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극단 창작극 개발 공연에서 무대로 오르는 <푸르른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는 ‘2004 국립극장 창작공모’에서 가작 당선작인 유진월의 희곡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네 명의 여자를 통과하면서 인생과 우주의 진실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긴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잔잔하게 일상의 속내를 들추면서 의외로 잔잔함 속의 극적 긴장감이 잘 유지되어 심리적 표현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작가의 글
지난 봄 문득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취업을 위한 준비과정처럼 되어버린 대학교육 과정과 문학도 감성보다는 논리로 가르치고 배우는 강의실이 문득 답답했는지 모르겠다. 공부보다 술 마 시고 놀기에 열심이었던 낭만적인 문학청년들의 치기어린 사랑 과 진실하고 솔직했던 우정이 마치 오래된 전설처럼 느껴졌다. 졸업 이후 아주 오랫동안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그들은 내 가슴 속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다가 불현듯 떠오르곤 한다.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해서 사랑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삶을 구도적인 깨달음의 과정과 연결시켜 그리려고 했다. 20대를 함께 지낸 여러 사람이 뒤섞여 만들어진 주인공 현우,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는 그의 안쓰런 모습은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사랑은 언제나 어긋나는 법이다. 곁에 있는 이의 사랑은 받아들일 줄 모르고 떠나가는 이의 사랑은 붙잡지 못해 안타깝다. 어긋나는 사랑을 좇아 긴 세월 방황하고 난 후에야 사랑의 진실과 의미를 깨닫게 되지만 그것은 때로 너무 늦었거나 오만을 남길 뿐이다. 만일 뒤늦게라도 우리 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사랑의 불씨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랴.
뒤돌아보건대 젊음의 푸르른 강가에서 기쁨과 슬픔과 고통과 행복이 뒤섞인 눈물을 흘리던 그날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날이었음에 틀림없다. 이 작품을 쓰면서 나는 현란한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식 추억에 잠겨 행복했다. 이제는 추억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나 보다.

작가 유진월은 현재 한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이미 <불꽃의 여자 나혜석>, <그들만의 전쟁>, <그녀에 관한 보고서> 등을 쓴 기성작가이며, 연출가 김진만(35)은 아역 배우로 시작해 연극과 영화, 연출로 점점 자기장을 넓혀 가는 기대되는 젊은 예술인으로 알려져 있다.

줄거리
주인공 현우는 대학 후배인 젊고 풋풋한 희수와는 연인 사이. 그러나 현우는 마냥 어린 아이 같은 희수보다도 성숙한 분위기의 선배인 인경에게 끌리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학교 앞 술집 주인 청아에게는 연민을 느낀다. 이런 현우가 싫어 희수는 서둘러 결혼을 올리지만 시어머니와의 원만하지 못한 결혼 생활로 결국 아이를 유산하게 된다. 이혼한 현우는 인경이 있는 인도로 찾아가 인경과 재회를 하고, 갠지스 강가에 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다시 서울로 돌아온 현우는 남대문시장에서 일을 하다가 연이라는 새로운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시작 2년 전에 헤어진 희수의 출산을 지켜주기 위해 빗길을 달리던 현우는 휴게소에 들러 희수에게 전화를 건다. 희수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출산하게 된 처지에 연락을 하게 된 것을 염치없어 하고 현우는 과거에 희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에 대해 용서를 빌며 새로운 시작을 갈구한다. 현우는 희수에게 빨리 가기 위해 전화를 끊으려 하는데 희수는 대학 시절 의 행복했던 풋사랑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젖는다.
봄 : 희수. 현우와 희수가 테니스를 치고 있는 캠퍼스에 나타난 인경은 인도로 떠난다면서 마지막으로 현우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데, 현우는 당황하면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희수는 현우를 향하는 인경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며 졸업하자마자 빨리 결혼하자고 조른다.
여름 : 청아. 창백한 얼굴과 신비로운 분위기의 성숙한 여인 청아가 운영하는 학교 앞의 초라한 술집 '청아'에서 현우는 자기의 사랑을 외면한 청아에게 독설을 퍼붓지만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어울릴 수 없다는 걸 알고 그녀의 행복을 빌며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낸다. 한편 희수는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간절하게 현우를 찾고 있다. 어머니 완전한 신뢰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한 현우와 희수, 그리고 아들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가진 홀어머니가 함께 사는 현우의 집은 세 사람의 부조화를 견디지 못하고 분열한다. 그 과정에서 희수는 사고를 당하고 현우의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죽는다.
가을 : 인경 현우는 갠지스강가에서 인경과 재회한다. 현우는 점차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두 개의 꿈을 통해 방황을 정리한다.
겨울 : 연이. 서울로 돌아온 현우는 남대문시장에서 인도에서 가져온 목걸이 등을 길거리에서 팔다 맞은편 아동복 가게 주인 연이와 식사를 함께 한다. 자신의 과거를 푸념처럼 늘어놓던 연이는 현우에게서 따뜻함을 느껴 그 이상의 관계를 원하지만 현우는 거절한다. 현우는 꿈속에서 자신의 아이를 다시 만나고 희수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끝, 또 다른 시작. 현우는 희수와의 통화를 마치고 다시 빗속을 달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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