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가정은 언제나 뒷전으로 두고 강압적으로 대하는 태수.
그는 자신의 두번째 아내인 선영의 생일에도 회사일로 늦는다고 연락해 온다.
평소 그런 그의 모습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태호와 선영은
점차 태수의 전처인 혜미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는데...
1964 년 집필 공연

작가의 글 - 박현숙
이 작품은 1964년에 쓴 희곡이다. 어느 날 내가 존경했던 분이 갑자기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기사였었다. 자살이냐? 타살이냐? 로 신문은 온통 떠들썩했던 그즈음 나는 그 죽음에는 무엇인가 석연치 않은 실마리가 담겨져 있을 것이란 의문이 생겼다. 말하자면 그분은 건강했었고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을 분이 아니라는 나의 신념이 내가 이 작품을 쓰게 한 동기가 된 것이다. 가끔 우리 주변에서 외부의 의지가 작용되어 사라져가는 끔찍한 사건들이 목격되며 그것이 얼마나 우리 모두를 슬픔과 통곡으로 몰아넣고 있는가? 지금은 세월이 흘러 그때의 충격은 사라졌고 더구나 그때 쓴 작품이 오늘의 시각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몰라도 어떻든 이 작품은 사실에 의거해서 써본 것이다. 말하자면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할 사람들끼리 한 사람의 과격한 독선적인 성격 때문에 무참히 파멸로 몰고 가는 불행. 나는 동생 태호를 통하여 약자의 편에 서서 저항해 보려고 썼던 것이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너무도 오래전 일들이 지금의 나로 하여금 다시 상기케 하여 일종의 즐거움 이랄까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송수스러운 마음이다.

박현숙이 본격적으로 문단에 데뷔한 것은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막희곡 <항변>이 입선하면서부터다. 이듬해인 1960년에 역시 같은 신문에<사랑을 찾아서>가 가작으로, 그리고 1961년에는<땅 위에 서다>가 당선됨으로써 당당한 신인극작가로 연극계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1960년, 박현숙의 등장은 김자림과 더불어 우리 연극계에 본격적인 여성작가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두 작가가 활동을 시작하기 이전의 여성극작가라면 심재순, 나혜석, 김명순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은 각각 한 편씩의 희곡만을 남겼으므로 본격적인 의미의 극작가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두 여성극작가의 탄생을 기점으로 하여 우리 연극사에서도 본격적인 페미니즘 연구가 가능해졌으며, 여성 시각을 통해 본 세계가 더해졌다는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연극평론가 이미원은 “박현숙의 작품 세계는 여성작가답게, 사랑과 가정에 그 중심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봉건 잔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부부나 남녀간의 사랑이 빚는 애증을 통해 가정을 그렸으며, 결말은 항시 휴머니즘적이며 건전한 상식을 강조한다. 그러하기에 가정 내의 여성 입장을 그렸으면서도 그 시각이 항시 조심스럽고 보수적이어서, 급진적 페미니즘의 시각을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그러나 여성작가에 의해 여성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의의를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현대극작가연구>, 이미원, 연극과인간, 2003) 라며 박현숙의 등장이 갖는 연극사적 의의를 강조한다.
박현숙은 20대에 6·25전쟁을 겪고 등단하여 임희재, 오상원, 이용찬, 하유상 등과 함께 활동했던 전후 작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최근까지도 신작 희곡을 발표할 만큼 왕성한 창작 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전후 작가’라는 세대 구분은 그녀가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시기에 비중을 둔 평가이다. 박현숙이 연극계에 데뷔했던 1950년대 후반은 희곡과 연극에서 사실주의 기법이 퇴조 현상을 보이면서 비사실주의 기법들이 실험되기 시작했던 시기이다. 물론 비사실주의 기법은 사실주의 희곡에 비해 양적으로는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신인작가를 막론하고 중요한 창작 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박현숙도 사실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비사실주의 기법을 부분적으로 도입하면서 다양한 기법의 변화를 시도했던 작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자신이 살아왔던 시대상을 작품 속에 투영하고자 했기 때문에 그녀의 작품은 일제시대, 6·25전쟁, 남북분단, 4·19혁명 등 역사적 사건을 다룬 것들이 많다. 특히 여성작가만의 섬세한 감각으로 역사적 사건을 가정으로 끌어들여와 한 가정 내의 인물들이 역사적 사건들과 어떻게 부딪치고 희생되며, 견디어 내는가 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박현숙은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핵심을 관통하며 우리 사회와 정치에 대한 객관적인 비판을 시도했던 최초의 여성극작가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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