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희와 장정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장정은 열정으로 충만한 삶을 꿈꾸며
신희에게 집착하지만 신희는 뭔가 장정의 집착을 버거워 한다.
장정의 동생 은정은 그 어떤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파괴된 관계에
상처 입으며 외로움을 두려워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인호는 신희의 교수로서 신희와 만나고 은정을 사며,
인호의 아내 영애는 흥신소 직원이 된 장정에게 인호의 뒷조사라는 단순한
사건의뢰를 넘어 자신과의 만남을 진짜 의무로 부여한다.
관계에 의존하며 집착하는 은정은 인호를 만나고 또 다른 남자를 만나며
창녀가 되어가고 쇼핑에 몰입한다. 장정과의 관계에 염증을 느낀 신희는 결국
결별을 선언하고 장정은 그녀를 때리고 찾아가고 괴롭히며 폭력을 휘두른다.
결국 신희를 포기하는 장정은 창녀가 된 동생 은정의 상태를 폭로하며
인호를 유인하고 이들이 함께있는 장면을 신희로 하여금 목격케 해
모든 관계의 파국을 부른다. 은정은 결국 목을 매고 죽은 은정을 부여안은
장정은 담뱃불을 자기 팔뚝에 비벼 끄며 절규한다. 장정은 신희를, 신희는
인호를, 인호는 은정을 만나지만 이들은 아무도 서로 만나지 못한다.
이들의 시선은 어긋나며 이들의 사랑은 오히려 서로에게 장애가 된다.

시대의 정서를 읽기. 도시적 상실감. 소외감.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것들은 영화가 용이하다. 연극 역시 시대를 읽어야 할 의무.
각각의 장면들에서 A는 B를 만나고, B는 C를 만나고, C는 다시 A를 만난다.
마치 등바라기 하며 늘어선 원처럼 아무도 서로 마주보지 못하는 관계가
장면의 연결 구조가 된다. 그래서 사건은 구차하게 일상적이고,
관계는 건조하다. 대화는 일방적이어서 공허해진다. 인물들은 구차한 일상과
공허에서 벗어나려 간절히 누군가를 열망한다.
메아리 없는 열망으로 인해 만남은 자학이 된다.
즉, 만남에 대한 간절한 열망, 그 행위로 발현된 탐미적 키스가 이 작품의 주조다.

상대의 영혼과 닿고 싶은 열망, 그 방법으로서의 접촉. 그러나 접촉을 할수록 더 허망해지고 그럴수록 더욱 접촉에 집착한다.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더욱 열에 달뜨는 사람들. 나는 주변의 허망한 만남들을 본다. 그들은 마치 구순기의 아이처럼 간절히 키스를, 즉 접촉을 열망한다. 그러나 관계들은 상호작용하지 못한다. 상대는 오직 나의 갈망을 채우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는 서로를 소외시키고 있다. 상대를 향한 것이 아닌 키스를 향한 탐닉을 지켜보자. '미친 키스'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주인공 장정과 주변 여인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다가가려 하면 멀어지고, 떼어놓으려 하면 오히려 달라 붙는, 인간 관계의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관계의 가장 대표적인 테마가 바로 사랑이다. 조광화는 그래서 이 작품을 '지독한 사랑이야기'라고 요약한다. 주인공 장정을 비롯해 그가 사랑하는 여인 신희, 창녀로 전락하는 여동생 은정, 불륜 파트너인 영애, 그리고 방황하는 영애의 남편 인호 등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랑을 열망하나 외롭고 불안하다. 사랑과 욕정이 뒤엉켜 상대를 갈구하지만 인간의 힘 밖에 있는 인력과 척력이 교차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파멸시켜갈 뿐이다. 마지막 순간, 장정이 자신의 몸에 퍼붓는 미친 키스는 접촉에 대한 열망의 허무한 종착역이다. 드라마의 내부와 외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악사의 아코디언 연주와 무용수겸 배우 '히스'의 춤은 스산함을 더한다.

조광화
관객의 상상력 그 이상을 보여준 바 있는 이 시대 최고의 작, 연출가. 중앙대학교 철학과를 졸업. 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장미>로 당선되어 극작가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97년<남자충동>이후 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01년 극단 유의 5기생 워크숍 결과물<생존도시>를 공동 작업하여 무대에 올렸다. 02년에는 2002한일월드컵 개막식 조연출을 맡았으며, 97년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비롯하여 동아연극상 연출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99년 제1회 김상열 연극상을 수상.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달고나><천사의 발톱>등을 연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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