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연극 '시동라사'는 강원도의 시동에 있는 양복점에서 평생 양복을 만드는 이의 삶을
사실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사실성이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유머를 잘 그려내고 있다.
세상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신선한 경험을 할 수가 있다. 강원도 홍천의 한 소읍, 시동에 있는 양복점
'시동라사'는 세탁소에 가깝다.


주인 임공우는 자신의 양복기술에 대단한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지만
5년이 넘게 양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주문하는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아내 강정옥과 함께 근처 군부대와 상가에서 맡기는 옷을 세탁하고 수선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마지막 양복 손님이 다녀간 5년 전부터 조울증과 발기부전에
시달리고 있는 임공우가 사냥을 나가면 강정옥은 풍금을 연주한다.
그러던 어느 겨울, 도청 도시국장인 성현기가 출장을 가던 길에 급히 코트의 단추를
새로 달기 위해 시동라사로 들어온다. 임공우는 시대의 흐름에 합류하지 못하고 경제적
능력도 없는 한 남자이다. <시동라사>에는 치밀한 갈등 속에서 소외된 자의 위태로운
일상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상징적인 언어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사건의 징조들,
그리고 심리적 갈등이 극을 무게감 있게 이끌어 간다.
과거에 매여 사는 인물, 은밀한 삼각관계 등은 리듬감 있으면서도 힘있게 그려진다.

강원 홍천의 작은 읍내에 ‘시동라사’가 있다. ‘라사’는 드라이버로 조이는 나사가 아니라 두텁고 주름이 잘 가지 않는 모직물로 포르투갈어의 ‘라샤’를 말한다. 시동라사의 주인 임공우는 자신의 양복 기술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5년 동안 양복 맞추는 일을 하지 못했다. 동네사람 모두 양복을 맞춰 입는 대신 기성복을 사 입기 때문이다. 대신 아내 강정옥과 함께 친구가 상사로 있는 군부대와 상가에서 맡기는 옷을 세탁하고 다려주는 일로 먹고산다. 하지만 여전히 시동라사를 고집하고 있다. 맞춤 양복에 대한 자존심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 그러다가 도청 도시국장인 성현기가 출장을 가던 길에 급히 떨어진 코트 단추를 달기 위해 시동라사로 들어오고, 5년 만에 성현기의 양복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성현기가 양복을 맞춘 이유는 임공우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 잊지 못한 사랑이었던 강정옥을 그곳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임공우는 시류에 뒤쳐졌지만, 맞춤 양복쟁이의 자존심만큼은 살아 있는 인물이다. 경제력도 없고 남자로서 성 능력도 떨어지는, 모든 것이 부족한 남자다. 그런 남자를 곁에서 지켜보는 아내 역시 웃음이 사라진 인물이다. 이런 아내의 마음에 돌 하나를 던져버린 옛사랑 성현기의 등장. 세 사람 사이의 갈등 구조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겠지만, 연극은 이런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반전을 보여준다. 특히 좁은 소극장에서 2시간이라는 ‘롱 타임’을 관객들이 빠져들어 무대를 보게 하는 힘이 매력적이다. 6명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각각 개성 있게 만들었고, 걸죽한 강원도 사투리로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무엇보다 캐릭터의 세밀한 심리 묘사를 지켜보는 재미로 2시간이 길지 않게 느껴졌다.

작가 김은성씨는 지난해 <죽도록 죽도록>이라는 작품과 올해 <시동라사> 두 편을 무대에 올린 신예 작가다. 하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힘과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이 신예라고 보기에 어려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시동라사>는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한국적 사실주의극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이제는 잊혀져가는 사실주의극을 쓴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김은성씨는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에 양복점 주인처럼 자신도 모르게 쓸모없게 변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작품의 의도를 설명했다.
김은성씨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연출과 출신이다. 하지만 연극원에 입학하기 전에는 북한학과를 다녔던 학생으로 글쓰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전공이었다.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 방송국에서 활동하면서 오디오 드라마 등을 썼다. 전국 대학 방송국 경연대회에서 김은성씨가 직접 쓴 오디오 드라마가 대상을 받으면서 작가로서 역량도 인정받았다. 연극으로 유턴하게 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 국문과 학생들의 연극을 보면서다. 그러다 우연찮게 연극원 입시 요강을 보게 된 것. 가족들의 만류를 “학교에 가면 모두 공짜”라는 거짓말로 이겨내고(?), 대학교 2학년 때 한예종에 다시 입학했다. 2006년 여름에 졸업을 했고, <시동라사>로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셈. 그는 연극 작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사람 냄새가 나고,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지용 '가출소녀 우주여행기' (1) | 2018.04.04 |
|---|---|
| 정형진 '대가' (1) | 2018.04.04 |
| 김지하 '나뽈레옹 꼬냑 ' (1) | 2018.04.03 |
| 김지하 '금관의 예수' (1) | 2018.04.03 |
| 선욱현 '의자는 잘못없다' (1) | 2018.04.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