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조해일 '갈 수 없는 나라'

clint 2018. 4. 11. 08:35

 

 


5인방은 재벌 2세들이 모여서 함께 다니는 모임이다. 마기자와 한동희는 우연히 나이트클럽에서 이들 5인방이 가수 배수빈, 채나영을 비롯해 각각의 여자 파트너들과 함께 있는 것을 지켜보다가, 조명이 꺼지면서 5인방 중 한 명인 상철이 죽는 것을 목격한다. 시경 강력계 형사인 경식은, 체포된 범인이 진범이 아니라 자기가 범인이라는 정직한 시민의 명의로 된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 경식은 기자인 한동희에게도 비슷한 내용의 편지가 배달된 것을 알게 된다. 인천에서 5인방 중 한 명인 영일과 죽은 상철의 애인이던 채나영이 관계를 가진다. 5인방과 배수빈, 채나영이 모여 사건에 대해 스스로의 결백을 얘기한다. 채나영을 옛날부터 사모하던 권오규라는 인물이 과거에 결혼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나영을 협박해 만난다. 오규는 나영에게 2백만원을 주고 관계를 가진다. 영일이 살해당하고 정직한 시민으로부터 두번째 일을 수행했다는 편지가 날아든다. 오규는 나영을 만나, 두 명을 살해한 사람이 나영이 아니냐고 추궁한다. 오규는 나영이 과거에 사기 결혼으로 속아 낳은 아기를 자기 손으로 죽여버린 사실을 알고 있다며 입을 다무는 댓가로 자신을 박대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오인방 중 한 명인 광배가 나영을 만나 자기의 애인이 되어달라 한다. 나영은 광배도 죽을지 모른다고 한다. 광배는 상관없다며 이왕이면 인천으로 가서 놀자고 한다. 인천에서 광배는 나영의 옛날 애인을 의심한다. 나영은 극구 부인하던 중 익명의 남자에게서 전화가 와, 광배에게 나영 옆에 있으면 죽이리라고 협박한다. 나영의 집으로 경식과 광배가 차례로 전화를 해 오규의 투신 자살을 알려준다. 나영은 오규를 모른다고 하고 광배와 함께 부산으로의 여행을 결정한다. 부산으로 떠나는 광배와 나영 앞에 배수빈이 나타난다. 그들은 수빈에게 자신들을 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부산 바닷가에서 광배는 나영을 죽이겠다고 위협하고, 자신도 곧 죽을 거라고 예언하듯이 말한다. 나영이 광배에게 혼자 죽으라고 하자, 오규가 자신에게 죽기 전에 사실을 털어놓았다며 둘 다 떳떳하지 못하다고 한다. 오인방 중에 용기는 살해당하고, 명곤이는 교통사고로 입원한다. 경찰에게 미행을 당하고 있는 광배는 나영에 대한 의심을 비로소 푼다. 둘은 수빈에게서 온 위문 전화를 받고 기분 전환을 위해 술을 마시러 간다. 술을 먹고 돌아온 나영은 광배의 안절부절 못하는 태도를 의심하고, 광배는 태연한 척 한다. 나영이 목욕하러 들어간 사이, 광배는 자신을 포함한 5인방이 신애라는 여자를 사냥해 윤간한 사실을 떠올린다. 둘은 다시 관계를 가진다. 경식은 광배를 찾아와 부산에서 미행해서 죄송하다는 얘기와 더불어 혹시 옛날에 한 여자를 사냥하지 않았냐고 추궁하지만 광배는 극구 부인한다. 명곤이 병원에서 누군가에 의해 질식사한다. 경식과 강력계장은 채나영을 의심하고 그녀를 만난다. 나영은 사건의 열쇠를 광배가 쥐고 있다는 말을 해준다. 한동희는 배수빈이 오인방 중의 한명일 거라고 귀뜸해 줬다는 얘기를 경식에게 해준다. 이때 정직한 시민으로부터 다시 쪽지가 와 자신의 네번째 일을 수행했노라고 알린다. 광배와 나영은 상철의 별장에서 범인과 만나기로 하고, 권총을 숨기고 기다린다. 어둠 속에서 총소리가 울리고 밝아지면 나영은 없고 수빈이 칼을 들고 뛰어 들어온다. 그는 자살을 허용했다고 안타까워한다. 수빈이 옛 애인 신애를 회상하는 사이 경식이 들어와 수빈을 체포한다. 경식은 수빈을 체포해야 했다는 죄책감으로 사표를 내고, 동희와 함께 본질적으로 범죄를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평론//이상일 성균관대학교수)       
<<'답지 않음'의 반복(反復)>>극단 거론(巨論)이 거론(巨論)답지 않은 연극 행위를 한다. 베스트셀러의 각색(脚色) 공연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거론(巨論)답다'는 유추(類推) 속에는 젊음이 있고 패기가 있고 실험성(實驗性)도 있는 반면 미숙함과 시행착오(施行錯誤)의 연상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거론(巨論)을 믿는 마음 속에는 진실(眞實)을 향한 연극 예술에의 꿈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거론(巨論)이 의식의 치장(稚長)에서 벗어나 행위의 어른스러움을 배우려고 한다. 그들답지 않게 거론(巨論)도 기성 극단의 대열로 끼어 들려고 한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뒤적이고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하고 유명 배우를 불러와서 '유명(有名)'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매스컴을 동원할 수 있는 방법도 찾는다----. 그것은 전혀 '거론(巨論)'답지 않다. 그러나 '---답지 않은' 짓거리의 반복(反復) 속에 성장이 있고 성숙이 깃든다면 '답지 않음'의 연륜(年輪)은 어차피 극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10년(年)의 세월이 흐르면, 극단 거론(巨論)은 '거론(巨論)답지 않은' 거론으로 탈바꿈되어 기성의 대열을 함께 걸을 것이다. 그렇게 이 땅의 젊은 의식의 극단들이 창단 초기의 그들 다움을 버리고 그들답지 않은 운영의 되풀이 가운데 그들이 욕하고 침뱉던 낡고 무딘 의식의 행렬에 끼어 들게 되었고 마침내 그 결과 새로운 젊은 의식의 세대(世代)들에 의해 반기성(反旣性)의 돌팔매를 맞았다. 까닭에 우리는 우리의 젊은 의식(意識)들을 믿지 못한다. 이 땅의 섣부른 실험정신(實驗精神)과 무형성(無衡性)은 믿을 수가 없다. 그들의 생경한 메세지와 선언은 일종의 투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을 때는 그 젊은 의식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폭로할 기회마저 가고 없어진다. 영원한 젊음이 없듯이 영원한 젊은 의식은 있을 수가 없으며 연원한 젊은 의식의 극단도 있을 수가 없다면, 일찌기 젊은 의식의 연극을 지양(止揚)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기성(旣成)의 흉내와 추종으로 제 2의 기성(旣成)됨을 촉구하는 경우는 정력의 낭비라도 막을 수가 있다. 그러나 정력이 낭비되더라도 개성(個性)답지 않은 개성을 키우려고 한다. 자기 극단의 개성을 남의 그것으로 바꾸려는 극단은 하나도 없다. 선언(宣言)을 통해서 메시지를 통해서 그리고 또 연극 제작과 공연을 통해서 그들은 그들의 개성(個性)을 내세운다. 개성있는 극단은 그 극단의 칼러를 의식과 기획과 메시지로 전달한다. 그것이 급진적이고 이단(異端)일 수록 그들 다음은 뚜렷해지고 그들 다음이 뚜렷할 수록 그들의 자신(自信)없음과 거기에서 오는 소외 의식은 기성관념(旣成觀念)과의 타협으로 발전한다. 기성관념은 게으른 잠을 재촉하는 안일의 잠자리다. 거기 누우면 의식(意識)의 불꽃을 지속시키기 위한 구원의 기름을 부을 필요가 없고 사위(四圍)의 따가운 시선을 되받아 넘길 깨어 있음의 의식도 필요 없다. 뿐만 아니라 기성관념에 도전하지 않게 될 때 사람들은 그 극단을 타락이나 훼절로 규정짓지 않고 다행스럽게도 성열(成熱)이라는 이름으로 축복해 준다. 타협은 성숙으로 위장되고 거추장스런 의식은 치기(稚氣)로 몰려 잠재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의 개성(個性)은 개성다움을 잃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답지 않음'의 반복-거론(巨論)답지 않음은 개성(個性)의 상실이자 성열(成熱)의 표시다. 이 배리(背理)의 연관관계가 극단의 칼러를 유지하려고 할 때는 규명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 자기반성(自己反省)도 없이 그들답지 않음을 성장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이 미열(未熱)한 기성(旣成)극단의 앞날은 가능성이 없다. 그들답지 않음을 성숙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의식과 행위의 성숙을 겯들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면적인 성숙이 거론(巨論)다움을 거론(巨論)답지 않은 것으로 바꾸어 놓을 때 그 기성(旣成)극단으로서의 거론(巨論)은 '답지 않음'의 반복 속에 가장 거론(巨論)다운 개성(個性)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조해일(趙海一.1941.4.18∼ )
소설가. 중국 하얼삔 출생. 본명 해룡(海龍). 경희대학교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매일 죽는 사람>당선 후 등단. 1975년 [중앙일보] 연재소설<겨울여자>는 수십만 부 판매를 기록, 영화화되기도 했다. 경희대학교 교수 역임. 그는 70년대초까지는 작가의 상상적 세계였던 가정 파괴범에 의해 순박한 신혼생활이 산산조각난<무쇠탈>연작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시대에 만연된 폭력의 정체를 우회적으로 밝히려 했으며, 80년대에는 눈에 보이는 뻔한 폭압적 상황에서 감추면서 이야기하는 우화적 수법 에 염증을 느끼고 글쓰기의 중노동에서 벗어나 문단과 담을 쌓고 교수생활로 들어가기도 했다.
【경향】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무자비한 폭력의 횡포에 대한 공포감을 즐겨 주제로 삼는 그의 작품은, 그러나 다양한 수법을 통해 현실의 고통을 미학적으로 융화시키는 능력을 보이고 있다. 가령,<이상한 도시의 명명이><맨드롱 따또>는 동화체의 환상적인 수법을 통해 한국 사회가 갖는 당착(撞着)의 모습들을 환상적으로 보여주며,<통일절 소묘>는 미래소설적 착상으로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소망, 혹은 전율적인 폭력 체제에 대한 고발을 표현했고,<임꺽정>에서는 이러한 현실에 저항하는 반역아(反逆兒)의 고민을 역사소설적 삽화로 이야기해 준다. <뿔><전문가들>과 같은 단편은, 노동 또는 장인(匠人)들이 지닌, 육체적인 힘이 과시하는 단순함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기도 하지만,<심리학자들><무쇠탈>과 같은 완벽한 단편들은 그러한 힘 또는 단순함이 악용되어 횡포스런 폭력으로 자행될 때 일어나는 기습적인 공포와 전율을 전달해 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을 포함, 중산층들이 도덕적 무정부 상태에 빠져 사회가 중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 일상적 삶의 부도덕에 대한 수치심(羞恥心)을 일깨울 수 있는 작품을 쓰겠다."


【작품】<매일 죽는 사람>(1970)<아메리카>(중편.1972)<겨울여자>(1975)<왕십리>(1976)<지붕 위의 남자>(1977)<갈 수 없는 나라>(1979)<엑스>(1982)<임꺽정에 관한 일곱 개의 이야기>(1986)<통일절 소묘>(1998)<맨드롱 따또><뿔><전문가><무쇠탈>(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