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루이제 린저 '다니엘라'

clint 2023. 11. 13. 12:30

 

 

여주인공인 다니엘라는 대도시의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왔다. 불행이라고는 겪어보지 않았으며, 총명하고 이지적이며, 아름다운 그녀에게는 유망한 약혼자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그녀는 자기가 갈 길은 다른 곳에 있음을 발견하고, 애써 얻은 중학교 독일어 교사직과 그녀의 행복, 결혼 등 그녀에게 부여된 모든 삶을 버리고 사방이 늪으로 에워 쌓여 있고, 주민들은 그날 그날 탄광의 갱에만 의지하여 사는 시골벽지 국민학교에 자원해간다. 이것은 물질문명속에 오염되어버린 자들이 막연히 시골을 동경하고 그들과 호흡을 같이하려 함은 아니리라. 그러나 그곳은 집이라곤 움막에다 읍내에서 멀리 떨어져 교통도 없을 뿐더러 그곳의 주민들은 거의 인생의 목표가 없으며, 그저 삶을 즐기는 것에 불과한 생활을 하고 있는 곳이었으며, 독한 소주와 살인, 성행위 등으로 세월을 보내는 도덕적으로 타락한 마을이었다. 그녀의 이전 생활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그런 세계로 무엇이 그녀를 이곳으로 오게 한 것일까? 다니엘라에게는 보이지 않는 손이 비집고 들어와서는 그녀를 끌어낸 것을 죄악에 젖어 있는 사람의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 불행해지고 죄악에 빠진다고 해도 그들의 이웃이 되어 서로가 이해되고 구원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참된 생의 획득이며, 진정한 행복의 기쁨이라는 자각이었으리라. 그녀는 그곳의 사람들로부터 멸시와 비웃음 불신으로 가득한 그들의 환경속에서도 맡은 직분에 온갖 정력을 다해 불출의 신념으로 학교와 마을을 머리에 약을 사다 발라주며, 가정교육과 도덕적재건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하나뿐인 동료직원인 교장이라는 자는 폐인이 되어버린 늙은 자였으며 알콜 중독자로서 술집에서 돌아와 아이들을 무섭게 들볶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임종의 순간에 참회한 것은 작가 루이제 린저가 우리들에게 주는 또다른 신선한 맛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동안에 그녀는 새로움에 귀착하게 된다. 그녀 자신 그들과 함께 타락함으로서 만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들과 同類가 되며, 그녀의 용기와 희생, 완강한 신념에 의해 한 신부를 성직에서 파계하게 하며, 또 신부는 그녀의 사랑을 통해 절망의 실연으로부터 구원을 얻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그녀는 신부의 아이를 잉태하여. 신부와의 결합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찾으려 하나, 모든 걸 포기하고 그녀 본연의 갈 길을 찾는 과정은 이 작품의 결정인 듯하면서도 숨막히는 긴장감으로 몰아넣는다. 이처럼 다니엘라는 린저가 한결같이 추구해온 참된 여인상의 정립과 함께 사랑에 대한 인식이 더욱 고조되고 확산된다고 할 수 있다. 버림받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마을의 주민, 그들에게 향하는 한 처녀의 순결한 희생이야 말로 린저가 추구해온 사랑의 절대적 경지에 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Luise Rinser

 

1953년 발표했던 루이제 린저의 다니엘라는 사랑의 의미와 기독교적인 신앙, 도덕적인 참여 등을 표현하고 있으며, 현대를 걷고 있는 젊은 여성의 정신적 갈등을 소재로 해, 그들의 삶과 사랑의 형태를 제시해 주고 있으며, 인간의 근원문제를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대범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세계를 구사하고 있는 루이제 린저는 상부 독일의 한 구가에서 국민학교 교원의 딸로 태어나게 사춘기의 한 소녀의 성장을 묘사한 유리알 유희로 독일 문단에 뛰어든 그녀는 악단의 지휘자와 결혼했으나, 정치적 이유로 실패하고 그녀 자신도 정치범으로 투옥되기도 했었다. 이후 작품활동을 통해 다니엘라, 생의 한가운데 등 주옥 같은 글을 많이 발표해서 우리들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리오 프라티 '우리(鑑)'  (1) 2023.11.17
장클로드 가리엘 '연애수첩'  (2) 2023.11.14
버지니아 M.액슬린 '딥스'  (2) 2023.11.12
C. W. 니콜 '바람을 본 소년'  (3) 2023.11.10
장현량 '안녕! 내 친구'  (1) 2023.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