는 다른 학예사들과 달리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학예사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예나. 예나는 유일한 비서울대 출신이자 국현에서 최초로 공개 채용 과정을 통해 선발 학예사다. 예나는 <움직이는 미술관> 사업을 통해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제2학예실 식구들이 <움직이는 미술관>의 성공을 자축하는 와중 천경자 화백이 ‘미인도’가 자신의 작품이 아닌 위작이라고 주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국현에서는 즉시, 긴급대책위원회가 소집된다. 긴급대책회의를 마치고 나온 학예실장은 퇴근하지 못하고 있는 예나에게 다가와 천경자 화백의 주장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준다. 이윽고 예나는 ‘미녀도’가 진품이라는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감정위원회는 이 작품을 진품이라고 감정한다. 이 와중에 예나의 애인 창기는, 예나에게 그들의 학교 후배가 분신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어찌된 일인지 예나는 아끼던 후배의 죽음에도 그들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다. 창기는 실망하여 그녀를 떠나고, 천경자자의 딸 희정은 국현을 방문하여 격렬하게 항의하여 보지만 예나의 냉정한 대처에 무력하게 돌아설 수밖에 없다. 천경자 화백은 절필을 선언하고 한국을 떠나지만 예나의 활약으로 ‘미인도’는 완벽하게 진품 판정을 받았다. 혼란스럽던 제2학예실도 안정을 되찾고, 새로운 사업 준비에 한창 골몰하고 있다. 간만의 회식이 잡힌 날, 예나는 삐삐를 통해 창기가 자살을 암시하는 음성메시지를 듣지만 그녀를 붙잡는 동료들 때문에 회식자리를 떠날 수 없다.

‘미인도’를 둘러싸고 국립현대미술관과 천경자(1924~2015) 화백 사이에 벌어진 위작 논란을 다룬다. 작가가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은 진작으로 판정한 한국 미술계 최대 스캔들을 이야기한다. 연극은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전제 아래 사실과 픽션을 섞었다. 1991년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 제2학예실을 배경으로 미인도를 위작이라 가정하고, 위작을 진작으로 만들어가면서 진짜였던 사람들이 가짜가 돼가는 과정을 그린다. 여기에 같은 해 발생한 강기훈의 유서 대필 사건도 등장한다. ‘진짜’와 ‘가짜’의 문제,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에 포섭돼 가는 과정, 관료제의 일그러진 모습 등을 포착한다.

극단 위대한 모험은 “‘미인도’ 위작 논란이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현재형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해, 91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물 설정은 픽션이며 그 밖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작가가 천 화백의 유족· 변호사와 논의를 거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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