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세기 경, 지금의 충청도와 전라도를 근거한 마한 땅.
이곳에 낙랑인 가라전이 있다. 그는 낙랑에서 내려와 이곳에 터를 잡았다,
그는 도공이다. 칠순이 된 그는 청자 수병에 용을 그린 완벽한 자기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자신이 못하면 외아들인 기대마에게 물려주려 한다.
어느 날 쫓기듯 모녀가 찾아와 하룻밤 쉬어가기를 청한다.
이들도 낙랑에서 내려오는 피난민인 듯. 딸은 '달아기'이다.
그러나 노인은 부정탄다며 안 받아준다. 단, 딸이 혼인을 하면 받아준단다.
할 수 없는 모녀는 승락하는데 이 집 아들이 혼기가 넘었고 건장해서
딸을 시집보내도 될 듯하기에. 그러나 가라전은 자기 방으로 달아기를 부른다.
아들도, 달아기 에미도, 달아기도 놀라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졸지에 자신보다 어린 어머니를 얻은 아들 기대마는 황당하다.
조금씩 부친의 외곬 성격에 반기를 든다. 그리고 달아이에게 변한 땅으로
도망가지고 설득도 해보지만 달아기는 낙랑인의 지조를 말하며 거절한다.
70 노인인 가라전은 밤마다 달아기를 싸리로 때린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 그려지는 채찍자국에서 용이 승천하는 영상을 그린다.
즉, 도공 가라전은 성욕 때문이 아닌 자신의 명작 청자 수병을 위해
달아기를 부인으로 맞은 것이다. 달아기는 처녀 그대로이고.
그런 부친의 만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대마는 달아기에게 같이 도망가자고
한다. 가라전과 달아기, 그리고 아들 기대마는 어떻게 될까?
도공 가라전은 명작 청자 수병을 완성하게 될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 3명은 노래를 부르며 상황을 압축해 전달하며
길손으로 나오는 인물은 도가 깊은 인물인듯, 가라전의 하고자 하는 일을
꿰뚫고 있다. 꿈인지 현실인지 겹쳐지는 여러 장면들은 작가가 이 작품을
단순한 삼각관계에 빠진 불륜이나 가학행태로 푼 것이 아닌 심오한 철학을
바탕으로 도예의 경지를 높고 깊게 바라보는 그런 의지가 담겨있는 듯하다.
특히 살신성인하듯 명품을 만드는 마지막 장면은 조명, 음악, 춤과 영상이
잘 어울어져야 작가의 그런 의도를 표현할 듯하다.
작가의 글 - 김상열
이 작품 "달빛처녀"는 [樂浪人 嘉羅田]이라는 원제목을 갖고 있다. 수려한 청자수병을 이루고자 하는 낙랑의 한 도공 가라전의 집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미적으로 완성을 이루고자 하는 창조자의 고뇌와 그의 영감을 일깨우기 위해 희생되는 주변의 요소들을 함축성 있게 집합시킨 것이다. 불교의 윤회적 사상과도 일치하고 만물이 영적으로 교감내지는 교차한다는 보편적 우주의 섭리도 피력되고 있다. 나는 이것이 철저하게 전설로써 표현되기 바라며 거치른 현실의 상태를 떠나 제3차원의 미적 충돌의 현장을 만들고 싶을 뿐이다. 결국 달아기가 용에서 사람으로, 다시 용으로 가듯이 작품의 모든 인물들은 청자수병의 완성을 위해서 맞물고 돌고 돌아 둥글넙적한 우주적 맷방석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사랑의 아픈 얘기로써 애증과 결과를 맞는 처절한 비극으로써 세속적인 멜로드라마로 받아들여도 탓하고 싶지 않다. 우리의 작업이 한층 아름답고 우아함을 일깨우기 위한 또 하나의 실습이 되었으면 하는 것 뿐이다. "가라전"은 선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의 아픔을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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