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연작 소설이다. 작가 이문구가 77년 서울을 떠나 '발안'에 들어가 생활하게 된 이래, 최근까지 발표된 중 단편의 모음인데, 연희 광대패에서 공동각색하여 공연한 대본이다. 모두 70년대 산업 사회 속에서 농촌의 소외 문제와 농촌 구성원들이 겪는 갈등의 문제, 그리고 농촌의 피폐 및 해체화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농촌적이면서도 부정적인 당대 현실과 80년대 우리 농촌 모습을 예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더러는 새로운 시대 상황에 잽싸게 편승하고 더러는 못마땅해 하면서도 마지못해 합류하기도 하는 불특정 다수의 평범한 주민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무 것도 아닌 듯한 일상적인 대화에서까지 이 시대를 증언하고 있다. 거부하는 몸짓 또한 소극적이긴 하나 현실적 인고와 미래에의 기대를 동시에 함축하고 있어서 보통 사람들의 숨겨진 저력을 돋우어 상징하는 측면을 보이고 있다. 이문구는 농촌을 다루더라도 도시와 대립되는 면만을 보여 주지 않는다. 그의 작가적 의식은, 농촌 속에서의 삶 자체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듯이, 그 환경 속에서 지배와 피지배라는 이원적(二元的) 현실을 파악하려고 했다.
이 작품은 산업 사회로 인해 점차 전통적 농촌 사회가 마멸되어 가는, 농촌의 현실적 삶의 현장을 풍자적 시각으로 묘파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농촌을 계몽의 대상으로 파악하여 농촌의 도피성, 서정성, 토속성 등을 부각시킨 종래의 농촌 문학 규격을 벗어나서 농촌이 바로 우리들의 삶의 현장이며 그 속에는 많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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