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산에서 실종된 아버지 상출이 1년 만에 돌아와 말을 잃자 아들 길수가 그 이유를 밝혀내는 내용이다.
6·25전쟁의 상흔을 다룬 작품이다. 약초를 캐러 나갔던 길수 아버지 상출이 약초를 캐러 나갔다가 1년만에 실신한 상태처럼 보이는 정신이상자로 다시 돌아온다. 그렇지만 가족이나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된 이유를 모른다. 길수는 그 원인을 찾기 위해 다시 길을 찾아나서고 마지막에 길수 아버지가 넋두리 하는 말은 한국전쟁의 비극적인 단면을 표현해 준다. 계곡에서 사상자 해골을 무더기로 발견하였는데 그 해골을 다 묻어주고 오느라 늦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너무 비극적인 사실을 보고서 실성하는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심사평: 한태숙(연출가), 김태웅(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연출가)
선택의 고민은 기뻤다. 아니, 행복했다.
100 여 편이 넘는 응모작이 그려내는 세계 안에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반짝이는 사유를,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본을 숭앙하는 이 시대에 연극에, 희곡창작에 매달리는 영혼은 얼마나 무력한가? 아니 얼마나 위대한가? 응모작 중 강경은의 ‘마중’, 김지훈의 ‘설명서 클럽 종신회원’, 김특영의 ‘잠’, 홍지현의 ‘변기’, 주혁준의 ‘허수아비’, 최호종의 ‘돼지들의 아침식사’가 최종 거론되었다. 이들 희곡은 당선작이 될 저마다의 장점과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마중’은 다소간의 상투성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깊이 있고 성숙한 의식이 돋보였다. ‘설명서 클럽 종신회원’은 독창적인 주제와 극을 끌어가는 솜씨가 돋보였으나 무리한 설정과 대사의 사변성이 문제였다. ‘잠’은 현실과 환상의 설득력이 있는 결합이 좋았으나 상징이 지닌 자폐성이 지적되었다. ‘변기’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반전과 아이러니의 묘미를 살렸고, 무엇보다 ‘신=변기’ 라는 설정이 지닌 풍자의 폭발성이 좋았다. 그러나 반전이 다소 무리라는 평도 받았다. ‘허수아비’는 대사나 지문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오래 공 들인 흔적이 쉽게 발견됐다. 역사적 상상력이 돋보였다. ‘돼지들의 아침식사’는 관계의 인위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상징의 그로테스크함을 통해 자본의 폭식성, 어처구니없음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변기’와 ‘허수아비’ 두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당선소감 주혁준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졸업
△현 극단 목화레퍼터리컴퍼니 단원
△‘만파식적’ ‘백마강 달밤에’ ‘용호상박’ ‘로미오와 줄리엣’ 등 출연
2차대전 패전국인 일본의 한 병사가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은 줄 알고 필리핀 어느 산 속에서 살며 종지부 찍은 전쟁에 대비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의 전쟁은 60여 년 전에 끝났건만, 무엇이 그 병사로 하여금 전쟁의 진행형을 평생 의식 속에 심었을까요. 우리는 지금 전쟁이 끝나지 않은 세계유일 분단국가에 살고 있습니다. 지역 계층 간 갈등이 이제는 진보?보수, 친미?반미로 서로의 목청 높이며 전쟁을 망각하고 있지만, 실상 우리는 그 일본군이랑 다를 바 하나 없지요. 과거를 잊고서는 장밋빛 미래 없습니다. 과거란 바로 선조들이 살아온 지혜이기 때문입니다. 벌초하다 낫에 손가락을 베인 적이 있습니다. 할머니께서 쑥 뜯어다 돌로 찧어 제 손가락에 얹어주니 피 금새 멎더군요. 할머니의 지혜가 그리운 밤입니다. 제 인생, 헛길 가지 말라 밝혀주는 등불 있어 행복합니다. 때론 아버님이자 스승님 그리고 동료로 항상 채찍질 아끼지 않으시는 오태석 선생님께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말 외에 수식어 있다면 붙이고 싶습니다. 동고동락하는 극단 목화 가족께도 감사하다는 말 전합니다.
“습작도 많이 해 본 솜씨고 실제 연극 무대에 아주 능숙한 사람이다.”
최종심에서 심사위원들은 응모작 ‘허수아비’를 놓고 이렇게 추측했다.
아니나 다를까. ‘허수아비’로 희곡 부문에 당선된 주혁준(37) 씨는 연출가 오태석 씨의 제자(서울예대 극작과)이자 오 씨가 이끄는 목화레퍼토리컴퍼니 소속 배우였다. 극단의 기획도 맡고 있는 그는 습작만 50편이 넘는 ‘준비된 프로’였다. “당장 공연해도 손색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고 글이 안정돼 있다”는 심사평은 어쩌면 당연했다.
목화에 입단한 지 8년째. 대학 졸업 후 오 씨의 권유로 배우가 됐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빡빡머리 사제 등 주로 개성 강한 ‘캐릭터 배우’로 연극과 영화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신춘문예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1년에 4편씩 꼬박꼬박 작품을 썼고 2002년부터 매년 도전한 끝에 이번에 당선됐다. 대학로에서 그의 당선은 화제가 아닐 수 없다. ‘기성 연극인’인 그가 왜 굳이 신춘문예에 응모했을까.
“스스로에 대한 존재 증명 같은 거죠. 작가로서 존재감을 갖고 싶었어요. 글을 쓰고 싶어서 28세 때 극작과에 늦깎이로 들어갔는데 연기를 하다 보니 작가로 불리기는 힘들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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