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명순 '우보 시의 어느 해 겨울'

clint 2018. 4. 14. 21:44

 

 

 

1974년 '민예극장' 공연. 허규(許圭) 연출. 1960년대 이후의 한국 정치와 사회를 은유적으로 비판한 작품이다.

평화를 포식한 끝에 뱃속에 더러운 찌꺼기가 가득 차서 누군가 수술을 해야하는 썩은 우보시에 검은 군대가 진주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자유와 평화의 상호관계를 다루고 있다. 검은 군대에 항거하는 게릴라, 금지된 종을 치는 소년, 자유가 없이는 평화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신부(神父), 방관적인 시민, 질서를 요구하는 사령관 등이 얽혀, 대립·갈등하는 음울한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의 줄거리이다. 이 작품에서 가상의 도시인 우보시와 우보시민이 벌이는 삶의 몸부림은 많은 것을 상징적으로 암시해 준다. 그러나 그런 우화(寓話)가 관객에게 무엇을 암시하려는 것인가에 이 작품의 핵심이 있다. 시민과 군대와 교회라는 세 대립관계에서 작가가 서 있는 자리는 어디냐 하는 것도 문제이다. 이 문제는 그 당시 작가가 겪는 고뇌와, 창작을 함에 있어서의 어려움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우보시의 어느 해 겨울>은 우화적 수법으로 사회와 정치를 비판한 작품으로서 막스 프리쉬의<안도라>와 매우 흡사하다.

 

 


줄거리
고아인 소년은 교회의 종치는 노인과 함께 사는 부지런한 우유 배달원이다. 우보시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주정뱅이 시인은 타성에 젖은 시민들을 걱정하며 얼어 죽는다. 우보시를 호시탐탐 엿보던 검은 군대는 마침내 우보시를 점령한다. 검은 군대의 사령관이 우보시 시민들을 모아놓고 성명을 발표하는 식장에 한 청년이 뛰어들어 검은 군대에 항거하라는 말을 하다가 죽음을 당한다. 사령관을 접견한 시민 대표들이 술집에 모여 우유 배달소년 이야기를 하는데 검은 군대의 무기고가 폭발한다. 무기고를 습격당한 검은 군대는 그 일이 교회의 종소리를 신호로 이용하여 이루어졌음을 알아내고 우보시의 모든 교회를 폐쇄시키고 종을 치는 사람은 극형에 처한다고 발표한다. 우보시에 종소리가 울리지 않자 시민들은 생활 리듬을 잃는다. 어느날 우보시에 종소리가 울리고 검은 군대는 그것이 우유 배달소년의 짓임을 밝혀낸다. 소년은 종지기 할아버지의 유언대로 한 것이라고 선처를 빌지만 사령관은 극형에 처할 것을 명령한다. 사령관은 무기고를 폭발시킨 혐의로 감금되어 있는 신부와의 대화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소년에게 종을 치도록 한 사람이 나온다면 소년을 살려 주겠다고 발표한다. 우보시의 사람들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느끼면서도 끝까지 침묵만을 지키고 소년은 결국 총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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