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만희 '처녀 비행'

clint 2018. 3. 4. 14:56

 

 

줄거리
작가가 찾아오자 연출은 함께 당구를 치러 나간다. 그리고 술을 한잔 걸친다. 작가는 연출에게 소극장을 차리자고 권유하나 연출은 무덤을 파는 일이라며 거절한다. 다시 작가는 자신이 오백만원을 내놓겠다고 한다. 연출은 작가의 말에 동의하고 이쪽저쪽에서 돈을 빌려 소극장을 세우고 신이 나서 "떳다 떳다 비행기..."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막상 계획대로 되지 않자 돈만 계속 들어간다. 연극 도중 조명도 고장나고 음향도 시원치 않고 배우도 모자란다. 연극은 형편없이 끝나버리고 만다. 작가가 연출의 연기지도가 형편없다고 하자 연출은 저질 대본이라고 하며 서로 다툰다. 이에 배우들이 나와 싸움을 말리며 앞으로 맞서야 할 험난한 파도들을 서로 힘을 합쳐 이겨 나가자고 한다. 이때 멀리서 관객들이 몰려오자 모두들 신이 나서 연극을 다시 시작한다. 하지만 연극이 끝나자 연출과 작가는 다시 다투기 시작한다. 한참 싸우다 작가와 연출은 이번 연극은 처녀비행이며 불시착이었다고 하나의 통합을 보게 된다. 이에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진실을 보여주는 연극을 하자며 무대 위에서 배우들에게 옷을 하나씩 벗으라고 한다. 배우들은 나름대로 앞으로의 결심을 판토마임으로 보여준다.

 

 

 

 

 

연극에 비상을 꿈꾸는 이들은 기존의 연극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다른 시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들은 가장 순수한 모습으로 작품에 임하나, 편견과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분열로 매번 실패를 거듭한다. 그러나 허울과 거짓치레를 벗어던지고 인식의 차를 극복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할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가장 진실된 본연의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연극을 사랑하는 젊은이들과 젊은 연출가.작가가 소극 장 하나를 마련하고 그것을 꾸려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가난한 연극인에게 소극장 마련은 꿈이다.턱없이 비싼 임대료를내고 극장을 마련한들 운영이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작품 한번 잘못 올리면 10년 쪽박차기 십상이란 말도 그래서 나왔다. 노처녀 작가와 30대 젊은 연출가 두 사람이 어 렵게 빚을 내극장 하나를 마련한다.그전까지 한계상황이지만 그런대로 순수했던두 사람은 작품을 올리면 올릴수록 늘어나는 빚더미에 깔려 변해간다.인기드라마 『모래시계』를 흉내내고,서부활극을 패러디하고,토속과 현대를 결합해보고,동물을 의인화한 갖은 작품들을 올려보지만 평론은 냉담하고,매스컴은 외면하며,객석은 썰렁하다.연출가는 결국 『벗자』고 배우들에게 말한다. 『최후의 수단이다.관객에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발가벗은 순수를 보여주자.자,벗어,벗어,너도 벗고,너도 벗어.』 젊은 배우들은 이를 거부한다. 『굶고 외면당하고 인정못받아도 좋다.내 손으로 내 작품을 만들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좋다.』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 공연을준비하는 배우들의 연습이 계속되면서 무대는 막을 내린다.젊은 작가.연출.배우들의 『처녀비행』은 결국 처참한 「곤두박질」로 끝난다. 연극계 외설논쟁의 본질에는 벗겨서라도 현재의 가난에서헤어나고 싶은 유혹이 본질처럼 누구에게나 존재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이 극은 시사한다.그 유혹을 이겨내며 건강한 연극,좋은작품을 계속 만들어내는 일은 이미 구도자의 고행,그것 이다.
극은 오늘 연극의 희로애락을 낱낱이 보여주지만 결코 무겁거나진지하지 않다.철저한 패러디를 통해 희화된 모습으로 이 모든 장면들은 구성된다.객석의 쉴새없는 웃음이 그것을 증명한다. 웃고 즐기고 나가는 관객들의 미소가 가시지 않은 얼굴에 잠깐이라도 한국연극의 실상을 같이 생각해주는 순간이 있기를 기대한다는게 작가의 말이다.『처녀비행』의 기착지가 연극처럼 「곤두박질」되지 않기만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