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믄장아기는 제주도 신화 ‘장공본풀이’ 설화내용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공연 분위기를 이끄는 해금의 선율, 아름다운 천연 염색으로 제작된 무대와 우리 전통 소도구 및 악기 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한 고성오광대의 춤사위와 제주민요를 응용한 신명 나는 우리 장단으로 우리의 멋스러운 전통 문화를 감각 있게 무대화하여 집약시켜 놓았다. 이렇게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연극으로 잘 풀어낸 가믄장아기는 2004년 서울연극상에서 우수작품상, 극본상,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 2005년 일본 오키나와, 200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2007년 러시아 노보고로트, 일본 오사카,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2008년 호주 아들레이드 세계 아시테지 총회, 카메룬 야운데 등 해외 유수의 국제 청소년극 페스티벌에 초대되어 그 우수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렸던 페스티벌에서는 Best Actor상을 수상해 그 위상을 더욱 드높인 바 있다.

<삼공신화>의 주인공은 전상신인 가믄장아기이다. 전상이란 전생인연, 운명을 말한다.
제주의 여신들에 감탄하면서 그리고 여신·여성들에 대한 차별적인 대접과 여신·여성들의 위대한 영성에 감탄하면서, 몇 날을 못자면서 큰굿을 쫓아다니고, 사진을 찍어대고, 그림을 그리는 이 모든 일이, 그와 그녀들 모두의 ‘전상’때문이라는 거다.
전상, 운명은 하늘에서 준 것이지만 세상사는 것이야, 하늘 이후 내가 선택하며 사는 일이니 전상이란 결국은 개별의 몫일 것이다. 그녀는 ‘나무바가지 아기’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가난’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결핍된 존재로 태어난다. 가난한 집의 여식에다, 가장 나이 어린 막내인 그녀는 동네 사람들이 나무바가지에 밥을 해다 키워준 ‘나무바가지 아기’이며, 이 이름이 동네 사람들의 행위와 관련하여 부여된 것임을 생각할 때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가장 폄하되고 낮게 대우받는 열등한 존재다. 또한 이 나무바가지 아기는 첫째 언니인 은장아기와 둘째언니인 놋장아기로 이어지면서, 가난은 계속 가난을 낳고 대물림되는, 극복하기 어려운 운명이라는 것을 중층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운명의 여신이 천부적이고 사회적·가부장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있는 점은 시사적이다. 그리고 이 점은 가믄장아기 원형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된다. 여성과 가난이 천부적인 운명이라지만, 여성비하의 가부장적인 관습이 천부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가난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개인적 결과라는 것 역시도 지배적 체제의 엄폐논리와 일정하게 맞닿아 있다. 결국 가믄장아기는 자신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가난과 여성이라는 굴레, 사회적으로 굳어져 온 그녀의 차별적 지위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경제력과 독립의 성취에 매진하며, 여성, 가난, 효, 인간관계 등에 관습적으로 굳어져온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데 앞장서 나간다.
그녀는 지금껏 물려져 내려온 모진(나쁜) 전상, 즉 여성과 가난에 대한 차별이나, 효도나 장유유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묻지마’ 관습 같은 ‘나쁜’ 전상을 극복해내고, 그것과는 다른 인식과 실천의 길을 보여주는 여성성의 여신 원형이다.

줄거리
거지부부의 세 딸 중 하나인 가믄장아기는 자신의 뱃또롱 밑 자궁 덕에 살았다는 말로 집에서 쫓겨나지만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당당히 개척해 나가며 창조해 나간다. 마퉁이와 결혼하여 제주 땅에서 황금들판은 일군 가믄장아기는 자신의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줄 아는 위풍당당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러한 가믄장아기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영웅장, 나아가 우리 설화 속에 살아 있는 모신(만神)의 이미지를 긍정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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