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장주는 꿈에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나는 것이 분명히 나비였다.
스스로 즐겁고 뜻 대로라 장주인 줄을 알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조금 뒤에 문득 깨어보니 분명히 장주였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알지 못하겠다.
장주와 나비는 반드시 구분이 있을 것이나 어찌 구별을 할 것인가.
이를 물화(物化; 사물의 변화 만물의 끊임없는 유전이라 한다.
‘장주몽’ ‘호접지몽(胡據之夢)’ 등의 성어를 만들어 즐겨 시문(詩文)에 사용되는 우화로
내편(內篇) 제1편 제물론을 끝맺는 장주의 유명한 글귀다. 호접으로도 쓴다.
속인은 꿈과 현실과 나와 나비를 구분하지만 참된 도를 터득하면
피차의 구별이 없고 모든 것이 하나로 통한다.
따라서 시와 비, 가와 불가, 아름다움과 추함, 크고 작음, 길고 짧음 등의
모든 가치의 대립이 하나로 보이게 되면 꿈도 현실이요 인간도 나비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경지에서야만 참다운 우주의 신비, 실존의 진리, 참된 도를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장자(본명 장주)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이란 화두(꿈에서 내가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지)를 바탕으로,
한 현대인이 꿈속에서 장주가 되고, 또 장주가 꿈을 꾸게 되는 극중극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작품은 기원전 4세기경 중국 전국시대 인물인 장자의 삶과 사상을 다룬다.
장자와 친구이자 현실참여적인 혜시의 논쟁, 장자와 꿈속에 나타난 여인의 대화 등이 펼쳐진다.

21세기 디지털 시대 현대인들에게 맞게 극작 화하여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한 문화 비방으로 제시한 이 작품은 2000년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화동연우회가 거대한 꿈과 놀이의 연극으로 공연되어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인 김광림(66회)씨가 극본을 썼고, 한양의대 교수인 이항(56회)씨가 연출 그리고 극단 학전대표인 김민기(65회)씨가 기술감독을 맡은 것은 물론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47회)씨가 무대미술, 가야금 명인인 황병기(51회) 교수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황 교수는 주제가인 `허정(虛靜)의 노래'와 극중정가 등을 작곡했고, 백남준씨는 1백50여대의 TV모니터 속에 자신의 작품 `버터플라이'를 등장시키는 무대장치를 선보인다.

내가 아는 장주 (莊周) - 작가 김광림
"삶은 끝이 있으나 지식은 끝이 없다. 끝이 있는 것으로 끝이 없는 것을 좇으면 위태롭다."
어느 날 "장자"의 이 구절을 읽다가 무릎을 치며 벽을 향해 냅다 책을 내동댕이쳤던 기억이 난다. 그 얼마나 어리석은 시절이었던가? 초등학교1학년 국어교과서 빼놓고 2번 이상 읽어본 책을 꼽으라면 "삼국지 연의" 홍명희의 "임꺽정" "장자".. 그리고 뭐가 또 있던가? 대단히 게으른 나로서는 책을 2번 읽는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장자"는 여러 차례 읽어도 그때마다 새로운 재미가 있다. 그것은 장주라는 인물이 위대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장주는?
당대의 예술가. 자기 시대에 대한 불만. 현실 정치에 대한 엄청난 관심. 괴팍함. 지독한 뻥튀기. 선이 굵다. 동시에 섬세하다. 감추듯 슬쩍 드러내는 자기과시. 때론 심술도 만만치 않다. 절대로 도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아니다. 여자를 붙잡지도 않지만 물리치지도 않는다. 끝없는 자기 모순....
이래서 나는 장주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낀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 연극에 나오는 장주라는 인물이 나와 비슷하다고들 한다. 흐음, 그런가? 뭐 듣기에 썩 기분 나쁜 말은 아니지만 사실 그건 오해다. 아마도 내가 이 희곡을 썼기 때문에 그렇게 보여졌으리라. 왜냐면 사람은 누구든지 서로 다른 점보다는 닮은 점이 훨씬 더 많으니까 그러니까 장주는 우리들과 비슷한 우리 옆에 같이 숨쉬는 그런 인물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 정말이지 우리는 모두 서로 닮았다. 이 얼마나 즐거운 깨달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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