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유진월 '누가 우리들의 광기를 멈추게 하라'

clint 2018. 3. 12. 17:05

 

 

 

누가 우리들의 광기를 멈추게 하라는 '도치''전도''벌거벗은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연극이다. 웃음은 마구 터지는데 가슴은 시려온다....

조선 영조시대의 비틀어진 궁중가족사를 다룬다. 작가의 독특한 해석으로 기존의 역사극과 완전히 차별화를 꾀하였다. 도대체 조선시대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 당파싸움과 탐욕과 불평등만이 존재한 어둠의 시절 아닌가. 앞에서는 똥 폼 잡고 뒤로는 온갖 분탕질을 치는 왕족과 귀족들, 중국에는 사대하고 같은 나라 백성은 학대하는 이중성, 뒤집고 뒤집어 앞뒤 분간 안 되는 역사적 정체성, 배울 것 하나 없는 비민주적 시대일 뿐 아닌가. 그런데도 오늘날 TV드라마에서는 연일 조선시대 왕조를 그럴 듯하게 꾸며낸다. 하층민들을 도열시켜놓고 그들을 우러러 보게 만드는 신 귀족주의 속에서 아직도 그런 드라마는 계속 흥행을 이어간다. 이 연극은 형식파괴를 통해서 조선역사의 당위성을 부정하고, 인물의 희화화를 통해 왕족과 귀족들을 조롱하고, 그들이 남겨준 유산이 허울 좋은 유교적 유산이 아니라 술파는 작부 집과 다를 바 없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게 한 후 영조. 임오 화변은 권력을 사이에 둔 부자간 형제간의 다툼이 빈번한 역사에서도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극적인 사건이다. 이에 대한 공식적 기록은 다 지워지고 세자의 아내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과 아들 정조의 <현륭원지문>만이 남아있다. 아내는 정신병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던 세자의 죽음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인정한 반면 아들은 불운한 아버지를 미화하고 있어 대조된다. 진실은 아마도 그 사이 어디쯤에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수많은 ?”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핵심은 광기였다. 광기는 권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합집산의 과정에서 비껴난 패자 혹은 주변적 존재로 내몰려진 타자의 일그러진 얼굴이다. 인간의 역사는 곧 권력과의 결탁의 역사이며 약육강식의 냉엄한 도정에는 그늘진 광인들의 삶이 있는 법이다. 또한 광기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 잠복하고 있는 오욕칠정의 격화된 모습이기도 하다.

 

 

 

 

사도세자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현재의 연구자들 간에도 의견이 분분한 사안이다. 게다가 많은 기록들이 의도적으로 삭제되거나 변조되는 등 사도세자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제대로 밝혀낸 작품이 드물다. 실록에는 사도세자가 자신의 자식을 낳은 후궁을 살해하고, 그 후 100여명의 이르는 인명을 살상한 것이, 부왕인 영조의 세자에 대한 냉혹한 처사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원인은 60대 영조의 계비인 10대의 정순왕후와 세자가 사랑을 느낀 것에 대한 영조의 질투와 분노에 기인한다는 설과 당파싸움에 희생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여하튼 영조로 인해 세자는 우울증과 자폐증에 걸리게 되고, 종당에는 결국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야기된다. 이 연극에서 영조와 세자, 세자빈 혜경궁과 부친 홍봉한, 제자의 생모인 무녀 선희궁, 화안공주, 세자의 아들을 출산한 계빈, 후에 정조로 즉위하는 세손 그 외의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세자가 생을 마무리하기까지의 연극을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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