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12월 25일 밤
옛 연인인 아사다와 스완 양장점을 꾸려가고 있는 치요코.
연말연시에 떠나갔던 가족들이 모였다. 재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엄마 미쓰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벌려고 공장을 다니고 있는 남동생 시로. 크리스마스 날 밤이다. 낡은 스웨터를 입은 치요코가 2층에서 내려와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데 아사다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을 보고 맘이 착잡하다. 옛 연인 아사다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고 현재는 별거 중으로 치요코에게 얹혀사는 신세다. 모든 것을 포용하며 살아가는 치요코. 떠나버렸던 엄마도, 동생도. 그렇게 떠나보내고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착잡한 마음에 사로잡혀 어두운 양장점 작업대에 엎드려 있는데 시로가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랜만에 남매는 옛 기억을 되새기며, 각자가 생각하는 추억을 대화한다. 둘은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남매다. 어린 시절 엄마가 집을 나간 후, 동생을 엄마처럼 보살피며 살아왔기 때문에 누나가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다. 시로는 그런 엄마가 원망스럽고 밉기만 하다. 샤워를 막 마치고 2층에서 엄마가 내려오자 둘의 대화는 끊기고 시로의 엄마에 대한 미움이 노골적으로 표현되자 치요코는 둘 사이의 눈치를 보며 전전 긍긍한다. 엄마가 원망스럽기만 한 시로는 화를 내며 다시 장례식장으로 가버리고, 치요코도 착잡한 마음에 2층으로 올라간다. 이 때 울리는 전화벨 소리. 경찰서다. 아사다가 술집에서 싸움을 벌여 경찰서에 연행 되어 왔다고 한다.
2장 - 다음 날, 아침
눈에 멍이 든 아사다와 치요코가 웨딩드레스를 만들며 대화한다. 아사다는 전 날 밤에 일들이 대면 대면해 수다스럽게 치요코에게 말장난을 건다. 그 마음을 잘 아는 치요코. 바늘로 그의 손등을 쿡 찌른다. 2층에서 내려오다 이 광경을 본 미쓰코는 아사다가 못마땅하기 그지없다. 아사다와 치요코의 연애시절 아사다의 눈빛이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고, 그러자 아사다가 치요코를 바로 포기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해 버렸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시로는 엄마의 누나에 대한 간섭이 못마땅하다. 결국 엄마와 다투고 짐을 싸러 2층으로 올라가고 아사다는 말리러 따라 올라간다. 그리고 둘만 남게 된 치요코와 미쓰코. 엄마는 딸에게 지난 시절을 변명하고 딸은 엄마에게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쓰코는 딸에게 결혼을 권유하지만, 치요코는 자신의 처지(절름발이)에 무슨 결혼이냐며 말하고, 미쓰코는 사는 것은 다 똑같다고, “요즘 아시안 스위트 어쩌고 하는데, 세련된 이름이라고 붙였겠지만, 내가 보기엔 푸딩은 그냥 푸딩일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사는 것은 그런 거야.” 말하며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2층으로 올라가고 치요코는 엄마를 위해 죽을 사러 편의점에 나간다. 시로는 짐을 챙겨 집을 나가려 내려오고 아사다는 말린다. 아사다는 시로에게 과거의 이야기(누나와의 연애시절, 자신의 젊은 시절)얘기를 들려주며 잠시 추억에 잠기며 조명 어두워진다.
3장 - 다음 날, 저녁
시로의 외출 준비를 치요코가 해주고 있다. 시로는 누나에게 아사다와의 연애사건으로 짓궂게 놀리며 외출하고 아사다가 슈퍼에 갔다 돌아온다. 아사다는 부인과의 별거가 아직 정리되지 않아 신경이 쓰이고 말없이 받아들이기만 하는 치요코가 못내 안타까우면서도 속내를 제대로 표현하지 않고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그녀가 못마땅해 서로 싸운다. 집을 나간 치요코를 멀리서 보며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아사다에게 집을 나가라며 돈을 건 내고 둘은 또 싸우게 된다. 그리고 집을 나가는 아사다. 화가 풀리지 않은 미쓰코는 2층으로 올라가고 텅 빈 무대에 치요코가 돌아와 멀리 동물원을 바라보며 무대 어두워진다.
4장 - 12월31일 밤.
치요코가 혼자서 웨딩드레스의 장식 꽃잎을 달고 있다. 시로가 2층에서 내려와 식사를 권한다. 아사다는 그 이후 돌아오지 않았다. 밥을 먹으러 오지 않자 미쓰코가 내려오는데, 이 때, 아사다가 돌아와 모두는 감정의 절정에 이르게 된다. 아사다에게 돈을 주고 내보내려 한 엄마의 일과, 그랬던 아사다와 그것을 엄마에게 원망하는 시로. 이들 모두는 각자의 입장에서만 말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이에 치요코는 모두에게 그만하라며 소리치고, 모두다 나가버리라고 화를 낸다. 변해가는 골목 귀퉁이의 스완 양장점을 혼자 남아 지켜왔던 자신의 처지와 심정을 누가 아느냐며, 아무도 모른다고. 그렇게 결국 쏟아 붓는 치요코는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린다. 그냥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버린 엄마도, 자신의 꿈을 좇아 떠나버린 동생도, 엄마의 반대로 너무 쉽게 다른 여자와 결혼해 버린 아사다도, 다 필요 없으니 나가버리라고 하며 울부짖는다. 이를 지켜보는 이들은 할 말이 없어지고, 자신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에 엄마는 가슴이 찢어지고 정말 미안하다며, 용서해 달라고 말하고 치요코는 그런 엄마를 이 해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 때, 아사다가 끓여 놨던 전골냄비를 들고 내려오며 모두가 모여 앉아 먹는다. 미쓰코가 말한다. “이래야지, 전골은 가족이 빙 둘러앉아서 먹어야 제 맛이야. 많이 먹어라. 디저트도 있어. 망고 푸딩, 아시안 스위트...”
5장 - 4월에 화창한 봄볕이 비추고 있다.
멀리서 공사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치요코의 결혼식 날이다. 외롭고 쓸쓸할 때 가끔씩 들러서 마음을 달래던 동물원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을 한다.
모두가 제 자리로 돌아왔다. 아사다는 결국 부인과 합쳤고, 엄마는 재혼한 남편과 헤어졌고, 꽃뱀에게 사기를 당했던 동생 시로도 힘든 삶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았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치요코에게 아사는 말한다. “힘든 날도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난 이렇게 살아갈 거야. 악착같이 살아갈 거야. 그런 거지, 뭐....꿈, 희망, 사랑, 고독, 슬픔, 고통....이런 모든 것들은 살아가는 자체에 비하면 아주 작은 것들이지. 의외로 아무것도 아니라구...” 화려하게 차려 입은 엄마에게 시로는 신부보다 더 화려하면 어떻하냐고 늘 상 그러듯이 타박을 주고 이를 행복하게 바라보는 치요코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작가의 글
〈아시안 스위트〉는 고 김구미자 씨의 유작이 된 작품이다. 한국영화에도 몇 번 출연한 적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김구미자를 아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연극뿐 아니라, 영화, 텔레비전에서의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될 무렵 안타깝게도 3년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구미자가 암이란 것을 안 것은 4년 전의 여름. *앞으로 반 년'이라는 말을 듣고 그 해 섣달 그믐날에 구미자와 인연이 깊은 스태프들에게 긴급연락을 하였다.
"갑작스런 제안에 놀랍겠지만, 어떻게든 구미자가 마지막으로 무대를 밟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부탁을 하자, 전원이 그 자리에서 찬성을 해주었다. 그래서 서둘러 그 이듬해 3월에 〈아시안 스위트〉를 공연하게 되었던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혼하게 된 구미자가 연기하는 주인공<치요코>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2층에서 내려온다. 치요코는 정 때문에 헤어지기도 쉽지 않은 애인과, 정든 집에 이별을 고하고 그리고 천천히 객석을 향해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는 등을 돌려 사라져 간다.
그런 결말로 한 것은 〈아시안 스위트〉의 각본을 쓰기 전에 구미자에게
"어떤 연극을 하고 싶어?”하고 물었더니, "의신이, 난 말야. 어쨌든 무대에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본인도 그것이 마지막 무대가 될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구미자의 희망대로 무대 위에서 객석을 향해 "고맙습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고할 수 있는 희곡을 썼다.
〈아시안 스위트〉는 구미자를 위하여 봉인을 한 것인데, 한국에서 나의 희곡집이 나오게 되어 그 가운데 하나로 꼭 넣고 싶다고 부탁을 하였다. 이 희곡을 읽은 한국의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 김구미자라고 하는 여배우가 각인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희곡을 읽고 많지는 않더라도 김구미자라고 하는 여배우를 떠올리는 분이 계신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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