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슬기 '후배 위하는 선배'

clint 2018. 6. 15. 08:01

 

 

 

 

명문대에 덜컥합격한 안우연은 선배와의 대화를 위해 위풍당당하게 모교를 방문한다. 하지만 마음처럼 굴러가지 않는 분위기에 안우연은 진땀을 빼고, 후배들은 점점 통제가 불가능해지는데.

후배 위하는 선배는 통상 대학에 가면다 해결될 거라고 말하는 어른들의 주문이 무기력한 속임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대학에 가면 나를 둘러싼 세계가 변혁적으로 바뀔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른 질감과 색깔을 지닌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모교에서 유일하게 상위권 대학에 간 우연이 선배와의 대화시간을 위해 모교를 방문하는데, 사실 우연도 학과가 통폐합 위기에 처해 불안한 상황에 있다. 학생들도 강제적으로 참여한 데다 가정형편 때문에 자퇴를 생각하는 신기한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신기루, 만화를 좋아해서 일본 유학을 생각하는 계구봉, 자해를 일삼는 이지은, 뷰티 블로거나 유튜버를 꿈꾸는 김신혜 등 대학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렇게 선배와의 대화 시간 자체가 무시를 당하자 좋은 대학에 갔다는 성공을 과시하고 싶었던 우연은 결국 폭언을 하고, 학생들 역시 대학의 신성성을 깨는 질문들을 우연에게 던진 뒤 교실을 나간다. 마지막에 기한이 우연의 알 없는 안경에 손가락을 넣는 것 역시 학생들을 꼴통이라고 욕하면서도 후배 위하는 선배역할을 연기하려고 했던 우연의 허위를 폭로하려는 시도로 보였다.

 

주입식교육,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우리가 진짜 선택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를 생각하게한다.

 

 

 

 

 

작가의 글

어디로든 향해야 하는 청소년기. 그러나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자기 결정권이란 전혀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보장. 어렵사리 내린 결정도 시질은 내 선택 아닌 내 선택이기 일쑤. 저마다 개성을 가진 청소년들의 다양한 꿈과 욕망은 기성세대에 의해 거세되거나 깎여 다듬어지길 강요당한다. 이런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 자기 인생을 붙잡아주는 중심 추가 없기 때문이다. 안우연에겐 어쩌다 우연치 않게 얻은 학벌’, 신기한에겐 무작정 돈벌기’, 신기루에겐 공무원으로 대변되는 명예’, 김신혜에겐 불특정 다수로부터 얻는 관심’, 계구봉에겐 피규어’, 이지은에겐 자해가 그것인데, 이들은 그마저도 놓치면 안 될 것 같기에 각자의 그것에 집중한다. 그렇다고 그것이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지도, 궁극적으로 삶의 중심 추 노릇을 해주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청소년극을 쓰는 작가로서, 이미 그 시기를 지나온 성인으로서 고민이 깊다.

 

 

 

김슬기는 1986년 봄 서울에서 태어났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으로 등단했다. 지금까지 미성년으로 간다」 「크레센도 궁전」 「김치녀 레볼루션」 「페미 리볼버등의 희곡을 무대에 올렸다. 페미니즘 연극과 청소년극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으며, 페미니스트 극작가 모임 호랑이기운의 멤버이자 페미니스트 공연팀 젠더리볼버대표로도 활동 중이다. 청소년희곡집 B성년(공저)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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