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함께이고 싶었습니다.'
일제의 지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던 1944년.
조선인 학도병 대치와 일본군 위안부 여옥은
민족의 아픔을 공유하며 사랑을 키워 나가지만
행복도 잠시, 전쟁은 두 사람을 갈라 놓는다.
사이판으로 끌려온 여옥을 만난 하림은
임신 중인 그녀를 보살피며 연민의 정을 느끼고
두 사람은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해방 후 다시 만난 세 사람,
그들의 엇갈린 운명과 또 다시 찾아온 전쟁으로
비극은 다시 또 시작되는데.......
시대의 걸작, 원작소설에서 MBC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뮤지컬로 무대로 돌아왔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격동의 근현대사를 모두 담았던 원작 소설과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로 만들어진 <여명의 눈동자>는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며 2020년 1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그 화려한 막이 올랐다. 여옥과 대치가 처음 만났던 일본군 위안소부터 여옥과 대치가 마지막을 함께했던 혹독한 한국전쟁까지 다양한 시대적 배경을 무대 장치로써 표현하며 관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1년 5개월이라는 유례없이 긴 사전 제작을 거쳐 탄생한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인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가 각색을 맡아 드라마 최초로 일본군'위안부'와 제주 4.3 등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을 정공법으로 담아냈다. 또한 원작의 드라마틱한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극중 여옥, 대치, 하림의 세 인물을 비롯해 최두일, 윤홍철, 김기문 등을 제외한 인물을 새롭게 창조해 원작 드라마에 신선함을 더했다. 새로이 형성될 인물 간 관계를 통해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작품의 몰입도를 더하는 동시에, 굵직한 사건을 곳곳에 배치해 사건 중심 서사로 스토리를 전개해 한층 더 역동적이면서도 생동감을 전달했다. 대중의 뇌리에 각인된 원작 드라마의 서정적이면서도 애절한 선율의 테마곡을 비롯해 극 전반에 흐르는 유려한 선율의 넘버와 각 등장인물의 성격을 오롯이 담아낸 인물별 테마곡은 드라마를 더욱 촘촘하게 결합시켜 관객에게 울림을 전해준다.
일간스포츠 신문 연재소설
1970년대 중반 소설가 김성종이 일간스포츠신문에 연재한 대하소설 <여명의 눈동자>는 일제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써 1977년 전 10권으로 발간되었다. 일제 식민지시대부터 해방과 6.25 전쟁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세 남녀의 행적을 그려내고 있다. 격동의 역사에 파란만장한 개인의 삶을 녹여낸 이 소설은 사건의 우연성과 비약에도 불구하고 처절한 인간의 삶과 그 운명을 파노라마적 형식으로 펼쳐내어 큰 인기를 끌며, 1970년대 대하소설의 유행을 낳게 했다. 이백자 원고지 13,000매에 달하는 이 방대한 서사는 연재 내내 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게 하였으며 장하림, 최대치, 윤여옥 등 주인공들이 벌이는 사랑과 배신, 극한적 삶의 드라마, 적과 백의 양극에서 부딪히는 처절한 혈투, 이 모든 것을 김성종이 창조하는 세계 안에서 영원한 감동과 슬픔으로 융화시킴으로써 비극의 미학을 창조하는데 성공한다.
MBC 대하 드라마
- 제작진 연출 김종학 극본 송지나
- 출연진 최대치役 최재성, 윤여옥役 채시라, 장하림役 박상원.
MBC에서 1991년 10월 7일부터 1992년 2월 6일까지 창사 30주년 기념 특집극으로 방영된 드라마로써 1975년부터 1981년까지 일간스포츠에서 연재했던 10권 완결의 동명소설 <여명의 눈동자>가 원작이다. 1989년 10월부터 기획에 들어가 그 다음 해인 1990년 5월 3일 MBC 정동 스튜디오에서 시작한 실내 촬영이 <여명의 눈동자>의 첫 걸음이었다. 이후 1990년 6월부터는 해외촬영을 시작하여 필리핀에서 최대치가 소속된 일본군 제15사단 버마 행군장면과 하림이 근무하는 군 야전병원의 모습을 찍기 위해 사이판의 모습 등을 촬영하였으나 현지 여건상 일본인과 비슷한 사람들을 구하기 쉽지 않아 현지 필리핀 원주민을 엑스트라로 대거 동원하여 극의 여러 장면들을 촬영한 후 성우들의 후시녹음으로 장면을 완성하기도 하였다.
특히 1991년 2월, 당시 대한민국과 국교를 맺지 않던 중화인민공화국으로 들어가 하얼빈 교외와 상하이, 난징, 쑤저우 구이린에서 731부대, 팔로군 옌안 본부 장면들을 촬영함으로써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렇듯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당시에는 흔치 않은 해외 로케 촬영으로 방영 전부터 많은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역사 교과서를 방불케 하는 배경과 격동의 근현대사를 살아가는 주인공 3명의 일대기를 생생한 묘사와 성실한 시대 고증을 하였으며 "한국 드라마의 역사는 여명의 눈동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스케일이나 연출 면에서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작품이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드라마의 작품성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화두가 되고 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방송 시작 전까지 1년 5개월의 긴 사전 제작기간을 가졌으나 정작 방송 시작 후에도 촬영을 완전히 끝맺지 못하고 마지막 회인 제36부 방송일인 1992년 2월 6일 하루 전날인 2월 5일에서야 마지막 장면인 최대치와 윤여옥의 비통한 최후장면을 촬영하고, 방송시작 10분 전에서야 편집 작업이 마무리되어 마지막 회를 방영할 수 있었다. 미워할 수 없던 친구와 사랑했던 한 여인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하림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사전 제작 기간까지 포함하여 제작과 촬영에 총 2년 4개월여의 시간이 소요되었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1992년 2월 6일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에 붙여- 원작 김성종
'여명의 눈동자'는 내가 대하소설로 썼지만 이제는 내가 쓴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오래도록 회자되다보니 작자와는 상관없이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것 같은, 나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존재하는 작품처럼 생각된다. 이제 뮤지컬로 재생산되어 보다 다른 차원의 화려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으니 '여명의 눈동자'는 또 하나의 새로운 전설로 존재하게 되었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소설화하고, 그것이 다른 장르로 확대 재생산되는 예는 아주 드물다. 반면 '여명의 눈동자'가 이처럼 다른 장르에서도 계속 환영을 받는 이유는 현대사의 비극을 극적인 미학으로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그것을 대중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기막힌 현대사의 비극을 겪었으면서도 막상 그것을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킨 경우가 매우 적다. 1,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작품이 다양하게 나와 있는 외국과 비교할 때 부끄러울 정도로 작품 수가 적은 것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역시 역량 문제가 아닐까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씁쓸한 느낌을 지을 수 없다.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사라져간 젊은이가 어찌 여옥, 대치, 하림 뿐이겠는가. 나는 그들 세 사람을 대표적인 비극의 주인공으로 그려냈지만 그보다 더한 참혹한 역사를 경험한 젊은이들은 사실부지기수였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세상에서 잊혀졌다. '여명의 눈동자'는 그 비극 속에서 사라져간 젊은 영혼들을 다시 불러낸 것이다. 이제 그것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나 2020년 벽두를 달구게 되었으니 그 젊은 영혼들에게 가슴 벅찬 선물이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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