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고려산 '눈부신 비늘'

clint 2018. 4. 13. 18:06

 

 

 

Ⅰ. 늦깎이 유학생의 고민
늦깎이는 외롭다. 어느 분야든 제 나이에 밟아야 할 과정을 놓치면 혼자서 치러내야 하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늦깎이에 남의 나라에 가서 공부하는 유학생은 오죽할 것인가. 이 극의 주인공 현재인은 30대중반의 유학생 신분으로 웬만한 일에도 주눅이 들고 자학하고 남들을 향해 옳은 항의를 할 때도 속내엔 나약한 콤플렉스가 들어 앉아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에 의심하고 미래에 펼쳐질 삶에도 자신이 없을 뿐 아니라 당장 현실을 헤쳐 나가야하는 어려움에 갈등한다. 그러나 혼란스런 주인공의 현실은 구원의 통로가 되는 꿈속에서 역사 속 인물과 조우하는 암시 한 마디를 던진다. “와인이 아니라 똥물이라는 것을”

Ⅱ. 역사 속 인물과 조우하는 꿈

우리는 어떤 어려움 앞에 봉착하면 어떡하든 해결의 길을 찾으려 한다. 그럴 때 가장 신뢰하는 사람의 경우를 떠올려 보는데 “이럴 때 아버지는 어떻게 했을까?” “선생님은.....?” “형은.....?” 주인공은 자신의 처지와 비슷했을 역사 속 인물에게서 그 길을 찾고자 한다. 그들은 원효와 의상으로서 이들은 신라에서 당대의 상징적이 되다시피 한 인물들이다. 의상은 당나라 유학을 다녀왔고 원효는 가는 도중에 깨달은 바가 있어 그냥 돌아온 인물이지만 둘 다 성사라는 최고의 존칭으로 기록되어 있다. 삼국유사에 보면 원효가 관음보살을 찾아가는 길에서 관음보살의 현신을 몰라보고 궂은 농지거리로 지나쳤다는 일화가 있다. 이 극의 주인공도 자신을 찾아온 원효를 몰라보고 두 사람 간에 벌어지는 한바탕의 활극에서 연극이 재미있는 장르임을 증명하는 길로 이끌기도 한다. 유학생활의 의미로 고민하고 현실의 고충에 갈등하는 주인공은 원효와 의상과 대화를 나누며 선각들의 혜안을 듣고자 하지만 모르는 사람한테는 쥐어 줘도 모르는 법! 주인공의 물음에 원효와 의상의 대답은 겉도는 듯 들린다. 그러나 묻다묻다 지친 주인공은 이슬비에 옷이 젖는다고 원효와 의상에겐 생소한 테크노 음을 설명하다가 원효가 강조한 “그러다 보면” 이란 대사를 주인공 자신도 모르게 읊조리면서 애타게 찾고자 하는 길에 들어서 있게 된다.

Ⅲ. 눈부신 비늘

연극은 주인공이 깨달은 바를 확실하게 들어 내놓는 장치로 전화기 녹음을 활용한다. 꿈은 기억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녹음된 음성에서 간밤의 꿈을 기억해 내고 방안을 둘러보는 주인공, 꿈은 꿈일 뿐 무대의 상황에 변화가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력은 작은 힌트 하나로 큰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는 것. 창밖을 내다보는 주인공은 눈부신 풍경이 모두 새날을 준비하는 “눈부신 비늘”임을 깨닫는다.

 

 

고려산 (한국희곡작가협회)
2005 전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9 한국희곡작가협회 신춘문예 당선
2009 제3회 대한민국청소년희곡제
교사 및 일반부문 당선
한국극작워크샵 9기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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