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사평 - 김영학 (한국연극학회 이사)
희곡이 소설보다 더 재미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폐쇄된 공간에서 주어진 시간동안 꼼짝 못하고 지켜보아야하는 관객에게 있어서 지루한 이야기는 지옥 같기 때문이다. 이번 희곡 응모작들에서 공통된 점은 극적이지 못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서술적인 전개에 치우친다는 것이었다. 올해에 응모했던 30여 편의 희곡 가운데 ‘청야몽’ ‘불협화음’ ‘여름, 장마가 끝날 무렵’은 위의 지적을 어느 정도 벗어난 작품들이었다. ‘청야몽’은 아쉽게도 ‘삼국유사’에 나오는 ‘조신’이야기를 각색한 차원에 머물러 버려 당선권에서 제외되었다. ‘불협화음’은 마주보고 노래방을 경영하는 두 사내의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 유머러스한 대사와 탄탄한 구성력이 장점이었다.
‘여름, 장마가 끝날 무렵’은 단 두 명만 나오는 희곡으로 죽은 아들의 유골을 품에 안고 딸과 갈등하던 엄마가 유골을 먹어 치우며 막이 내리는 작품이다. 대사도 안정되어 있고 엄마의 굴곡진 삶이 실감나게 그려진 점이 좋았다.
그러나 위의 두 작품보다 구성력이 약한 게 흠이었고 위의 두 작품에 나타났던 흠보다는 미약하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의 심리를 실감나게 그린 점을 감안해 가작으로 추천한다. 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올해는 예년보다 응모편수는 많았지만 삶의 문제를 치열하게 다루었다거나, 희곡의 영역을 개척할만한 문제작은 찾기 어려워 아쉬움이 남았다.

당선소감 - 박윤주
“혼 담긴 작품 창작에 노력할 터”
당선 소감을 쓰자니 부끄러움이 앞선다. 떫은 감을 씹은 듯한 회한도 가득하다.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고 여유를 가지고 작품을 완성 시켰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뒤늦은 후회가 시작의 기분을 엉망으로 구겨 놓는다. 전에 소설로 써 놓았던 것을 꺼내어 읽어보다가 극으로 써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서술체의 소설에 비해 대화체의 대본은 적절한 상징 언어와 표현기법이 뒤따라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다른 장르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학부 때 잠깐 공부하고 다시 대학원에서 희곡대본을 본격적으로 써 보면서, 선배님들이 걸어온 길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길 이었는지 새삼 실감했다. 이제 가슴에 또 한 자루의 칼을 품고, 칼날을 항상 나의 심장에 겨눈 채 부단한 노력으로 좋은 작품을 완성해 보고 싶다. 그 작품이 무대에서 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릴 수 있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갈고 닦을 것이다. 부족함이 많은 작품을 선정해주셔서 새로운 발판으로 삼기를 바라신 무등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 그리고 항상 든든한 힘을 불어 넣어주신 대학원의 지도교수님 이하 동료들께 오늘의 영광과 기쁨을 실어 감사를 드린다. 날선 칼날이 내 심장을 도려내어 피로써 혼이 담긴 작품을 이루기까지 부단히 노력할 것을 모든 분께 다짐 드리며, 다시 한 번 엎드려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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