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어떤 衣裳디자이너의 衣裳展을 위하여
죽음을 눈앞에 둔 노부부의 허무한 놀이를 절망의 소도구로 사용된 의복을 통해 나타낸 실존주의적 작품이다.
의복. 제목에 끌려 한장한장 읽기 시작했다. 희곡을 읽으면서 희곡도 시만큼 많은 의미를 담고 있고 생각할 거리가 참 많은 것을 알았다. 더구나 어느 방향에서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무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간결하면서 독특한 소재와 전개는 마치 해외여행을 하는 듯해 정신이 없다. 이 작품에는 영감과 할멈 두 사람만이 등장한다. 원형 회전 무대 위의 원형 의자. 길고 반짝이는 옷을 원하는 할멈. 할멈의 옷을 찾아다니는 영감. 하지만 가지고 오는 것은 녹색, 붉은 색, 노란색, 갈색, 검은 색이다. 더운 여름날 할멈은 계속 추워하고 햇빛을 싫어하며 별을 찾는다. 반면 영감은 반팔 차림으로 더워하면 햇빛을 좋아한다. 처음엔 할멈과 영감은 한 의자에 같이 앉기를 원할 만큼 가깝고 사랑하는 사이이지만 자꾸만 덧입은 옷 때문에 영감은 더 이상 할멈 가까이 갈 수가 었다. 옷을 밟을 까봐 멈칫한다. 도한 옷을 덧 입을 수록 할멈은 어린아이가 되어간다. 결국 그토록 원하는 옷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을 수 밖에 없게 된다. 할멈이 생각하는 것 바라는 것은 오직 옷이다. 주위를 둘러보거나 영감을 생각할 만한 마음의 여유조차 없다.
“여보 생각나오? 햇빛 속에서 반짝이던 그 푸른 벌판. 푸른 동산, 그리고 푸른 바다.....물결 소리가 들리는 군. 내 귀는 하나의 소라 껍데기”
“흥, 껍데기밖에 모르는 군 바보 같은 늙은이.”
할멈은 이 대화에서처럼 자신의 주위에 있는 아름다운 것을 전부 바보 취급하고 관심이 없다. 오직 별을 향한다. 별을 잡고 싶어한다. 그래서 햇빛이 아닌 어두운 밤으로 들어가려 한다. 별, 그리고 화려하고 반짝이는 옷. 지금이 여름인지 자신이 이미 옷을 입고 있는 없는지 조차 판단하지 못하게 한다. 현실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생각, 욕망에만 모든 초점이 있다. 별빛을 찾는 동안 자신에게 있는 햇빛은 볼 수 없다. 오히려 싫어 한다. 결국 할멈은 아무것도 판단 할 수 없는 아이가 되어 우유를 찾는다. 나중엔 마님이 되어 영감을 하인취급한다.
이같은 전개를 생각할 수록 신기하고 놀랐었다. 사람들의 마음의 흐름을 너무나 잘 표현한 듯했다. 처음에는 그냥 한심하고 이상한 할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었다. 충분히 따뜻하고 괜찮아도 “추워~ 추워~” 하면서 옷을 찾는다. 자신이 입고 있는 옷으로도 충분하고 거기에 따뜻한 햇빛까지 있지만 창문을 닫고 모든 것을 향해 마음을 닫는다. 중요한 것은 우아하고 화려한 옷이고 반짝이는 별이다. 우리가 원하는 이상, 욕망을 위해 모든 것에 마음을 닫는다. 그 닫힌 마음 때문에 어른이 되었는데도 우유를 찾게 되고 자신은 스스로 공주가 되어간다. 그러다보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들을 가까이 할 수 없는 불행한 사람이 되어간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나, 그리고 원하는 바가 이루어질지, 이루어지지 않을지에 나의 모든 것을 다 받치고 있는 나, 그 동안 나의 영감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스한 햇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할멈에게 초점을 맞추어 생각 해봤지만 영감이라는 인물에 숨겨있는 이야기도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과 같이 이 작품을 이야기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내가 그냥 스쳐간 장면에 숨겨진 의미가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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