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고자현 '매일 메일(E_MAIL)기다리는 남자'

clint 2018. 4. 4. 22:02

 

200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민기와 하연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그 누구이기도 할 것이다. 가족에게서 버림받은 민기나 애인에게서 버림받은 하연은 모두 힘들고 괴롭다. 서로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된 순간, 두 남자는 각자의 고독을 마구잡이로 울부짖는다. 두 남자에게 있어서 그러한 충돌은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치유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그들을 그렇게까지 내 몰게 된 수진과 은수에 대해 아무도 힐난 할 수 없을 것이다. 수진과 은수에게도 민기와 하연이 그랬듯, 자신만의 상황과 내밀함으로 한참을 아파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기와 하연을 극한으로 내몰았다고 할 지는 모르겠으나, 과묵한 그들의 가슴을 한 번은 뻥! 하고 터뜨려주었기에 너무 괴롭지만 그들은 내심 속 시원 했을지도 모른다.       

 

<매일 매일 기다리는 남자>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무게감만큼, 
무대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두 남자가 있다. 
가족들로부터 버림 받지 않으려고 회사에 대리운전까지 하며 발버둥 쳤지만 
결국 버림받은 아버지이자 남편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한 남자와 
남자와 사랑을 하고 행복을 꿈꾸지만, 
결국 결혼이라는 일반적인 선택을 하는 애인에게 버림 받은 남자가 있다.
이미, 끝이나버린 상황에서도 하염없이 모니터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그 긴 기다림에 외로워는 이들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꿈꿔왔던 
일반적인 생활을 꿈꿔왔지만, 아무도 그들과 소통하고 
고민을 나누려 하지 않는다. 일반과 섞이지 못하고 밖으로 겉돌고 마는 
두 남자의 모습은 그 균열된 인간관계 속에 들어내는 고독을 묵묵히 담아내고 있다.

 

고자현

 

 

<매일 메일 기다리는 남자>는 2005년 신춘문예당선작으로, 가족의 해체와 부부의 파탄 그리고 동성애를 포함한 모든 인간 관계가 균열되며,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고독을 잘 그려냈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애인으로부터 버림받는 동성애자 하연과 가족으로부터 버림받는 기러기 아빠 민기.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지 않으려고 죽도록 일했던 민기와 어떻게 해서라도 애인의 곁에 머물고 싶어하는 하연. 한 쪽은 남자라는 이름의 가부장적 무게에 눌려 스스로를 기다리는 인간으로 억눌러왔고, 다른 한 쪽은 남자라는 이름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사랑을 하려했지만 결국 거대한 남자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애인에게 버림받고 만다. 누군가와의 소통, 관계, 사랑을 기다리는 남자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는 본 작품은 차가운 모니터를 바라보고 하염없이 이메일을 기다리는 의미없는 일을 반복하며 세상과 소통하려고 한다.  균열된 관계 속에서 보여주는 고독한 현실의 모습을 ‘나’와는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그들에게 공감과 연민을 느낄 수 있게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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