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천년의 변환기를 둘러싸고 미국 연극계에서 토니 쿠쉬너(Tony Kushner)의 〈미국의천사들 Angels in America)>(1992)만큼 비평가들로부터 광범위하고 열광적인 반응을 획득한 희곡은 찾기 어렵다. 이 작품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둘 중에서 특히 1부<새 천년기가 다가온다. (Millenium Approaches)가 2부 〈페레스트로이카<Perestroika)>에 비해 반응이 좋았다. 뉴욕연극평론가들의 비평모음 (New York Theatre Critics' Reviews) 이라는 잡지에 재수록된 비평문들을 보면 먼저 칭찬에 인색한 프랭크리치(Frank Rich)도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비평문에서 “쿠쉬너가 최근 몇 년간 가장 흥미진진한 미국희곡을 써냈다” 고 했고 『월 스트리트 저널』의 에드워드 월슨(Edward Wilson)은 “다가오는 새천년기의 예언자로서 그는 깊이 느껴지는, 그러나 제한된 전망을 보여준다.' 면서 작가를 예언자로서 인정할 만큼 그의 미국 초상을 수긍했다. 『뉴스위크』의 잭 크롤<Jack Kroll)은 더 나아가“ 이 작품은 최근의 기억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지적이고, 가장 열정적인 미국희곡이다” 라고 극찬했다. 『타임』의 월리엄 헨리 3세(William A. Henry III)는 보다 침착하게 작품의 성격을 전한다.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대담한, 그러나 동시에 가장 위험한 동성애 연극으로서, 극은 노골적인 언어로부터 분별 있게 연출된 항문성교에 이르기까지, 레이건의 시대에 대한 경멸에서부터 이성애 수용을 모색하는 것에 대한 환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다룬다.” 한 사람만 더 인용하자. 『뉴요커』의 존 라르(John Lahr)는 특히 이 작품의 업적을 찬양하면서 쿠쉬너가 “유머와 연민이라는 위대하고 축복받은 재능으로 저 가장 아름답고 분단된 미 개척된 나라, 곧 인간의 가슴에 대한 소식을 전해준다” 며 감격했다. 그러니까 이 극의 작가와 연출자는 소수자들을 통해서 미국사회라는 대우주를 들여다봤다는 것인데, 작가와 연출자의 말이 언제나 무대 위에서 그대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지만,<미국의 천사들, 제1부〉의 경우는 다 중적 장치를 통해서 작가의 의도를 뒷받침한다. 주변부를 통해서 미국사회의 전체를 들여다보자는 의도는 등장인물의 구성에서 조정된다. 극의 내러티브를 주도하는 세 인물의 가정의 구성원들의 성격이 모두 성적, 사회적으로 종교적으로 소수집단에 속하는 것이다. 세 가정 모두 정상적인 의미와 기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정상적인 의미의 부부인 조우(Joe)와 하퍼(Harper)만 해도 둘 사이에 섹스가 없고, 루이스와 프라이어(Prior)는 게이부부이며, 악마적 부성을 대표하는 로이(Roy)의 가정에는 여성이 부재하고 양 아들적 인물들과의 정치적 부자관계만이 존재한다. 이 세 가정 모두가 동성애와 연관됨으로써 사회적 중심으로부터 소외된다. 조우는 동성애적 욕망을 억제하려고 무척 애를 쓰지만 결국은 스스로 호모임을 고백하고 루이스와 프라이어는 이미 'coming ouf 한 게이들이고 로이는 스스로 호모임을 부인하지만, 다른 남자들과 잠을 자는 것은 시인한다. 이제 연극이 동성 간의 사랑을 다루어야만 현대적이 라고 취급될 만큼, 한 국가의 총리가 동성애를 공표할 만큼, 동성 간의 사랑이 적어도 연극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공개리에 매도되지 않는 시대를 살면서 그들을 사회의 주변부로 떠미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의문을 제기 할 수도 있지만, 아직 대다수의 사회구성원들은 마음속으로 그들에 대한 단단한 편견을 지우고 있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태도를 로이의 궤변이 잘 요약해준다. “로이 콘은 호모가 아닐세. 보이 콘은 이성애자인데, 다만 남자들과 잠을 잘 뿐이라고.” 로이는 심지어 에이즈라는 병명조차 거부한다. "에이즈는 호모나 걸리는 병이지. 난 간암에 걸린 거야.” 그리고 로이의 이 집요한 사실 부정은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서 비롯되고 그 편견이란 바로 그들을 정치적 능력과 권력으로부터, 즉 사회의 중앙으로부터 소외시키는 관점을 말한다.

동성애로 세 가정을 1차적으로 주변부에 위치시킨 작가는 2차적으로는 조우를 몰몬(일반적으로 이단시되는 말일성도 예수그리스도교회 신도)으로 설정하여 종교적 소수자로 루이스를 유태인으로 설정하여 인종적 소수자로 그리고 로이는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게 함으로써 정치적 주변부로 내몬다. 3차적으로 작가는 조우의 아내 하퍼에게 신경쇠약증을, 루이스의 파트너인 프리이어와 로이에겐 에이즈를 앓게 함으로써 그들의 무력과 소외를 더욱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국가적 주제들에 대한 게이의 환상곡' 이라는 부제로써 주변부를 소우주로 삼아 미국사회라는 대우주를 관찰하고 해부하려는 그의 의도를 명시한다.
그렇다면 쿠쉬너가 말하는 국가적 주제들이란 무엇인가? 현명하게도 작가는 그것들을 이념이나 관념으로 주장하지 않고 극적 행동 속에 용해시킨다. 작가의 대변인으로 간주되는 루이스가 비록 민주주의, 정의, 인종 평등주의 둥 미국사회를 움직이는 중심이념이나 가치들의 타락, 왜곡과 실종에 대해서 끊임없이 장광설을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그리고 로이가 권력핵심부에 하수인을 보내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판의 부패연쇄가 적나라하게 표현되고 있다 하더라도, 조우 자족을 중심으로 몰모니즘의 편협한 교리와 위선적 태도가 지주 묘사되고 있다 하더라도 국가와 사회를 움직이는 이와 같은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이념들은 이 극의 중심 주제를 강화하기 위한 주변부적 주제에 불과하다. 루이스가 미국사회의 가치하락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 것은 프리이어를 배반한 것에 대한 그의 죄의식을 반어법적으로 은폐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텍스트보다 서브텍스트에 훨씬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고 로이가 수시로 정치철학을 설교하지만 그는 이미 에이즈로 죽어가고 있어 우리는 그의 마키아벨리 적 권력론보다는 조우와의 의사부자관계의 발전 추이에 더 관심을 쏟게 된다. 마지막으로 조우와 그의 아내 하퍼, 그리고 그의 어머니 하나 모두는 얼핏 몰모니즘을 신봉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 극에서 종교는 인물들의 행동패턴을 설명해주는 배경 이상의 기능을 하지 않는다. 이처럼 정치, 종교, 사회, 가치체계 등에 대한 관점들은 작가가 말하는 '국가적' 주제임엔 틀림없지만, 그리고 존 리아르처럼 이 극을 '정치 극'이라고 규정하는 평론가도 없지 않지만 이러한 이념적 혹은 관념적 관점을 핵심주제로 삼을 때 우리는 이 극이 갖는 보다 보편적인 주제, 즉 미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보다 큰 진단과 통찰을 잃을 수 있다 위의 '국가 적' 소주제들은 극의 중심행동을 추진하는 동력 자체가 아닌 것이다. 다반 작가는 이 소주제들을 극의 진정한 주제, 요컨대 극적 행동의 내용과 성격, 그리고 그 발전에서 찾아지는 대주제와 밀접하게 연관 지음으로서 스토리텔링의 차원과 지평을 확대하고 있을 뿐이다.

행동 면에서 관찰하자면 이 극의 가장 '국가적'인 대 주제는 사랑과 권력에 관련된다. 등장인물의 구성에서 극의 구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초점이 사랑과 권력이라는 미국인들을 오래 지탱해왔던 중심가치의 왜곡과 타락, 변질에 모아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제는 사실 현대 미국희곡의 가장 혼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쉬너의 〈미국의 천사들〉이 평론가들과 관객들로부터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그래서 더욱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데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했을 수 있다. 우선 사랑의 타락과 권력의 부패 양심이 보다 충격적으로 그려져 시의성을 획득했.다 예를 들어 사랑은 그 부재를 통해 소극적으로 암시되는 데 머물지 않고 떠남과 배반의 행위를 통해 능동적으로 부정된다. 에이즈로 죽어가며 버림받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프라이어, 신경안정제에 중독되어 환각 속에서 헤매는 하퍼, 에이즈 중세가 급격히 악화되는 로이. 어려움과 위기에 처한 이 파트너들을 루이스와 조우는 강한 죄의식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배반하여 그 곁을 떠나는 것이다. 권력의 경우는 더욱 심해서 로이와 같은 일개 부패한 권력브로커에 의해 미국권력의 핵심부가 영향을 받는 상황이 그려진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작품이 중심을 축소하거나 해체하고 주변부를 확대해서 새롭게 들여다보기를 일삼는 포스트 모던한 시대정신을 충실 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도 이 극의 소구력을 높인다. 또 이제까지 동성애에 대한 정상인들의 편견을 심리적으로 다루는 데 치중한 다른 희곡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동성애의 성희 자체를 무대에서 적나라하게 재현하면서까지 가장 과감하게 동성애를 전경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선정성도 분명히 작품의 성공에 한 몫 거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에이즈로 죽어 가는 동성애자를 마지막에 천사가 하강해서 다시 소생시키는 극의 구조가 미국인들의 뿌리 깊은 낙관주의를 수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작가의 빼어난 스토리텔링에서 이 극의 예술 적업적과흡인력의 출처를 찾는다. 미국희곡을 비롯해서 서구의 현대희곡들이 언어에 대한 불신을 과장하여 스토리텔링의 기능을 축소하는 일에 오랜 동안 집착해 온 결과 연극은 감동을 주는 힘을 크게 상실하였다 언어 이상의 효과적인 소통체계를 발견하지 못하고도 무슨 강박관념처럼 비언어적 소통매체를 찾는 동안 연극은 좋은 이야기로 인간적 삶의 패턴 을 모방하는 대신 인간적 상황에 대한 시적 이미지를 제공하는 일이 빈번 해졌다. 우리는 이미지 앞에 감탄할 수는 있지만 감동하기는 어렵다. 감동이란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인식의 가장 효과적인 매개인 언어의 가치가 폄하되고 있으니 감동력 상실은 당연한 결과다. 좋은 이야기 없이 감동은 없다. 쿠쉬너가 성공한 것은 바로 좋은 이야기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흔한 주제를 독창적인 방법으로 "좋은 이야기”로 엮은 쿠쉬너. 좀 더 구체적으로 주제를 요약할 필요를 느낀다. 찌 사랑의 주제를 얘기하면, 루이스 - 프리이어, 조우 - 하퍼 등 두 부부관계에 도해된 사랑은 배반이 주제를 이룬다. 루이스가 프라이어를 배반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벌로 공원의 낯선 남자에게 강간을 청하는 자기파괴 적 몸짓을 보이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이 낯선 사내에게 콘돔을 쓸 것을 요구한다. 그의 죄의식의 이중성이다.
결국 그는 에이즈로 처참하게 고통 받는 프라이어를 버리고 떠난다. 조우 또 한 가정을 지키려고 외면적으로는 하퍼를 설득하는 데 열심이지만 섹스에 굶주린 그녀에게 호모인 그의 사랑은 애초부터 배반 적이다. 조우도 결국 거의 정신착란의 단계에 접어든 아내를 환각 속에 방치하고 자신의 야망을 쫓아 워싱턴으로 떠난다.
권력의 주제는 오로지 권력만 신봉하는 로이에 의해서 직설적으로 언급되는데 그의 악마성에 대해서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고 친아버지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한 선한 조우한테 악한 로이가 아버지 역할을 대신하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다. 마치 이아고가 오셀로를 악마의 함정에 빠뜨리듯 로이가 조우한테 워싱턴행을 결심하게 만드는 과정은 권력의 부패를 소극적으로 묘사한다기보다 그 악마적 유혹을 형상화한 것으로 읽힌다.

쿠쉬너가 등장인물의 성격과 극적 행동을 구축하는 서술전략으로 사용한 둥가적 대립항의 균형원리는 무엇보다 이와 같은 주제를 명료하게 부각시키는 데 기여한다. 명확하게 대립하는 두 가치들이 동등한 무게를 갖고 충돌하므로 문제의 발단과 발전 및 귀결점이 기하학적으로 도해되기 때문이다. 죽음에서 시작하여 삶으로 끝나는 큰 틀 속에서 미국사회의 구 가치체계와 신 가치체계, 그러니까 직관과 이시, 환상시향과 현실지향, 선과 악으로 대립하는 세 쌍의 등장인물들이 사랑과 권력이라는 미국사회의 중심적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쿠쉬너는 사랑의 부재와 권력의 부패라는 상투적이고 소극적인 관찰과 진단을 뛰어넘어 배반과 악성으로 사랑과 권력의 성격을 좀 더 적극적으로 규정하면서 오늘날의 미국인과 미국사회를 초상 한다. 둥가적 대립항의 균형원리에 입각 한 등장인물의 성격과 극적 행동의 구조는 바로 그러한 의미화를 명료하게 부각시켜줌으로써 세 가닥의 복잡한 이야기구조를 의사소통하기 위한 효율적 서술전략인 것이다.

토니 쿠쉬너
뉴욕 맨하튼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님 윌리암 커쉬너과 실비아 커쉬너는 클래식 음악을 공부시켰다. 콜롬비아 대학과 뉴욕대학을 졸업하였다. 1978년부터 1981년까지 셰익스피어 고전 연극과 어린이를 위한 연극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로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국제적인 게이 판타스틱을 소재로 하고 있다. 골든글로브, 에미상 등을 수상하였고 HBO 6부작 미니시리즈로 제작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작품 중에 하나가 되었다. 또한, 뮤지컬<Caroline, or Change>의 대본과 작사를 맡았다. 2006년 여름 메릴 스트립 주연과 조지.C.울프 연출로<Mother Courage and Her Children>이 델라코트 씨어터에서 올려졌다. 2006년에는 커쉬너에 대하여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Wrestling With Angels>로 선덴스 필름 페스티발에 참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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