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오진 '남자 사람 친구'

clint 2018. 6. 15. 08:04

 

 

 

영래랑 지아는 친구 사이다. 마음의 크기도 모양도 다르지만, 둘은 서로를 좋아한다. 여름 방학. 집에 혼자 있는 지아와 가족들과 가평 펜션으로 여행을 간 영래는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다. 영래의 마음, 지아의 마음이 채팅창 너머로 들쑥날쑥, 겉으로만 뱅뱅 맴돌다가 어느 순간 툭, 하고 터진다. 둘의 마음이 닿는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당연한 일들이 나에게 찾아올 때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그 순간을 만난다.

지아와 영래의 감정에 집중하여, 실질적으로 거리를 좁히면서 사랑을 시작하는 이들의 떨리는 순간들을 담아낸다. 메시지의 내용과 전송해야 할 시간 간격까지 생각해서 메시지를 썼다가 지우며, 상대방에게 보낼 메시지 하나에도 온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이 마음을 간질이는 듯하다. 지아는 자신과 영래의 사이에 있는 나애를 견제하면서 설렘과 질투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 두 사람은 각각 집과 여행지에 있어 물리적인 거리가 있지만 서로에게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둘만 보는 약속을 잡는 데 성공한다. 친구 이상의 사이로 나아가는 것이 어색할 수는 있지만 서로를 계속 생각하면서 마음 가는 대로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두 사람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의 마음도 깜박깜박하는 순간두 사람을 무조건 응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른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이 작품에서도 영래의 누나, 영래의 부모님, 영래의 사랑은 동일 선상에서 다채롭게 다가왔다.

 

 

 

 

작가의 글

누군가를 좋아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세계가 그 애 중심으로 돌았다. 그 애를 생각하느라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어른이 되면 이렇게 심장이 터질 거 같은 게 조금 나아지나 싶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를 좋아할 때마다 세계가 뒤흔들린다. 십대의 나도 삼십대의 나도 별수가 없다남자 사람 친구속 인물들은 어쩌면 사랑에 빠진 우리 모두를 닮았다. 말해주고 싶다. 너뿐 아니라 모두가 미숙하다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은 실은 여러모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이오진은 1986년 가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한민국 공교육 시스템을 비꼬는 희곡 바람직한 청소년과 세월호에 탔던 아이들의 세계를 그린 희곡 오십팔키로에서 청소년을 담았다. 2016년에 대산창작기금을 받았으며, 희곡집 연애사B성년(공저)을 펴냈다. 현재 페미니스트 극작가 모임 호랑이기운에서 활동하고 있다. 누구나 볼 수 있고 어디서나 올릴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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