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극작가협회 당선작

무대는 한 회사의 사무실이다. 정면에 육중해 뵈는 커다란 철문이 꽉 닫혀있고, 회의실로 통한다는 설정이다. 상수 쪽에 책상과 의자가 있고 중앙에도 책상과 의자 그리고 컴퓨터 노트북이 놓이고, 전화기도 보인다. 캐비넷 같은 조형물 안에는 수건과 걸레가 잔뜩 쌓여 있다. 하수 쪽은 화장실과 기계실로 연결된다. 연극은 도입에 신입 여사원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곧이어 건물관리자 겸 기술직 소장이 등장을 해 낡고 육중한 철문의 낡은 손잡이를 수선하기 시작한다. 여직원과 나이든 소장의 첫 대면과 같은 소속사의 직원간의 친분관계가 차츰 펼쳐지고, 회사 관련 내력이 소개가 된다. 현재 기술직 소장이 수선하는 철문은 회사의 중역들만 출입하는 비밀 회의실로 소개가 되고, 다른 비밀통로로는 출입이 가능하고 문을 여닫을 수가 있지만 사무실에서는 좀처럼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설정이고, 기술자 소장이 고치려 해도 마땅한 장비가 부족해 제대로 수선할 수 없다는 것이 알려진다. 사무실과 화장실 겸 기계실까지의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화장실의 악취가 풍겨온다는 것에서 낡은 건물이라는 것이 객석에 감지된다. 회사의 젊은 차장이 등장을 하고, 국 공영 기업을 막론하고 개인회사에 이르기까지 신입여사원을 대하는 태도는 한결 같기에 말투에서부터 여직원의 몸에 서슴없이 여기저기 손을 가져다 대며 말을 하는 모습에서 우리사회의 고질적 악습을 감지하게 된다. 기술자인 소장의 집과의 통화를 회사전화로 하는 장면이라든가, 신입사원을 대하는 차장의 태도가 중역과의 통화에서는 180도로 돌변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관객의 몰입과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차장이 중역의 부름을 받고 사무실을 나간 후, 냄새로 인해 화장실 쪽으로 간 소장이 돌연 매연과 불길 속에 사무실로 뛰어 들어오고 신입여사원과 소장이 불길과 매연 속에서 유일한 통로인 육중한 철문을 열고 밖으로 피하려 하지만 철문은 열리지 않고 비명소리만 커지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 작품은 단 3명의 배우만 무대에 등장하는 3인극이다. 연극은 일반 사무실을 배경으로 계약직과 정규직 사이의 계급갈등, 소장과 계약직 신입사원 간 세대갈등, 여성 사원과 남성 차장의 남녀 갈등 등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등을 들춰낸다.

심사평 [심사위원 : 김수미(극작가), 홍원기(극작가]
예심, 본심을 거친 ‘냄새가 나’, ‘나 여기 있어’, ‘메이드 인 코리아 1부’, ‘통조림’을 읽었다. 작품마다 작가의 개성이 발휘되어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극작술과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통조림’은 통조림이 아이러니와 상정으로 작용하며 유쾌하고 질박한 소극(笑劇 Farce)일 수 있었으나 두 인물이 맞닥뜨린 절망적 상황이 증발된 채 단지 세상에 대한 ‘푸념’으로 시작해서 (공포 속의) 권태와 배고픔을 견디기 위한 행위가 공포라는 조건을 희석시킨 채 우연한 극적 장치에 기대어 따듯한 결말을 맞이하는 점이 아쉽다. 작가가 일방통행의 서사를 의심하며 좀 더 날카롭게 뻗어나가는 결말을 궁리한다면 빼어난 희극이 될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1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각적, 다매체적 형식미로 속도감 있는 서시를 일궈내지만, 작가만의 궁극의 욕망이 잘 보이지 않고 그 이야기를 하고픈 욕구에만 머물러 있음이 아쉽다. ‘나 여기 있어’는 사뭇 시적이며 능숙한 극작술을 과시하지만 팩트 (특정사건)가 선명치 않은 모호함 속에서 부닥치는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은 그것 너머의 극적 메시지, 주제의식도 모호하게 한다. ‘냄새가 나’는 계층 간의 간극을 통해 비정규직 사회, 불통의 시스템을 풍자하고 고발하면서, 행동 공간인 사무실과 보이지 않는 공간인 회의실을 대비시키며 지하 정화조의 냄새와 화재가 복선과 반전이 되어 은유와 상징이 가리키는 주제를 드러내게 한다. 단막극은 하나의 행위(주제를 향한)가 정해진 공간 안에서 인물들의 대사(행동)와 사건이 시적 은유와 상징까지도 담보하며 한편의 서사를 완결하는 것이다. 희곡은 공연되어지는 ‘연극성’과 인간과 사회를 담아내야 히는 ‘문학성’의 경계에 있다. 경계에 선 극작가는 양쪽을 넘나들 수 있지만 어느 한쪽을 잊어버려도 안 된다. 자기가 발 디딘 당대의 문제의식을 신선한 발상과 능숙한 기법으로 완전체 단막극을 제시한 〈냄새가 나〉를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이민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출신이다. 이민구의 한국극작가협회 신춘문예 희곡당선소감을 소개한다. “20살에 처음 연극을 봤습니다. 20살에 처음 연극 무대에 섰습니다. 24살에 처음 희곡을 써봤습니다. 25살에 처음 연극 스텝으로 일했습니다. 모든 처음은 우연하게,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선의와 권유로 만들어졌습니다. 28살에 처음 상을 받았습니다. 이 또한 오롯이 저의 힘으로 이룬 결과는 아닐 테지요. 앞으로도 수 없이 넘어지고 뒷걸음질 치겠지요. 그럴 때마다 혼자만의 힘으로 헤쳐나아가긴 어렵겠지요. 이 자리를 빌어 항상 겸손하고 노력할 테니 지금처럼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과 더불어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물심양면 응원해주신 저의 영원한 롤 모델 아버지, 저의 영원한 멘토 어머니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사랑합니다. 연극으로의 문을 열어주시고 따뜻한 불빛으로 제가 딛고 있는 곳이 어딘지, 어떤 길을 어떻게 걸어야하는지 알려주신 김미도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희곡을 마주보는 진지한 자세를 알려주신 고연옥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인생의 길을 알려주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게 인생을 즐겁게 만들어준 친구들아 고맙다. 마지막으로 가장 가까이서 응원해주고 날카로운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항상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보듬어준 나만의 비평가 윤민영에게 많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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