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민숙 '봉숭아 꽃물'

clint 2018. 3. 8. 19:28

모노드라마 작품

 

 

 


승혜는 39 살, 평범한? 주부. 승혜 아버지는 미전향 장기수, 37 년 전부터 복역 중이다.
승혜 어머니는 남편과 꼭 3 년을 같이 살아보고 승혜 하나를 키우고 지금까지 살았다.
승혜가 자라면서 상처를 입을까봐 승혜 아버지의 정체를 숨기고 살았다.
승혜 아버지 환갑이 내일이다. 승혜 큰아버지가 교도소에 귀휴를 신청하여 허락을 받았다.
승혜는 큰아버지에게서 내일 아침 교도소에 같이 마중가자는 전화를 받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안 간다고 한다.       

 

 

 

 

 

미전향 장기수인 아버지가 특별귀향조처로 가출소, 생일을 화곡동의 큰집에서 맞는다는 사실을 연락받고 그날 하룻동안 딸 승혜의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회상, 생일잔치에 갔다온 뒤의 변화된 생각들을 한번도 폭발하지 않는 절제된 감정으로 잔잔하게 그린다. 승혜는 두 아이를 둔 38살의 가정주부. 월북한 남편과의 짧았던 3년간의 결혼생활을 소중히 간직하며 수절해 온 승혜의 어머니는 남파된 남편이 북에서 새장가를 들고 두 아이까지 낳았다는 사실을 알고 대전의 구치소에도 발길을 끊었다. 남편의 회갑잔치에도 딸만 보낸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손톱에 들인 봉숭아 꽃물이 첫눈 올 때까지 사라지지 않으면 옛사랑이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해마다 봉숭아물을 들인다. 큰집으로 가는 딸의 손에는 고이 간직해 온 남편의 옛날 모시옷과 남편이 좋아하는 콩국을 들려 보낸다. 자신은 동네 노인정에서 `죽은' 남편의 생일잔치를 연다.

이 작품의 흐름은 승혜와 어머니의, 아버지와 남편에 대한 존재와 의식의 엇갈림이다. 각색자이며 연출가 이상우씨는  “이 작품은 분단이나 통일에 대한 소망을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한 인간의 내면을 통해 느끼게 한다. 처음 읽었을 땐 체념이 깔린 슬픔 같은 것을 느꼈지만 두번, 세번 거듭 읽으면서는 어떤 매듭의 풀림을 예고하고 있는 아득한 슬픔, 분단현실을 해결할 힘의 생성을 동시에 발견하게 됐다”고 말한다. `배우의 예술'로서 이 연극의 의의를 전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관객에 대한 `스토리텔링' 위주가 아니라 원작소설을 최대한 살려, 관객과 거리를 둔 `제4의 벽'을 설정한다. 이 벽은 승혜의 화법으로 나타난다. 승혜와 현실의 어머니의 대화, 승혜와 승혜 마음속에 있는 어머니와의 대화, 승혜와 자기자신의 대화, 그리고 그것과 미묘한 차이를 갖는 승혜의 방백으로 이루어진다. 현실의 어머니는 갈등의 대상이나 마음속의 어머니는 화해의 대상이다. 간첩으로 남파되어 체포된 뒤 전향을 거부한 아버지로 인해 어두운 삶을 살아온 여인이 하루의 구휴로 세상에 나온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평생 기다리며 살아온 어머니의 손톱에 물들여진 붕숭아 꽃물을 보며 이념, 사상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소개
1946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빙하의 새』가 당선되었다. 1969년 연세대학교를 졸업, 강은교, 김형영, 박건한 등과 함께 시 동인지 『70년대』를 창간하고, 도서출판 삼중당에 취직하였다. 이후 10년 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1977년 첫 시집 『명궁』을 출간하였다.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산역』이 당선되어 소설가와 시인의 길을 병행하면서 단편 『높새의 집』 『갈매기』 『누란시집』을 발표하였다. 1980년 전업작가로 나서 김원우, 김상렬, 이문열, 이외수 등과 함께 소설 동인지 『작가』를 창간하고, 단편 『바오밥나무』 『모기』 등을 발표하였다.
저서로 시집 『名弓』(1977),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1992) 등이 있고, 소설집 『敦煌의 사랑』(1983), 『부활하는 새』(1986), 『원숭이는 없다』(1989), 『오늘은 내일의 젊은 날』(1996), 『귤』(1996), 『여우 사냥』(1997), 『가장 멀리 있는 나』(2001), 『둔황의 사랑』(2005, 2005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의 책 100’ 선정 도서) 등과 장편소설 『별까지 우리가』(1990), 『약속 없는 세대』(1990), 『협궤 열차』(1992) 『삼국유사 읽는 호텔』(2005)등이 있으며, 그외 산문집 『이 몹쓸 그립은 것아』(1990), 『꽃』(2003), 장편동화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1994)가 있다. 이 중 단편 「둔황의 사랑」 「원숭이는 없다」 「사막의 여자」 등이 각각 프랑스어, 중국어, 독일어, 영어 등으로 번역되어 해외에 소개된 바 있다.

 

 


1980년대에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한 그의 작품세계는 80년대의 일반적인 소설 경향과는 뚜렷이 구별되어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다. 직접적인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시적인 문체와 독특한 서술방식으로 환상과 주술의 세계를 자유롭게 비상하는 그의 소설은 1980년대의 시대적 부채감에서 자유로웠다. 또한 1990년대 들어서는 자전적 색채가 짙은 여로형 소설을 발표하여 삶의 본질적인 쓸쓸함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1995년 작품인 「하얀 배」는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과 대상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통해 정서적인 격조를 잘 살려낸 서사 기법으로, 전통적인 플롯의 규범에서 벗어나 정밀한 묘사를 통해 특유의 비유와 상징을 살려내면서 소설적 공간을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간의 일정한 간격과 정감의 흐름에 따라 도달하게 되는 이 소설의 결말은, 인간의 삶과 그 삶의 가치를 규정해주는 ‘말’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귀결된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모든 대상은 단순한 물리적 사실을 넘어서는 의미를 시사하고, 그 의미의 중첩에 의해 주제의 통합을 가능케 했다. 그런 소설적 기법은 이야기의 서술에서 미학적 거리의 조절에 성공하고 있는 이 작가의 탁월한 솜씨를 말해주는 것으로서 한국 소설 문학이 새로운 기법, 새로운 주제, 새로운 언어, 새로운 구조에 의해 그 지평이 더욱 넓혀질 수 있게 하였음을 확신하며, 섬세한 언어와 서정적 격조로 자기 소설의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었다.
1983년 『돈황의 사랑』으로 제3회 녹원문학상, 1984년 『누란』으로 제3회 소설문학작품상, 1986년 제18회 한국창작문학상, 1994년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로 제39회 현대문학상, 1995년 『하얀 배』로 제1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2007년에는 제10회 김동리 문학상을 받았다. 현재는 창작에 전념하면서 문학비단길 고문과 국민대 문창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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