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시원 '녹차정원'

clint 2016. 11. 23. 18:27

 

 

 

여자친구와 달콤한 사랑에 빠진 재수생 다롱은 장폐색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인 형도 이런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불안한 가족들은 형에게 억지로 운동을 시키고 장폐색증이 재발하지 않도록 요플레를 열심히 먹인다. 형이 안쓰러운 다롱은 형의 첫여자를 찾으며 형의 데이트를 몰래 준비한다.중증 뇌성마비 장애우와 그 가족이 주고받는 사랑의 의미와 나름의 방식으로 장애를 보듬고 극복하려는 가족의 이야기 이다.

 

『다롱은 형도 자신처럼 사랑의 느낌을 느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형의 걱정에 고민하던 다롱에게 하루가 형에게 여자친구를 만들어주자고 제안을 한다. 마침내 다롱과 하루는 형의 첫 여자를 찾아 나서고.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가족 모두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저녁나절, 가족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형의 귀가를 기다린다. 그렇게 행복했던 하루가 저물어가고.....』

 

 

 


옥랑희곡상을 수상한 이시원의 이작품은 대구연극제 대상도 수상하였다

 

 

 

 

재수생인 다롱에게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여자친구와 달콤한 사랑에 빠진 다롱은 형도 이런 행복한 감정을 느껴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장폐색증으로 수술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긴 형은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다롱이를 비롯한 가족들은 형이 다시 아플까 봐 늘 불안하고, 아버지는 본격적으로 강도 높은 운동을 시키기 시작합니다. 형은 중증의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혼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다롱이와 텔레비전을 보고 아버지가 시키는 운동을 억지로 하고, 목숨까지 위태롭게 할 장폐색증이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요플레를 열심히 먹어야 하는 형. 그런 형을 볼 때마다 다롱이는 형이 즐겁고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꼭 찾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마침내 여자친구와 함께 형의 첫 여자를 찾아 나선 다롱은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단번에 퇴짜를 맞지만, 여전히 꿋꿋합니다. 햇살 좋은 늦여름의 오후, 한껏 멋을 낸 형과 다롱이 신이 나서 외출 준비를 합니다. 수박을 사 들고 온 누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집안 청소를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비밀스런 형의 데이트를 귀띔해 주는데….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가족 모두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저녁나절, 가족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형의 귀가를 기다립니다. 그렇게 행복했던 하루가 저물어갑니다.

 

 

 

'녹차정원'이란 제목 그대로 녹차 나무가 있는 다롱이네의 정원을 중심 무대에 놓고 극을 진행한다. 극 사이 사이 '시원한 녹차가 담긴 컵', '녹차 초콜릿'이 소품으로 등장해 담백하고 진한 녹차향을 객석에 전달한다.

연극 속에서는 줄기차게 비가 쏟아진다. 우울한 빗소리와 함께 다롱이네 가족사가 하나 하나 벗겨진다. 노장 강영걸 연출의 손길이 닿아 장면 장면이 상당히 담백하다. 과하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작가의 의도를 잘 살려내는 연출로 인해 관객의 마음 역시 움직였다. 연극이 관객을 확실히 제 편으로 만든 건, 영재 역 배우 김용민의 환상이 드러나는 장면이 펼쳐지면서부터이다. 조명이 가세한 가운데, 마술을 부리듯 뇌성마미 장애인에서 건강한 청년으로 변신한 영재는 '녹차정원'이 자신의 마음이 사는 집이라고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눈물, 누군가의 짐이 되는 장애인의 모습’을 혼신의 힘으로 담아낸 배우의 열연으로 인해 관객들은 잠시 가슴이 먹먹해진다. 햇살 좋은 늦여름의 오후, 긴장의 끈을  놓고 하루쯤은 즐기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다롱이가 여자친구 ‘하루’를 통해 삶의 행복을 맛보듯, 누나가 듬직한 ‘남자친구’의 유머로 인해 잠시나마 웃게 되듯, 영재 역시 생애 처음으로 여자친구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외출준비를 한다. 장애인의 사랑 역시 일반인과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이번 연극은 장애를 지닌 형 영재가 전하는 녹차향으로 인해 잔향이 강하다. 특히, 발톱깎기, 신발 고르기, 현빈 머리스타일 만들기를 보여주는 외출준비 장면은 연극적 위트와 세심함이 가득한 장면이기도 하다.

연극 속에서는 '경찰청 창살 쇠철창살' 같은 발음하기 힘든 문장을 주고받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뇌성마미를 가진 이들의 부정확한 발음을 듣고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에 대한 은유장치이자, 우리네 역시 모든 문장을 완벽히 발음하지 못함을 연극적으로 꼬집고 있는 장면이다. 장애를 지닌 이들도 같이 보듬어야 할 존재라는 식의 교훈적인 작품으로 흐르지 않고, 중간 중간 관객들을 사유의 시간으로 이끄는 매력있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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