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표현주의)」무대를 표방한「안개의 城(성)」은 고급아파트에 사는 젊고 현대적인 주부의 정신분열증을 주제로 삼았다. 현학적으로 과장된 아파트여인의 고뇌는 현재와 과거 그리고 도시문명의 불안감으로 엮어져 소외감으로 표현하려 했으나 다소 진부한 전개와 극적인 모호함이 아쉬움으로 남는 작품이다.
자상한 남편과 딸을 둔 고급아파트에 사는 주부는 불편함이 없는듯 하나 신경성 불안증세가 있다. 남편과 딸이 모두 출근하고 텔레비전에서는 여러 사건 사고- 특히 살인사건- 의 보도가 이어진다. 그리고 옛애인의 전화를 받는다.. 일본에서 귀국하여 꼭 만나고 싶다고 호소한다..그리고 수시로 등장하는 여인의 분신은 예전의 일과 현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그리고 한 청년이 아파트 수리차 방문하는데 들고있는 망치가 수상하고 여인은 더욱 불안해 진다. 청년은 전에 살인을 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여인의 강박관념은 그녀의 분신과 계속 살인자인가, 아닌가로 논쟁한다.. 그런 청년과 얘기를 통해 옛 애인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하며.. 결국 청년은 떠난다. 그리고 다시 걸려온 전화는 옛애인이 일본에서 자살했다는 것이다.
다시 남편과 딸과의 저녁 식사 시간이다.. 모든 일상은 그대로이나 여인은 더욱 혼란에 빠져든다..
작가의 글 - “열려라, 참깨..”
엘리베이터 앞에서 단추를 누른 아이의 외침에 문이 열린다. 아이는 안으로 들어가고, 이윽고 옛날이면 태산의 높이에 해당할 10층, 20층의 고지를 아이는 단 몇 초만에 정복해 버리고, 아이의 또 한번의 "열려라 참깨."에 다시 문이 열린다.
요즈음 같은 文明이 무엇이 어떻다는 건가? 나 자신 아파트에서 살기 참 편하다. 겨울엔 비교적 저렴한 난방비로 추위를 모르고 요즘 같은 여름엔 피서지 뺨치게 시원하다. 전가족 외출 땐 경비실이 집을 지켜주고 주택 보수는 단독주택에 살 때 만큼의 잔신경, 비싼 보수비를 요하지 않는다. 상가가 밀집해 있어서 장보기 좋고 교통 편한… 또 이 모두가 현대의 조직, 능률, 합리 덕분이 아닌가. 나는 이 낙원과 같은 시대의 주부임을 구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어쩌다 신발 바닥에서 떨어져 현관 타일 바닥에 묻은 마지막 두 입자의 흙먼지까지를 현관 밖으로 탁탁 털어 내는 행위가 이상하지 않게 느껴지는 모양이고 나는 편안한 자세로 책 한줄이라도 더 읽고자 이웃들과는 담을 쌓고 지내고 발코니 타일을 보수하러 쇠망치 들고 인부가 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 저게 흉기로 변하지나 않을까 해서…
아이들은 제 몸 어디에 흙이 조금이라도 문을 쎄라 겁내고 파리를 보면 신기한 듯 들여다보며 정도가 심하면 놀라 울음을 터뜨린다. (나의 아이의 네 살적 경험) 그런가 하면 사회 병지로 인한 범죄율 증가, 범죄의 다양, 잔혹화와 더불어 극성스런 매스컴의 보도로 비정, 잔혹함이 다반사인 듯 우리의 감각은 마비에 이르고 말며 가히 한국형이라 할 사회적 이기심의 팽배로 도처에서 公共의 것들, 自然이 무참히 훼손되고, 단순 덧셈의 논리로 물량, 황금만능이 춤을 춘다. 운동장만한 맨션아파트에 아성을 꾸미기 위해 성벽을 높이고 이질적이거나 利害 관계가 먼 이웃들과는 철저히 차단한 채 우물 안 개구리가 돼 살아감을, 또 그럴 수 있음을 자랑한다. 性은 오락과 폭력의 수단으로 전락하려 하고 좀 나아봤자 계획, 계산된 까닭에 물끼를 잃기 일쑤다. 너나 할것 없이 너무 좋은 세상에 사는 까닭에 발밑의 함정을 못 보는 것 같아서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위한 하나의 성찰로서 이 作品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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