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성재현 '우주를 여행하는 라이카가 남긴 마지막 메세지'

clint 2024. 11. 12. 06:11

 

 

멀지 않은 미래, 2050년의 한국을 배경으로

찬연의 작업실에서의 로봇과 인간의 이야기다.

로봇 '오늘'은 겉보기엔 평범한 사람 같지만 중고 감정형 안드로이드다.

그는 이전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았는데,

'희수'가 그의 새로운 주인이 되며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다.

그런데 '희수'가 의식불명의 뇌사상태로 9년간의 잠에 빠져들게 되고,

'오늘' '희수'의 연인 '찬연과 이상한 동거를 시작한다.

희수의 기억을 간직한 '오늘' '찬연'에게 점점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우주를 여행하는 라이카가 남긴 마지막 메세지〉(성재현 이하 <라이카>)에는 안드로이드 로봇  ‘오늘’과 그의 주인 ‘찬연’과 함께찬연의  연인 ‘희수’가 이따금 기억으로 등장한다. <라이카>  인류의 기억 저장에 대한 강력한 집착을 전제한다여기서 기억은 데이터칩과 같은 저장매체를 통해 인간의 손을 떠나 저장 가능하며로봇은 그러한 이전 기억이 담긴 칩을 자신의 신체에 끼워 넣을  있는 역할로서 이를 합성하는  가능하다그럼에도 그것은 인간적이라는 데서 로봇의 혼란이 극으로 연장된다.

<라이카> 에는 인간과 로봇의 사고를 비교하는  가지 세세한 지점들이 나오지만그것은 로봇의 타자로서의 분리를 이야기하기보다 그러한 경계를 이해하며 통합하려는 어떤 소통의 시험 차원에서 제시된다오늘이 찬연을 주인의 말로서 따르는 것과 그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어떻게 구분될  있는 걸까공감을   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그럼에도 공감하려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찬연의 오늘을 살피려는 노력은   존재 사이에 희수가 있었다는 기억을 되새기는 것으로 연결된다. 오늘은 찬연의 희수에 관한 기억을 복제해서 자신의 신체에서 읽어 내기에 이른다여기서 재밌는  찬연이 지난날의 감정이 적재된 상태에서 오늘로 인해 발생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만을 보이는  반해오늘은 그런 과정에서 찬연을 확인하고 판단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찬연은 오늘이라는 퍼포머에 반응하는 일종의 관객과도 같다는 점에서둘의 위치는 기존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적 구조를 벗어나 있으며오늘만이 기억을 통해 진실을 마주하고자 한다고   있다반면 희수의 기억을 담지한 오늘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마지막 찬연의 모습은 기억을 삼킨 오늘이 인간의 모습희수의 모습을 닮아가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로봇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기억이 인격을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매질임을 증명하는 듯하다. <라이카>  안드로이드 로봇을 통해 인간을 성찰한다기억을 이전함으로써 로봇에게 어떤 인간다움이 생겨난다기실 로봇에 대한 상상력은 인간에게 기억이 갖는 의미기억이 삶과 맺는 관계성 따위를 살펴보기 위한 ‘기억이 없는 인간’이라는 조작변인을 거꾸로 재구성하는 일종의 사고 실험이다‘타자와의 관계 맺기에서 내재적 성숙으로 나아간다면동시에 기억 자체가 그러한 현재와의 간극을 풀기 위한 트리거가 된다면이러한 미션이 삶의 형이상학적인 차원을 제고한다면. 결과적으로 이러한 가정들이 오늘을 통해 구현된다기억은 잘라낼  없는 것이며삶의  축을 이룬다그래야만 한다. <라이카>  기억의 이전 장치로서의 안드로이드의 실험을 통해 인간에게 갖는 기억의 의미를 증명해 내고자 한다

 

 

 

*1957년 구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가 ‘라이카(Laika)’라는 개를 싣고 위성 궤도로 발사되었다. 역사상 최초의 성공한 우주 동물 실험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의 제목에도 나오지만 등장인물의 대사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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