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용락 '얼과 빛'

clint 2015. 11. 18. 18:28

 

 

부제: 내 너를 꿈에 봄은


줄거리
위대한 고려청자 하나가 만들어 지기까지의 기구한 이야기가 줄거리이다.
고려의 한 도공은, 원나라에 끌려가 고려청자를 만드는 비법을 알려주지 않기 위해 자기가 가르치는 두 도제, 사동과 신내를 도망치게 하고 자기는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되어 원나라로 끌려가는 화를 모면한다. 그러나 한 도승이 나타나. 시연암을 찾아가서 청자를 만드는 위업을 계속하라는 청원을 받고 딸 연실의 안내를 받아 시연암으로 떠난다. 그런데 도중에, 도망갔던 사동과 신내가 나타나 넷은 함께 시연암으로 가서 자기를 만들게 되는데 그 시연암의 주지는 뜻밖에도 그 도승이었다. 한편 연실을 사동과 신내가 서로 사모하기 때문에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 하는 것을 안 도승이 도공에게 이 사실을 알림으로써 도공은 신내와 사동에게 도자기를 만들되 잘 만든 자에게 (작품의 우열에 대한 심판은 도승이 결정한다) 연실을 시집보내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그 후 신내와 사동은 친구에서 적으로 변하고 서로 좋은 작품을 만들려고 혈안이 된다. 그런데 도공들에게는 미신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가마 속에 사람을 잡아넣어야만 청자의 빛이 찬연해진다는 것이었다. 도승은 신내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시비하고 훼방을 한다. 이에 화가 난 신내는 마침내 도승을 잡아 가마에 처넣는다. 반면에 사동은 누구를 잡아넣느냐로 고민한다. 도공을 잡아넣자니 스승이요 연실을 잡아넣자니 사랑하는 연인이다. 그는 어느 쪽도 잡아넣지 못하는데 연실이 가마 속으로 뛰어든다. (연실은 신내보다 사동을 사모하고 있었다) 사동은 깜짝 놀라 말리며 가마 속에 들어 갈 사람은 바로 자기임을 깨닫고 자기의 작품을 빛내기 위해 스스로 자기 가마로 뛰어든다. 마침내 도자기가 완성되어 도공이 심판을 한다. 그리고 그 섬세함이나 빛깔로 보아 사동의 것이 우월하다고 선언하지만 이미 사동은 죽었고 연실은 미쳐있으니--- 결국 정신이 든 연실은 사동이 만든 청자 용형 주전자를 들고 속세로 내려간다.

 

 

 

작가의 글 - 김용락

예술이 중요하냐, 사랑이 중요하냐 하는 택일의 문제는 모든 예술인이 한번쯤 겪어 보는 딜레마에 속한다. 운좋게 사랑과 예술이 동일한 방향에 있어 택일의 여지가 없는 행운을 얻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많이 번민도 해보았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두 가지가 합치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보았다. 여기 이 작품은 바로 그 문제의 내 나름의 해석이기도 하다. 자기 몸을 버림으로써, 얼핏 보아 사랑도, 예술도 자신도 잃는 듯 보이는 사동의 택일은 사실은 사랑과 예술, 그리고 자신까지 얻는 길임을 나는 믿는다. 다만 사동처럼 행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나약하게만 보일 따름이다. 어찌 됐던 나는 예술이 기술)이 아닌 도()라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글을 쓸 때 재주를 믿고 피우기보다, 정성, 아니면 노력을 더 많이 남는 사람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런 내 철학을 담은 작품이요, 그러기에 자기변호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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