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가오싱젠 '절대 신호'

clint 2024. 5. 10. 20:31

 

 

 

 

사랑하는 여자와의 행복한 결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화물열차의 탈취 음모에

가담하는 주인공 허이즈, 하지만 그 열차에는, 승무원으로 일하는

둘도 없는 친구와 목숨처럼 사랑하던 미이펑도 타고 있다.

30여 년 동안 본인의 임무에만 충실했던 열차장은 열차 탈취 음모를 눈치 채고

총을 든 강도와 대결하는데.... 고민하던 허이즈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급기야 비수를 꺼내들고.... 멈출 수 없는 열차 속,

숨 가쁘게 벌어지는 숨막힌 대결 그리고 뜨거운 사랑....

절규하는 호른 소리는 그들의 이상을 향한 거침없는 질주에 붙인 행진곡이다.

 

 

 

작품은 가오싱젠이 중국을 떠나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에 쓴 초기희곡으로, 당시 그가 갓 입단해 활동했던 베이징(北京)인민예술극원이 1982년 초연했다. 「절대신호」는 달리는 열차 안에서 벌어진 강도사건 속에 젊은이들의 사랑, 실업, 현실의 부조리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그린다.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연애의갈등과 열차강도 사건의 복합 속에서 삶과 세계의 부조리함을 그리고 있는데, 필경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내면의 절망으로부터 이상과 신념을 향한 재탐색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가오싱젠 문학의 전체적 주제가 허무와 반역이라면, 그것은 이상과 신념에 대한 추구라는 모티프를 포기하지 않는 허무와 반역이다. 우리가 보기에 중요한 것은, 중국문학이라는 지평에서의 가오싱젠과 보편이라는(유럽이 아니라) 지평에서의 가오싱젠, 그리고 동아시 문학이라는 지평에서의 가오싱젠인 것이다.

 

 

 

가오싱젠은 1940년 1월 4일 중국 동부 장시 성[江西省] 간저우에서 은행 간부인 아버지와 연극배우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베이징[北京] 외국어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한 1960년대 이후의 청년기는 그의 문학의 토대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였다. 새뮤얼 베케트와 베르톨트 브레히트, 외젠 이오네스코 등을 통해 유럽의 아방가르드 문학과 부조리극(不條理劇)을 접한 그는 베케트와 이오네스코의 작품들을 손수 번역해 중국에 소개하는 한편, 1975년부터는 문예지〈중국 재건 中國再建〉의 프랑스 문학담당 편집자로 일하면서 희곡과 소설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켜 나갔다.
1966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그에게 시련을 안겨 주었다. 당국의 지식인 하방(下放)정책에 따라 시골로 강제 전출된 데다 아내로부터 버림받는 아픔까지 겹쳤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이 써온 많은 원고를 불태워야 했던 기억은 "스스로에게 테러를 가하는 것과 같은 쓰라린 고통"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억제할 수 없는 욕망이었다. 그는 은밀하게 글쓰기를 계속했고 1979년 마침내 작품 출판과 외국 여행의 자유를 얻었다.
1980~87년 그는 단편소설·평론·희곡을 왕성하게 집필하는 한편 문학논쟁의 중심에 섰다. 모더니즘의 입장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학에 도전한 평론 〈현대소설기교초탐 現代小說技巧初探〉(1981)으로 격렬한 논쟁과 당국의 집중 감시를 촉발했으며 브레히트와 베케트, 앙토냉 아르토에게서 영감을 얻은 실험적인 희곡〈절대신호 絶對信號〉(1982)를 베이징 인민예술극장 무대에 올려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듬해에 그 여세를 몰아 희곡 〈버스 정류장 車站〉(1983)을 무대에 올렸으나 부조리 극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음과 동시에 '서양문학과 공모한 정신적인 공해'라는 당국의 비판에 직면했다.
내면으로의 순례임과 동시에 현실과 허구, 기억과 환상을 가로지르는 반성적 여정의 기록으로 평가되는 그의 자전적 소설 〈영산 靈山〉(1982)과 내면세계의 탐색을 더욱 심화시킨 〈한 사람의 성경 一個人的聖經〉(1999), 희곡 〈버스 정류장〉 등의 작품은 이미 여러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으며 곳곳에서 상연되고 있다. 30여 차례 국제적인 전시회를 가진 화가답게 자신의 작품집 표지를 손수 그리며 창작열을 불태우고 있는 이 초로의 중국계 망명작가에게 프랑스 정부는 8년 전 문화예술훈장을 수여했다.

 

 

 

연출에 관한 몇 가지 건의 -가오싱젠
1· 이 극본은 처음부터 일종의 사태를 만들려고 의도하여 극 중의 모든 사람이 이 사태에 빠져들어 어떤 행동이라도 취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였다. 때문에 연극의 줄거리의 진전이 보통 의미의 줄거리가 아니어서 이야기를 서술하지 않아도 된다. 연출과 감독의 처리는 주요하게 이런 사태에서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리허설을 하는 과정에는 처음에는 극본 중의 대사를 쓰지 않고 연기자가 사태에서 행동을 해보고 즉흥으로 나오는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연기자가 이런 사태에서 생활할 수 있을 때 그때 가서 무대 연습을 하는 것이다.
2. 이 연극은 인물의 심리활동을 중심으로 하는데 일반적인 심리극과는 다르다. 인물의 내면의 언어 외의 의미를 찾는데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특히 이런 언어의 의미는 거이 다 대사에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심리를 어떻게 무대에서 선명하고 정확한 동작으로 나타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3· 극중의 음향리듬을 극중의 여섯 번째 인물이라고 처리하길 바란다. 이것은 극중 인물만큼 생동적이고 적극적이어서 단순히 음향이 반주의 작용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극중 인물의 심리 묘사의 전체적인 외부 표현일 뿐만 아니라 또 연기자와 관중의 느낌을 서로 교류하는 다리가 되어 주는 것이다.
4. 극 중의 연기는 회상, 현실, 상상 등 세계의 분명한 단계가 있어야 한다. 세 가지 서로 다른 색조로 구별하면 된다. 연기를 보면 인물이 회신 할 때는 연기가 비교적 평온하고 절제하여 거리감을 만들어야 하고 상상을 할 때의 연기는 충동적이고 강한 것이며 인물이 현실 중의 연기는 응당히 소박하고 진실해야 한다.
5· 인물의 상상하는 장면은 그 인물에서 출발하여 그 인물의 상상 중에 출현하는 기타 인물들은 단지 그의 구상일 뿐이지 이런 인물들의 본모습과는 다르게 연기하여 타 인물들은 단지 그의 구상일 뿐이지 이런 인물들의 본모습과는 다르게 연기해 응당히 구별해야 한다.
6· 연기지가 인물의 내면 묘사, 혹은 상상중의 교류를 표현할 때는 경극의 연기 중에서 내레이션과 무언극의 일부 기교를 참고로 하되 절대로 규격화해서는 안 된다.
7· 이 연극의 인물의 언어는 자연스럽고 소박하고 어휘의 수식에 신경을 두지 않으려고 했다. 이런 언어는 배역의 형체동작과 심리묘사와 결합하여야만 표현력이 있으며, 연기자가 대사를 처리함에 있어서 대사와 형체동작과 심리묘사의 생생한 살아 있는 연결을 찾아내야 한다.
8. 희극은 극장의 예술이다. 이 연극의 출현은 이런 극작 성을 강조한다. 진실에 대한 추구가가 극장 성을 덮어 감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기자는 경극 연기자에게 많이 배워서 극장의 즉흥효과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상의 건의는 참고로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