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살자라는 낙인이 찍혀 사회적 죽음을 맞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진실을 추적한다. 그러나 햄릿이 만나는 건
가치 매겨지고 해석되고 유통되어 지거나 금지되는 정보들이다.
결국, 정보의 통제가 힘이며 이는 모호함과 속임수 속에 존재한다.
햄릿 역시 진상을 밝히기 위해 마찬가지로 속임수를 사용하고 또 본의 아니게
다른사람의 희생을 부르게 된다. 그러나 이미 시작한 일은 멈출 수 없다.
햄릿의 어머니인 거트르드와 폴로니어스, 그리고 왕 클로디어스간의 팽팽한
권력에 대한 투쟁은 미디어의 조작으로 표현되며,
이는 지금 우리사회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로 인해 햄릿과 오필리어의 순수한 사랑은
희생되어 지고 어머니의 맹목적 사랑 역시 햄릿에 눈에선 왜곡되게 비춰진다.

On Air Hamlet은 살인자를 처벌하기 위해 암살을 계획할 수밖에 없는 자가당착,
다시 말해 자신의 목적과 의지에 상관없이 게임의 법칙에 의해 행동하게 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누가 가해자이며 누가 희생자인지 분간할 수 없다.
명백한 희생이 치러지는 데도 단지 게임일 뿐이고, 게임이 끝난 후에는 replay된다.
세팅된 게임의 보이지 않는 법칙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대체 이 게임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누가 만든 것인가?
송형종 연출은 비좁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극장의 공간을 일단 비워놓고
이미지 단위로 분할하여 사용 한다. 최소한의 것으로 증폭된 이야기를 건네 온
연출가는 빈 무대, 여백을 위한 절제된 연기, 쌓았다가 지우는 장면 이미지의 충돌 등을
중요한 코드로 사용한다. 덕분에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실체 없는 이미지의 실체와
보이지 않는 구조의 구조를 감각적으로 경험할 기회를 얻는다.

햄릿은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진실을 속이는 아이러니에 빠져있다.
그래서 극의 처음에 죽은 것으로 되어있던 햄릿이 자신의 장례식에 나타나 주위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햄릿은 어머니 거트루드가 클로디어스와 결혼한 것으로
인해 그녀에 대한 극심한 애증의 감정을 보이며 어머니를 경멸한다.
한편 햄릿의 액션을 주로 끌고 가는 것은 선왕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터리를 풀려는 데
있고 결국 그는 선왕이 무기 밀매자들을 소탕하는 대신 무고한 국민들을 살해한 후
그 충격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 그렇게 유도한 것이 삼촌 클로디어스임을
밝혀내고 그를 살해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클로디어스는 죽기 전 햄릿 역시
자신의 죽음을 가장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그 대신 불에 타 죽게 했고 그로 인해
암살자가 처형되는 등의 일에서 햄릿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햄릿을 살해하려는 클로디어스를 거트루드가 막다가 죽음을 맞고 이제 햄릿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현실은 되었지만 그는 혼란에 휩싸인다. 그의 권력을 앗아갔던
사람들을 죽인 후 그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인간적 모습을 내화해야하는 현상을
목도하고 고통스럽게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아무도 믿지 말고”라고 외친다.
이런 기본 플롯에 덧붙여 인물들이 하는 말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에 의해 녹음되고
그 녹음된 내용이 다시 재생되는 장면으로 비밀이 없는 현실과 하시라도 노출될 수 있는
정보의 속성 및 어떤 개인도 완벽한 사생활을 가질 수 없도록 되어 있는 그물망 같은
권력의 속성이 노출되도록 짜여져 있다

이 극은 세 가지 점에서 흥미롭다. 인물들은 서로 가깝게 인간관계를 맺고 있지만 언제든지 서로를 배반할 수 있는 각자의 동기가 있다. 햄릿은 선왕의 누명을 벗기고 권력 암투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호레이쇼와 비밀리에 협력한다. 한편 클로디어스의 임명을 받아 호레이쇼는 클로디어스가 궁극적 수장인 국가 정보원에서 일하고 거기서 나오는 정보는 햄릿에게 흘러 들어가 햄릿이 클로디어스에게 복수하는 것을 돕는다. 또 클로디어스의 오른팔로 여겨지는 폴로니어스는 클로디어스를 돕는 것 같지만 이 둘은 서로가 서로의 정보를 탐색하고 있고 서로 어디까지 자신들의 비밀이 노출되었는 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다가 서로를 배신한다. 햄릿을 죽이려고 하는 인물은 클로디어스가 아니라 폴로니어스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클로디어스를 무기 밀매로 압박해오던 보이지 않던 손이 바로 폴로니어스이다. 거트루드는 호레이쇼에게 엄마와 여인같은 이중의 역할로 그의 자발적이고도 순진한 충성을 받지만 막상 그녀 자신과 호레이쇼 중에서 일인을 선택해야 할 순간에는 그를 배반한다. 결국 햄릿의 마지막 말, “아무도 믿지 말고”는 이제 새로운 권력자가 된 햄릿이 누구에게 배신을 당하게 될 것인가 하는 당연한 미래를 예견하는 발언이다.

엇물려 있는 인간관계들이 정보의 파악과 노출을 통해 타이틀이 시사하는 on-Air적 현상이 드러나게 되는 것은 흥미롭다. 진실이나 진술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어서 결국 비밀은 없다는 것을 이 극은 한편에서 말하면서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렇게 비밀도 없고 단독적인 것도 없는 세계는 안전하며 견딜만 한가라는 문제를 던지고 있는 극이다. 이 두 번째의 시사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 극에 내장된 힘이라 할터이다. 얼기설기 맛물려 있는 인간관계는 항상 배반의 고리를 내포하고 있고 모든 것이 결국 밝혀지고 마는 진실의 on-Air적 현상은 진실을 알게 되어서 다행한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알게 되어서 도리어 무서운 것이 된다. 극 말미에 선왕의 진실을 파악하게 되기까지의 햄릿은 아직 삶의 ‘안전하지 못함’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클로디어스를 죽인 후 비밀의 노출에 대해 그는 평생 스스로를 경계해야하는 두려움에 처해있게 된다. 그것이 그가 직면하고 목도하는 진정한 진실이며 그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짓는 진실이다. 자신의 미래를 구속하게 될 인생의 on-Air적 현상의 진실에 눈을 뜨게 된 햄릿에게 이제 안온하고 따뜻한 삶은 부재하다. 존재론적 실존의 불안함을 주제로 저변에 흐르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On Air-햄릿 』이 주제적 튼실함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극에서 원작을 상당히 비틀어 뜨리고 있는 또 다른 측면은 거트루드가 클로디어스와 결혼해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설정한 점에 있을 것이다. 검은 옷을 입고 관능적이면서도 우아하게 추는 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트루드는 성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그녀는 자신의 감당하기 어려운 성욕 때문에 햄릿의 숙부와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햄릿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결혼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원작과는 달리 폴로니어스와도 성적으로 연루된 적이 있던 것이 언급되는 데, 이도 햄릿의 생존과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거트루드는 이중의 목적을 성취하는 여성이다. 그녀는 남성들에게 성적 대상으로 보이지만 자신은 대상화된 자신의 외모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여성성의 위장만이 그녀와 햄릿을 생존하게 하는 실꾸러미임을 그녀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진짜 성욕을 가진 여성이 아니라 성적으로 대상화되면서, 여성을 대상화하는 남성이 빠지게 되는 함정을 이용하는, 즉 여성성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살아남으려는 여성이다. 순진한 청년, 호레이쇼에게 모성성과 여성성을 함께 활용해 그의 충성을 받아내지만 그녀는 역시 그를 배신한다. 이 극에서는 햄릿 못지않게 거트루드를 극의 중심에 놓고 있고 그녀가 맺는 남성들과의 관계가 남성들 관계의 축을 구성하게 되어있다. 햄릿이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선왕의 죽음보다도 어머니의 급속한 결혼이다. 거트루드에 대한 그의 애정과 불신은 오필리아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변질시키고 그 자신을 변질시킨다. 클로디어스도 거트루드의 여성성의 함정을 알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모순에 빠져있고, 폴로니어스도 결국 거트루드의 보복을 받는다. 또 한편 거트루드는 연약한 여성, 남성이 없으면 살 수 없어서 남자를 급하게 필요로 하는 그런 여성이 아니라 매우 모성적인 여성이다. 그녀의 여성성을 무기로 삼는 유일한 이유는 그녀의 말에 의하면 햄릿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그녀의 말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여성성을 내세워 모성성을 확보하는 거트루드를 보여주는 『On Air-햄릿 』은 그 자체로 분명 새로운 거트루드를 제시하고 있다고 하겠다. 모든 관계의 중추로서 사실상 햄릿이 존중해야할 여성으로 변환된 거트루드를 설정해낸 것은 이 극의 독창적 독법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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