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여자는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녀는 회복을 위해 남편과 함께 작은 시골집에 요양을 온다.
남편도, 옆에서 그녀를 돌보는 보모도 그녀가 점점 괜찮아진다고
위로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새로운 공간에서 불안함을 느낀다.
그녀도 괜찮아질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지만
그녀의 불안 증세는 더 극심해질 뿐이다.
남편은 분명 그녀를 챙겨주고 있는 것 같지만,
그녀는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고 남편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상황에 압박을 느낀다. 그녀의 신경은 나날이 날카로워지고
그녀에게 방 벽지의 무늬는 섬뜩한 노란 빛을 띠는
기괴한 형상처럼 보인다.
마침내 그녀는 점점 벽지의 무늬에 빠져들면서,
그 벽지 무늬의 이미지에서 한 여인을 발견한다.
여자는 자신이 벽지 속의 여인을 꺼내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반면에 여자의 병세가 더 심각해졌다고 생각하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남편과 보모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경계심을 품는다. 그녀는 그들이 벽지 속의 여인의 존재를
알아챘다고 믿으면서, 더욱 억압을 느낀다.
그녀는 벽지속 여인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손길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그녀에게 벽지 속의 여인을 해방 시켜주는 일은 동시에
그녀 자신이 해방하는 일인 것이다.
그녀는 방의 벽지를 모조리 뜯고나서도 해방감을 느끼지 못한다.
결국 사회 안에서 힘없이 억압받던 그녀가 해방되는 길은 죽음뿐이다. 그녀는 벽지 무늬를 헤치고 나온 여인의 손에 이끌려 죽음의 길로 들어선다. 벽지 속 여인은 곧 그녀의 억눌렸던 자아가 표출된 형상이었던 것이다. 억압되었던 그녀의 자의식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길로 그녀를 끌고 간다. 죽음이 아무리 극단적이라고 해도, 그녀에게는 해방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죽기 전에 가장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다가왔다.
원작 샬롯 퍼킨스 길먼, 각색 린지 터너, 연출 케이티 미첼로에 의해
2014 SPAF(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연된 <노란 벽지>는 억압 받는 여성의 자아를 들춰낸 심리 스릴러 연극이다.
영국의 연출가 케이티 미첼은 파격적인 연출 기법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라이브 필름 퍼포먼스’라고 불리는 그녀의 연출 기법은 무대 위에서 생생히 펼쳐지는 퍼포먼스에 카메라 장비를 이용해 현대적 이미지를 가미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 케이티 미첼 연출의 영상 이미지를 통해 색다른 모습으로 펼쳐져 호평을 받았다.
자신을 끊임없이 억압한다고 믿는 여자의 불안한 눈빛이 클로즈업 되고, 벽지 안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커다란 화면 한 가득 잡히는 모습은,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강렬한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컷과 컷의 연결이 미리 계산 되어 바로 그 현장에서 편집 되어 영상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한 편의 영화를 찍고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곧 그 자리에서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퍼포먼스다. 한 편의 영상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는 서사가 바로 그 자리에서 만들어지고 완성된다는 점은 놀랍고도 충격적이었다. 스크린을 통해서 나오는 이미지 자체가 강렬한 점도 있지만, 무대에서 퍼포먼스가 함께 펼쳐지면서 영상이 제작되는 지점이 불안과 긴장을 고조시켰다.
샬롯 퍼킨스 길먼 원작 ' 노란 벽지'
‘노란 벽지'는 미국의 소설가 샬롯 퍼킨스 길먼(Charlotte Perkins Gilman,1860-1935)의 단편 소설이다.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여인의 일기다. 정신과 의사인 여인의 남편은 절대적 휴식과 지적 활동 금지를 처방한다. 이에 여인은 답답함을 느끼지만 의사인 남편의 강력한 권유와 회유로 자신에게 행해지는 모든 일을 수용하고자 고군분투 한다. 사랑하는 남편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 준 출구 없는 감옥에서, 아내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것은 바로 한쪽 벽을 뒤덮은 누런 벽지다. 그 무엇도 신경 쓰지 않아야 하는 휴식의 감옥에서, 벽지에 대한 생각은 깊어져만 간다. 하루 종일 누워있기를 권유받았기에, 여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벽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여인은 벽지에 형언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그 곳을 떠나고 싶다고 남편에게 애원하지만, 남편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극기여 여인은 벽지 뒤에 기어 다니는 여인이 있다고 확신하게 되고, 여인의 행동을 주시하다가, 결국 그 여인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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