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지기가 직업인 틸,
그는 그저 평범하고 선량하며 직무에 충실한 소시민이다.
결혼한지 2년 만에 전처가 죽은 것. 1살된 어린 아들을 위해서
빨리 결혼해야만 했다. 엄마 품에서 키워야 하니까.
그래서 맞이한 두 번째 부인 레네는 그가 원했던 대로 씩씩한
일꾼이자 가정주부였다. 하지만 그녀는 사납고 거칠며 상스러운
또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틸은 그런 아내에게
종속되어갔다. 그는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무기력하게 자신의
삶을 견디고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아내가 전처의 아들인 토비아스를
학대하는 것을 묵인해야 하는 것만큼은 그에게 큰 고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의 무관심과 부주의 때문에 토비아스가 사고를 당했다.
그가 매일 지키고 있던 바로 그 선로 위에서 기차와 충돌한 것이다.
토비아스는 죽고 틸은 아내에 대해 억제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그는 어떤 형태로든 '응징의 벌'이 내려져야 함을 깨달았다.
그는 마침내 직접 그 일을 실행하려 하고,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되는데....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의 단편소설(노벨레)로 1888년에 당시 자연주의를 대변한 잡지 <디 게젤샤프트>에 발표되었다. 이때에는 “마르크 지역 송림을 배경으로 하는 노벨레 습작”이라는 부제가 있었다. 철길을 관리하는 말단직 종사자 철로지기 틸은 신앙심이 돈독하고 순한 양 같은 남자다. 그는 연약하고 심성 고운 아내 민나가 토비아스를 낳고 죽자 아들을 키우기 위해서 육덕지고 포악한 레네와 재혼한다. 틸은 인적이 드문 근무지 초소에서 죽은 민나한테 영적인 사랑을 바치면서, 동물적인 (성)본능에 의해 레네의 육체에 메여, 레네가 어린 토비아스를 학대하는 것을 모른 척한다. 레네가 틸의 근무지 근처에 버려진 땅뙈기에 감자를 심겠다고 두 아들을 데리고 간 날에 토비아스는 기차에 치는 사고로 죽고 만다. 넋을 잃은 틸은 광기에 빠져 레네와 아기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정신병원으로 이송된다. 이 작품은 계급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산업화가 초래하는 인간비극에 연마한 명작으로 자연주의 문학 사조를 대표한다고 평가받는다. 형식적으로 외면과 내면의 대조(틸의 건장한 외모와 수동적인 내면), 인물의 대비(연약한 민나와 우악스런 레네), 공간의 분리와 단절(슈프레강으로 분리된 집과 근무지) 등 대립이 두드러지며, 문체에 있어서는 서술하는 시간과 서술되는 시간이 일치하는 순간묘사법의 사용이 특징적이다. 주인공인 틸은 아들이 당하는 학대를 방관한 죄책감과 성적 본능 때문에 수치심에 사로잡힌 인물로 자신을 둘러싼 외적 환경과 내적 환경에 휘둘린다. 나아가 기차가 인간을 위협하는 상징으로 또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파괴적인 힘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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