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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공성전'

clint 2022. 12. 6. 06:16

 

나폴레옹 1세의 침략으로 유럽 전역이 전장으로 변한 1811.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한 프랑스의 화력 앞에 스페인은 국왕이 볼모로 잡혀가는 수모를 겪게 된다. 손쉽게 스페인을 함락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프랑스는 때마침 불붙은 스페인 독립전쟁의 여파로 난항을 겪고, 자유로운 상업 도시 카디스는 풍전등화와 같은 나라의 운명을 떠안고 지리멸렬한 전쟁을 이어간다. 한편, 카디스 시내에서 끔찍하게 고문당해 죽은 소녀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카디스 전역에는 또 다른 불운의 그림자가 감돌기 시작한다. 끝을 알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거대한 체스판으로 변해버린 카디스의 앞날은······.

이베리아 반도 전쟁로 불리는 이 작품의 배경은 1808년에서 1814년까지 나폴레옹의 이베리아 반도 침략에 저항하여 스페인, 영국, 포르투갈 동맹군이 벌인 전쟁이다. 특히 스페인의 작은 도시 카디스에서 벌어진 공성전은 역사적으로 나폴레옹의 몰락을 가져온 시발점이 된다.

 

 

 

스릴러와 역사소설의 대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지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역사소설이다. 스페인 현대 작가 중 해외에 가장 많이 번역 소개된 작가이면서, 2003년에는 최연소로 스페인 한림원의 멤버로 선정된 그가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내 집필한 작품이 바로 [공성전]이다. 유럽 전역이 전장으로 변한 1811년의 스페인, 그중에서도 작은 항구도시 카디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역사와 스릴러, 고전의 절묘한 앙상블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기존의 역사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밀도 높은 문장과 해박한 지식이 총망라되어 있다. 역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맞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살다 간 남자들의 진한 여운이, 마치 한 편의 비극을 읽고 난 것 같은 감동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나폴레옹 1세의 침략으로 유럽 전역이 전장으로 변한 19세기 초. 트라팔가르 해전의 치욕을 갚기 위해 나폴레옹 1세는 영국의 수족을 자르는 대륙 봉쇄령을 내리고, 영국은 이베리아반도의 두 나라, 포르투갈과 스페인과 손을 잡는다. 이제 화살은 이베리아반도로 쏟아지고, 스페인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한 프랑스의 화력 앞에 스페인은 국왕이 볼모로 잡혀가는 수모를 겪게 된다. 손쉽게 스페인을 함락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던 프랑스는 때마침 불붙은 스페인 독립전쟁의 여파로 난항을 겪고, 임시정부가 된 카디스는 프랑스와 최후의 일전을 준비한다. 카디스와의 공성전은 화력이 판가름할 거라 여긴 프랑스는 고성능 포 개발에 열을 올리고, 평범한 물리 교사였던 데포소 역시 카디스 함락이라는 사명을 받고 포병부대 대위로 차출되어 포 개발 작업에 투입된다. 한편, 전쟁의 여파에도 활발한 해상무역으로 활기 넘치던 도시 카디스에서 끔찍하게 고문당해 죽은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카디스 경찰국의 형사 반장 티손은 동물적인 감각으로 이 사건이 단순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한다. 그의 예견대로 카디스 전역에서 소녀들의 시신이 발견되고, 시신이 발견된 곳에는 어김없이 프랑스 포 공격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카디스를 거대한 체스판으로, 희생당한 소녀들을 체스판의 졸로 여긴 티손은 카디스에서 벌어지는 이 잔인한 게임을 자신의 손으로 끝내겠다고 마음먹는다지리멸렬한 전쟁 속에서도 카디스가 활기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세상과 이어지는 바다가 있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또 다른 전장(戰場), 바다에는 생존을 위해 매일 거친 풍랑과 맞서는 페페 로보 선장이 있다. 신의 획책 아래 정해진 운명에 도전하는 이들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다. 공성전'은 단순한 역사소설을 넘어, 신의 획책 아래 정해진 운명에 도전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자신의 목숨 하나 건사하기 힘든 전시 상황 속에서 어린 창녀들의 연쇄 살인 사건의 배후를 밝히고자하는 형사 티손, 그리고 국적을 초월하여 소녀들의 죽음을 막고자 협력하는 프랑스 장교 데포소의 모습은 타인에 대한 휴머니티를 담고 있다.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