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해설
르시쥬는 『주인의 연적이 된 크리스팽』을 쓰기 전, 스페인 작가인 로페 데 베가(Lope de Vega) 와 칼데론 (Calderon)의 작품들을 번역하여 무대에 올렸으나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1707년에 발표한 『주인의 연적이 된 크리스팽』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단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에서 르사쥬는 소극의 기법을 직접적으로 사용라며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발레르의 하인인 크리스팽은 주인의 부자 애인을 가로채면서 그를 속이려고 한다. 이처럼, 극의 내용은 주인과 하인의 관계가 돈 문제를 둘러싸고 정직과 신뢰가 완전히 실종되는 것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발레르와 크리스팽 뿐만 아니라, 크리스팽의 공범자인 라브랑슈와 그의 주인 다미스 사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1장의 첫 부분에서 발레르와 크리스팽이 만나는 장면에서 보듯이, 상류 계층인 주인도 하인만큼 돈 앞에서는 체면도 벗어던진다. 그리고 3장에서 라브랑슈가 증언하는 다미스의 행동을 보면, 도박, 술, 여자를 좋아하고 온갖 방탕한 짓을 하면서 산다고 한다. 그의 주인의 행동도 전혀 훌륭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주인 다미스가 이런 방탕한 일을 모두 하인 라브랑슈와 함께 한다는 것이다. 라브랑슈의 표현에 의하면 자신은 주인과 아주 신나게 재미를 보며 사는 바람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까지 포기할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서로 한 팀이 된 주인과하인은 역할을 바꾸는데도 문제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이 작품에 익살이 가득하다. 주인의 연인과 재산을 가로채려는 하인들의 사기극을 보여준 이 작품은 다소 부자연스럽지만 행복한 결말을 보여주게 되는데, 주인은 하인들을 쉽게 용서하고 그들에게 오히려 안정된 일자리와 경제력을 가진 혼처를 주선해 준다. 그 결과 주인과 하인 간의 신분 차이는 붕괴되고, 오히려 동류가 된다. 파리에 사는 돈 많은 부르주아의 딸 앙젤리크는 발레르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아버지 오롱트는 부친끼리의 친분을 들어 샤르트르에 사는 오르공의 아들 다미스와의 결혼을 서두른다. 발레르는 자신의 하인 크리스팽에게 고민을 털어놓게 되고 크리스팽은 뭔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주인을 위로하지만 그것은 말뿐이다. 지참금이 탐이 난 크리스팽은 주인의 부자 애인을 가로채 결혼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다미스의 하인 라브랑슈의 도움을 받아 다미스 행세를 하며 자신의 주인과 오롱트 부부를 차례로 속여 가며 사기극을 벌인다. '사기 치는 게 버릇'인 크리스팽과 라브랑슈는 자신들이 섬기는 주인을 속이는 것에 대해 일말의 주저함이나 미안한 마음도 없이 뻔뻔스럽게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해간다. 극의 줄거리는 이렇게 크리스팽의 사기극이 우여곡절을 거쳐 성공할 뻔하다가 마지막에 모든 게 들통 나고 두 사기꾼이 주인들의 너그러움 덕에 용서를 받는 것으로 끝난다.

르사쥬 (Lesage, Alain René, 1668~1747)
르사쥬는 브르타뉴 출신의 부르주아 집 안에서 태어나 반느(Vannes)의 예수회학교에서 연극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 그 후, 그는 파리로 가서 법학을 공부하여 변호사가 되었으며, 1694년 스페인계의 마리-엘리자베스 위야르(Marie-Elisabeth Huvand)와 결혼하여 3남 1녀를 두었다. 그리고 그는 글쓰기에 전념하여 여러 권의 역서를 내놓았으며, 당시 유행하던 스페인 연극을 번역, 각색하기도 했다. 특히 후르타도 데 멘도자 (Hurtado de Mendoza)의 영향을 받아 1707년에 '주인의 연적이 된 크리스팽' 과 같은 단막희극들을 썼을 뿐만 아니라,5막의 희극을 집필하면서 당시의 풍습에 대한 비판을 신랄하게 묘사하였다. 또한 2년 후, 재정가들의 부패를 자세히 고발한 '튀르카레'는 단도직입적인 말투, 말장난들, 아이러니 등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고 코미디 프랑세즈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마침내 무대에서 성공을 거누게 된다.
한편, 르사쥬는 '주인의 연적이 된 크리스팽'이 공연된 1707년에 소설 『절름발이 악마 Le Diable boiteux』도 발표하여 희곡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소설가로서도 재능을 발휘하였다. 1715년부터 1735년까지 자신의 대표적인 소설 '질 블라스 드 상티얀' 을 출간한 르시쥬는 이 소설에서 고전주의 소설과 스페인풍의 악당소설 기법을 사용하여 당대의 현실을 반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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