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용관 '망이 망소이'

clint 2018. 4. 10. 20:54

 

 

 

소이는 게임 프로그래머이다. 그의 머리 속에는 구백 년 전 죽은 망이와 망소이 형제의 넋이 이어 오고 있다. 그 에게는 연구단지 연구원이었던 형이 있었다.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고 그 자신도 해고당한 처지다. 어느날 우연히 자신의 몸 속에 망이 망소이의 영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이는 게임 속에서 자신의 형수를 만나게 되고 그 형수가 자신의 넋을 달래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는 결국 게임의 허구에 빠져 형수와 쾌락에 빠지고 만다. 구백 년 전의 망이 형제와 자신의 형제의 삶의 궤적이 일치를 디아블로 게임을 통해 알아차린 소이는 결국 자신의 형의 죽음을 디아블로를 통해 재현 해 내게 된다. 바람은 간 길을 되돌아오지 않는다. 한번 지나간 바람은 영원히 바람일 뿐이다. 바람의 이름을 오늘에 되살리는 건 오직 무대밖에 없다. 오늘의 빛으로 어제의 바람을 불러오는 것이다. 그리고는 연극의 힘으로 조용히 숨을 불어넣는다.

 

―작자의 말

 

망이 망소이는 디아블로란 게임의 옷을 입혀 봤다. 게임 시나리오로 얘기돼도 좋을 법한 사건이란 생각에서다. 막강한 정부군에 대항했던 불굴의 의지는 악의 괴물들을 지휘하던 총대장 디아블로와 다시 한번 격돌한다. 참수형에 처해지던 그 순간에 우리는 망이 망소이의 미소를 만나게 된다. 공주 유성현 동남쪽이니 지금의 탄방이나 갑천변 언저리일 것이다. 천민의 이름으로 이름조차 없어진 듯한 소所 출신의 인물, 그들에게도 사랑이 있고 애틋함이 있었을 진데 강한 승패의 기록만이 남아 있는 게 아쉽다. 민란이 있었다. 망이 망소이는 그들을 지휘하는 총대장이었다. 서기1176년 유성현 동쪽 십리에 있었다는 천민의 난이었다. 망이와 망소이는 정부 토벌군 3천을 물리치며 산행병마사로 승승장구하였다. 그러나 그들는 일년만에 모두 관군에 잡혀 청주 감옥에서 참수되었다. 그들의 영혼은 아직도 월평 갑천 언덕을 떠돌며 우리의 영혼을 지배하고 있다.
(요란한 게임소리와 조명이 현란하고 빠른 소리 들린다) 악의 괴물이 있었다. 디아블로는 모든 악의 괴물들을 지휘하는 총 대장이었다. 그 존재에 대항하는 기사가 있었다. 디아블로는 죽었다. 그러나 거기에서 디아블로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디아불로를 무찌른 그 기사의 몸 속에는 죽은 디아블로의 영혼이 들어가 아직도 그를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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