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민미정 ‘당신에게서 사라진 것‘

clint 2018. 6. 25. 19:55

 

 

 

민미정 작 당신에게서 사라진 것‘(한국희곡작가협회)은 개인의 꿈까지도 효율적으로 경영 개조하려 드는 드림 컨설턴트회사의 시술실을 극중 공간으로 삼는다. 기술력의 발전에 힘입어 인간의 뇌구조와 꿈의 구성까지 간섭하려드는 미래 사회의 도래를 통해 현실에 대항할 수 없이 좌절한 오늘날 청춘의 초상을 그린다. SF적 상상력이 굳이 왜 필요한가 묻는다면 풍자하고자 하는 대상, 우리가 몸담은 현실을 낯설게 보아주기를 원하는 권유에서 일 것이다. 극은 풍자적 코미디와 사실주의 스타일 사이에서 모호한 절충안을 선택한다. 무대는 대형 캔버스와도 같은 배경 막을 만들어 이곳을 꿈 주입 컨설턴트회사의 실무작업을 시연하는 컴퓨터 모니터 대형 화면으로 삼는다. 그리고 캡슐 같은 상자를 한 쪽에 두고, 인체를 스캔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적은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시각적 질에 최선을 다한, 만든 이들의 성의가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 이러한 꼼꼼한 공간 설계와 무대 사실주의적 접근방식으로 일찌감치 극이 코미디로 달려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았는가 싶기도 하다. 주인공 은수, 실장, 오퍼 3인이 주로 극을 끌고 가는 이 연극은 온전히 코미디 문법으로 풀어도 무방하다. 하나의 가치에 강박된 사회, 꿈의 개조라는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온갖 주장을 설하고 궤변이 힘을 얻는 상황, 오늘날 풍속과 세태를 엿볼 수 있는 여지까지 충분히 희극적이기 때문이다. 영혼을 팔라고 주인공의 귀에 속삭이는 현대판 메피스토의 개조 담론은 지젝이 말한 바처럼 과잉 동일시함으로써 대상의 효력을 중단시키는, 시스템의 저변에 있는 외설적인 초자아를 백일하에 드러내는역설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 곧 이 연극은 지금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는 세속적 욕망의 풍자이자 좌절 감각을 패러디한 작품이라 하겠다. 부조리한 현상들을 마땅히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수긍하게 만드는 사회를 살아가는, 그로 인해 꿈 꿀 권리마저 박탈당한 이 시대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당선소감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잔뜩 움츠러들 무렵, 생각지 못한 당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기쁨보다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던 건 너무 간절했던 바람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더는 엄살 부리지 않고 내가 선택한,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꾸준히 걸어 나가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 새로운 출발점에 섰습니다. 그 모든 분들께 보답할 수 있는 길 역시 한가지뿐이라는 것을 더욱 또렷이 실감하는 시간입니다묵묵히 지켜봐 주신 부모님과 가족들 감사합니다. 연극과 만나게 해주신 서울예대 극작과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비로소 나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너무도 큰 가르침 주신 희곡작가 교육원 김태수 선생님 감사합니다. 든든한 지원군이자 자극제 발상 스터디. 아낌없이 조언해 주신 드라마 작가 준호 오빠. 언제나 응원해준 친구들. 서툰 걸음으로 내딛은 길목마다 따뜻하게 맞아주신,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모든 인연들 정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함 많은 작품 선택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더 좋은 작품으로 다시 인사드릴 수 있도록 더욱더 열심히 희곡쓰기에 정진하겠습니다.

 

 

 

 

심사평

2013년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에 많은 수의 희곡이 접수되었다. 하지만 단막극을 공모하였음에도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장막희곡을 접수한 사람의 수가 수십 편에 이르러 안타까웠다. 일단 8편을 우진 선정하였는데 제목은 아래와 같다.

1 달팽이 (권지애)

2 영웅이 산다(강정화)

3 카운트다운 (전호성)

4. 외판원이 가지고 간 것은 조그만 이야기였다 (김세한)

5. 붕괴된 집 (최준호)

6. 논리적인 이중씨 (권현진)

7. 내 마음 속엔 로댕이 살고 있다 (황석연)

8. 당신에게서 사라진 것 (민미정)

8편 중 토론을 거쳐 세 편을 골랐는데 내 마음 속엔 로댕이 살고 있다>, <논리적인 이중씨>, <당신에게서 사라진 것등이 그것이다.

내 마음 속엔 로탱이 살고 있다와 또 다른 지아인 를 등장시켜 존재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꾀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어려운 소재임에도 참자아를 찾아가는 탐색이 돋보였으며 진행방식도 매우 낯설어 오히려 관심이 갔다. 남자에서 여자로 변화되는 과정도 그러하고 고통스런 사념의 덫으로 고민하는 모습도 신선했으나 모든 게 두 사람의 대사로만 구성되어 있어 자칫 지루하기 쉽고 연극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이었다. 그리고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띄어쓰기, 맞춤법, 부호사용 등의 오류가 너무 많이 눈에 띄어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점이 결점으로 지적되었다.

논리적인 이중씨는 논술강사를 동장시켜 비논리적으로 움직이는 부조리한 현대사회에 침몰되어 가는 과정을 매우 독특한 관점으로 그려나갔는데 그 발상이 돋보였다. 글쓰기도 안정돼있어 훈련이 잘 되어있는 작가 지망생이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당선작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작품이긴 하였지만 제목이 그러하듯 사변적이고 장황해 연극의 메시지가 대사로 표현되고 있는 점과 그러한 것으로 인해 연극성에 다소 문제가 있는 점이 지적되었다.

당신에게서 사라진 것은 여주인공을 등장시켜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으로 변모해가는 사회적 세태를 시니컬하게 그려나갔는데 기존의 꿈을 지우고 새 꿈을 이식한다는 소재가 참신하였다. 그리고 단문체의 깔끔한 문장과 매우 연극적으로 흐르는 유연한 구성방식이 큰 장점이었다. 사회적 인간형으로 변해가는 계기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연극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공상과학 적 진행방식으로 새로움을 꾀한 것이 장점으로 부각되었으며 글쓰기도 훈련이 잘 되어 있어 미래 가능성을 보고 이번 신춘문예의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유진월(한서대 문장과 교수, 문학박사), 김태수(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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