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마미성 '노가리'

clint 2018. 3. 3. 17:14

 

 

 

줄거리
50대의 천덕수와 40대의 박길호는 역사의 현장이라 일컫는 대학교 근처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한다. 그러나 사업은 나날이 적자를 면치 못한다. 그 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되는 시위 때문이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모처럼 찾아온 손님을 설득해 계약을 성사시키려는데 난데없이 미군 여중생 사망사건의 대한 항의데모가 일어나 파기되고 만다.
실망한 두 사람은 언제나처럼 마주앉아 속풀이 술잔을 나누며 자신들의 운명을 한탄한다. 지지리도 시위와 인연이 깊은 두 사람..... 그들은 노가리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면서 지난 날을 회상한다. 두 사람은 직장동료였다. 그들은 광주항쟁당시 도청 근처 은행에 근무하는 행원으로 광주의 분노가 폭발하던 날 같은 조로 숙직 중이었다. 진압군의 강력한 진압작전에 밀려 우왕좌왕하는 시위대들.... 그들은 진압군들의 총칼을 피해 달려든 사람들로부터 은행 지키기에 고심한다. 그건 천덕수와 박길호와의 의견차이 때문이기도 했다. 정의보다는 현실(실리)이 중요하다는 30대의 천덕수와 그보다는 의가 중요하는 20대의 박길호의 의견이 팽팽이 맞섰기 때문이다. 이때, 한 여대생이 진압군의 총칼을 피해 숨어 들어와 은행문을 두드리며 숨겨달라고 한다. 박길호 대리는 안타까워 어쩔 줄 몰라한다. 그러나 천덕수 과장은 상사라는 이점을 이용해 철저하게 외면을 명령한다. 그러는 사이 파고든 진압군에 의해 여대생은 희생되고 만다. 순간 두 사람은 이성을 잃고 대립한다. 정의가 없는 세상은 세상이 아니며 그걸 외면하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는 길호와 계란 들어 바위치기 같은 정의는 자신의 안전을 해칠 뿐이라는 천호는 격렬하게 대립한다. 이러는 사이 또다른 시위대가 찾아와 숨겨달라고 애원한다. 길호는 천호를 노려본다. 천호는 빌라도처럼 외면한다. 길호는 황급히 남대생을 숨겨준다. 잠시 후 그를 쫓던 공수대원이 수색 끝에 남대생을 발견하고 곤봉으로 난타한 다음 짐승처럼 끌고 나간다. 저지하는 천호와 길호.... 애써 해명을 하지만 되려 불순분자로 몰려 같이 연행되고 만다.... 천호와 길호는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며 씁쓸한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인다. 이때, 한 여대생이 뛰어 들어와 경찰에 쫓기고 있다며 숨겨달라고 한다. 두 사람은 푸념 속에 숨겨주고 만다. 잠시 후 경찰이 들이닥쳐 이 사무실로 들어간걸 목격한 사람이 있다며 범인을 내놓으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온갖 구실을 대며 여대생을 감싼다. 그러자 경찰은 충격적인 한마디로 반전시킨다. 이어서 허탈한 두 사람에 진실을 밝히는 또 다른 반전이 찾아온다.

 

 

 

 

 

 

작가의도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할 때면 난 어김없이 거리를 헤매다 선술집에 들려 술을 마신다.
소주 한 병에 노가리 한 접시.....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무작정 종로 1가에서 내린 난 그저 그렇게 종로통을 흘러가다 5가에 다달아 시장을 발견하고 언제나처럼 파고들어 좌판 술집 한 귀퉁이에 앉아 술을 청했다.
역시 소주 한 병에 노가리 한 접시다. 주인 아주머니가 다른 안주도 청했지만 난 여전히 노가리 안주를 고집했다. 그건 무엇 때문일까? 아무래도 그건 잘근잘근 씹는 맛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 난 그 맛에 노가리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술 한잔 마시고 추억을 떠올리고 그리고 그 아픔을 잘근잘근 씹어 삼키는 그 쾌감 때문에... 그날도 난 어김없이 한잔의 술에 과거를 불러내고... 그리고 후회의 한숨을 내 뱉으며 노가리를 잘근잘근 씹어 삼켰다.
이때였다. 한 무리의 시위대가 시장통 앞거리를 지나쳤다.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것이었다. 순간 광주항쟁이 내 머리를 스쳤다. 난 그 아픔을 보았다. 그러나 아직 그 아픔을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건 무엇 때문일까. 그 역시 피해자는 있어도 가해자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진실은 오류를 인정하고 서로가 수긍할 때만이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슬픈 자책 때문에..... 뭇 작가의 기록을 보면서도 난 그렇게 노가리만 씹고 있었다.
이때였다. 삶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람들이 다가와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어이, 더러운 세상! 한잔 찌클면서 노가리나 풀세!"
순간 난 깨달았다. 그리고 이 작품을 썼다. 어쩌면 노가리 속에 진실이 숨어 있으리라 믿어마지 않기에...
아무튼 이 작은 외침이 모든 피해자의 아픔을 대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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