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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남부의 여왕'

clint 2022. 12. 6. 06:32

 

<남부의 여왕> 은 하나의 완전한 세상이라고 믿었던 연인이 죽은 후 삶과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폭력과 탐욕이 지배하는 마약 밀매업계에 뛰어들어, 결국 남부를 아우르는 전설적 존재 남부의 여왕이 된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레베르테는 작중 화자인 르포기자가 추적한 테레사의 일생과 소설 형식으로 그린 그녀의 삶을 직조하듯 엮었는데, 이러한 입체적인 구성에는 여성의 내면을 객관적이고 다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작가의 치밀한 의도가 숨어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가녀린 여자에서 남성을 제압하는 여왕으로 군림하게 된 한 여인의 강인한 내면과 통쾌한 반전이다. 남자의 몸으로 여성의 내면을 심도 있게 그려낸 탁월한 심리 묘사는 레베르테의 작가적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고, 한 여인이 가부장적인 남자들의 세계에서 승리를 거두는 통쾌한 반전은 독자들에게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작품의 배경은 남성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마약 밀매 세계지만, 정작 유럽에서 <남부의 여왕>에 열광한 독자층은 여성이었다또한 이 작품은 추리적 기법, 풍요로운 현학성, 마술적 재미로 요약할 수 있는 레베르테의 작품의 특징에서 지적 무게를 뺀, 쉽고 빠르게 읽히는 작품이다. 현학적 추리 구조 대신 속도감 있는 영화처럼 호탕하게 전개되는 구성은, 잘 읽히면서 인생과 인간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는 이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사실 이 작품은 레베르테가 멕시코의 어느 주점에서 들은 노래 한 곡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된 것이다. 마약 밀매업자의 삶과 죽음이 담긴 3분짜리 노래를 한 권의 완성도 높은 소설로 엮어낸 탁월한 이야기꾼, 레베르테. 책을 읽는 내내 진한 멕시코 내음과 끈끈한 음악을 상상하게 되는 것은 그의 놀라운 상상력의 영향이 아닐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5부작으로 제작되어 인기를 얻었으나 원작과 비교하면 스토리와 스케일, 배경이 원작에 비해 떨어짐.

 

멕시코 마약 밀매 카르텔에서 마약을 운반하던 연인 구에로가 죽고 난 후, 테레사는 그 세계의 규칙에 따라 살해될 위험에 처한다. 하지만 연인의 비밀 다이어리를 주는 대가로 구에로의 대부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살아나 스페인에 정착,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 상처받은 마음을 닫고 외로이 살아가던 중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데, 불행히도 그 역시 마약 밀매업자이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남자를 기다리는 일에 지친 그녀는 남자의 동업자가 되고, 점차 마약 밀매업에 발을 들여놓는다. 하지만 함께 운송을 나갔던 어느 날 밤, 세관 감시선에 쫓겨 남자는 죽음을 맞이하고 그녀는 감옥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파트리시아는 그녀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한다. 테레사는 파트리시아의 제안으로 출옥 후 함께 숨겨진 마약을 찾으면서 일대 전환을 맞는다. 목숨을 건 위험한 거래 후, 테레사는 마약 밀매업계의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게 되고, 점차 사업을 늘려가면서 기자들에게 유럽과 아메리카 남부를 장악한 남부의 여왕이라 불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테레사에 대한 사랑을 견디지 못한 파트리시아의 자살과 믿었던 동업자이자 애인인 남자의 배신으로 테레사는 절망에 빠진다. 한편 멕시코에서 그녀를 없애기 위해 사람이 오고, 구에로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통쾌한 반전을 거듭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