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중후반 대원군 때. 강화도로 건너가는 도선장의 주막.
어릴 때 잘못해 동생의 눈을 멀게 만든 형 준식. 그리고 이제 장님이 되어
형의 도움을 받아 퉁소를 불어 구걸하는 동생 준길.
이 형제는 선착장 주막에서 처량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남의 동정에 의지해 스산하게 살아가는 운명이다.
그런데 어느 날 짓궂은 사람이 던진 한 마디의 말이 이 형제의
그나마 작은 평화마저 깨뜨리고야 만다.
어느 선비가 하인을 시켜 불쌍한 형제에게 당오전(1프랑 동전)을 준 것이다.
그러나 하인은 눈먼 동생에게 당백전(원본: 금화)을 줬다고 거짓말을 한다.
동생은 형에게 몇번을 물으나 당오전을 받았다고 말하고
그럴수록 동생의 형에 대한 의심은 커져만 간다.
술까지 먹고 주정하며 형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동생.
할 수 없이 밤에 주막에 투숙한 강화도에 땅을 사러가는 손님의
보따리에서 당백전 1개를 훔쳐 다음날 동생에게 준다.
그러나 바로 순검이 와서 조사를 하고 준길의 주머니에서
당백전 1개를 찾게 되고 범인 형은 끌려간다.
그때서야 울며 형이 자신의 투정으로 죄를 저지른 것을 알게 된다.
이 작품은 철없는 눈먼 동생과 그의 길잡이가 되는 착한 형 사이의 감동적 우애와
사랑을 그린 것이다. 돈독한 우애를 나누는 소년 형제는 한때 눈먼 동생의 성미와
오해 때문에 결별의 위기를 맞지만 손님의 당백전 하나를 훔쳐서
동생의 오해를 풀려던 형의 진심이 밝혀지며 두 형제는 감동적 우애를 확인하는 것과
더불어 형이 순검에 끌려가는 비극으로 우애의 깊이를 증폭시킨다.
이 희곡은 슈니츨러 원작의 <눈먼 제로니모와 그의 형>이라는 소설을 연극 원로이신
이원경 님이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 각색한 작품이다.
아주 전형적인 사실주의 연극의 한 모델로서 아마추어 단체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연습하기 좋으며 무대에 올리기도 무리없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무리가 없고 기승전결이 분명하여 아주 극적이다.
대사에도 무리가 없고 소박하면서 정감이 넘쳐흘러 친밀감이 난다.
또한 형제의 우애와 사랑이 진하게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한국인의 정서에 알맞고 그 교훈적인 내용이 청소년 연극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시대를 이조 말엽 대원군 때로 가져와서 향토색이 진하며 원작의 서구적인 풍속보다
더 이해가 잘 되어 관객에게도 좋은 작품의 감동을 전한다.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눈먼 제로니모와 형(Blind Geronimo and his Brother)>는
1920년대 토월회의 인기 공연작이었다. 토월회는 이 작품을 <애곡>으로 개작 공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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