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세근 '취선록'

clint 2018. 3. 10. 08:16

 

 

 

 

조선영조의 세자인 사도는 어려서부터 권력과 지식의 고착된 틀 속에 갇혀 자란 탓에 궁궐이 주는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서 궁궐은 60년전 송시열이 대표했던 이성적 격식과 희빈 장씨가 대표했던 감상적 분망이 부딪혀 장씨의 아들인 경종을 시해하고 왕위에 오른 영조가 자신의 권위를 지키고 죄의식을 호도하기 위해 인위적인 통제를 가용하는 세계이다. 이 안에서 사도는 외적으로는 노론의 당파적 독선과 내적으로는 세자빈 홍씨의 예법적 편집에 둘러싸여 자아의 자유로운 배출을 이루지 못한 탓에 생겨난다. 그로 인해 그는 영조의 무자비한 권력의 상징인 천둥과 번개를 극도로 두려워 하고 세자빈으로 대변되는 신분의 억압을 상징하는 예복 입기에 병적인 거부증세를 보인다. 그러나 어느날 궁궐 밖에서 자신에게 죄어오는 노론의 음모를 확인하고 지화라는 무녀에게서 들새 같은 생명력을 얻어받아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그리고 몸과 마음의 자유와 해방에 대해서, 그리고 몸과 마음의 자유와 해방에 대해서 인식을 새롭게 한다. 그는 마침내 비상시 탈로 상징되는 영조의 억압적 권위를 이겨내고자 칼춤을 추기 시작하고 지화의 화완옹주로 대표되는 여성적 생명력을 통해 자기 초월을 이루고자한다. 이 일은 외부로부터 여러 사건과 내부에서 행해지는 술과 춤과 탈놀이 등을 통한 제의적, 유희적 의례를 거쳐 마침내 빗속에서 이루어지는 화완과의 육체적 합일로 성취되지만 금기라 할 근친상간적 행위의 결과 영조의 정치적, 도덕적 권위를 가장한 질투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음을 겪는다

 

 

 

      

 

왜 사도는 뒤주에 갇혀 죽어야 했을까? 왜 영조는 그의 아들 사도를 뒤주에 가두고 죽였을까? 왜 그랬을까? 역사 다시 보기를 통해 세인의 관심을 모아본다. 우리는 세자 사도가 꿈꾸었던 자유의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궁궐에 주는 억압과 틀에 박힌 예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들새의 꿈을 바라본다. 작품을 위한 선택- 사실주의니 상징주의니 무슨무슨 기법이니 이런 용어는 벗어 던진다. 중요한 건 총체적 이미지의 전달이다.- 인물의 내면 심리는 사건의 전달 위에 있다.- 광대는 이미지 전개의 도우미이다. 관객은 끊임없이 그들이 가졌던 역사적, 도덕적 선입견과 충돌해야 할 것이다. 배우는 사도의 죽음이 자유를 위한 꿈의 서곡임을 믿는다. 무대는 텅빈 공간이면 된다. 조명은 Blue를 음악은 Red를 기본 개념으로 한다. 의상은 신분을 드러내는 수준에서 인물의 심리색채를 띤다. 주어진 여건을 지시하며 여건에서의 최선을 다한다. 마지막으로 서로를 사랑한다. 우리는 그가 휘두르는 칼끝 하나 하나에 굴레의 끈이 감겨 있음을 본다

 

 

 

 

 

 

그가 자신의 속내를 감추기 위해 껍데기를 만들어 썼다면 나는 내 속내를 드러내기 위해 껍데기가 있어야 했던 게 아니었겠는가? 그래서 감추고 드러내고, 미워하고 두려워하고, 또 죽이겠다 하면서도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아니랴? 서로가 필요했던 것이리라. 결국 마음만 더욱 더 깊이 갇히게 되었을 뿐... -사도의 대사 중에서 취선록은 조선 왕조 역사상 최대의 비극이자 역사적 미스테리이기도 한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그려낸, 희곡 중에서는 역사적 상상력의 극대화와 극적 긴장감이 최고도에 달한 작품이다. 사도세자와 영조 그리고 그들을 둘러 싼 인물들의 정치적 역학관계는 물론 사도세자, 영조의 심리적 내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우리나라 희곡 문학의 백미라고 일컬을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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