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뒤렌마트 '씌어 있기를'

clint 2015. 11. 13. 19:50

 

 

 

 

 

재세례파의 뮌스터 사건을 극화 한 것으로 작가의 첫 희곡작품이다. '씌어있기를" 은 성서에 씌어 있기를...이라 해석해랴 할 듯
「씌어 있기를」(Es steht geschrieben)과 「장님」(Der Blinde)은 뒤렌마트의 주요 초기 작품이다. 그것은 그의 드라마의 큰 특성이라 할 수 있는 그로테스크 기법이 어느 작품 못지않게 두드러져 있기 때문이다. '그로테스크' 라는 개념에 관해서는 학계의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가 있으므로 이 자리에서 굳이 상세한 기술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여하튼 뒤렌마트 스스로 “우리들의 세계는 원자폭탄을 가져 왔듯이 그로테스크도 함께 가져왔다." 라고 말한 것만 보더라도 그의 현실 인식에서 그로테스크가 중요한 드라마 기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소개한 작품들의 형성배경을 간단히 살펴보자.「물리학자들」(Die Physiker)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드라마인 「씌어 있기를」은 베론에서 1945년에 완성되었다. 그는 당시 친가에 머물며 헤르베르츠 교수 밑에서 철학박사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가 기거하던 다락방은 벽마다 그가 직접 그린 그로테스크한 그림들로 꽉 차 있었다. 1534년부터 1536년까지 근 18개월 동안 실제로 뮌스터에서 벌어졌던 재세례파 사건에 관한 작품을 써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 그가 이 작품을 쓴 곳도 바로 그 다락방이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뒤 뒤렌마트는 뮌스터 재세례파에 관한 유명한 책인 에크 말레크 제벤의 「보켈손」(Bockelson)을 읽게 되었다. 뒤렌마트는 1980년에 이르러 디오그네스 출판사의 전집 출판(이 번역서의 토대가 된 것도 바로 이 전집 중의 한 권이다)에 즈음하여 후기에서 다음과 같은 「보켈손」의 초입 부분을 인용한 바 있다.

 

 

 

 

“여러분이 이 책에서 읽게 될 내용은 기이한 독일 역사 중에서도 가장 기이하고도 가장 소름끼치는 역사이다. 거의 2년 동안이나 온 세상을 숨죽이게 만들고, 옛 제국에서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 있던 한 도시를 모든 하부행정구역과 함께 하나의 정신병동으로 돌변시키고 그리고 당시 이 도시를 지켜본 황제와 제국의 영주들, 성직자들이 9년 전에 일어났던 농민전쟁을 연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의 역사는 세상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도시 전체가 18개월 동안이나 외부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 비단 하층민의 열광뿐 아니라 수공업자들과 대 부르주아와 명문가, 게다가 도시로 흘러 들어온 귀족들까지 가세한 전 시민의 열렬한 성원을 받으며 과거 평판이 좋지 않던 한 떠돌이 재단사가 시온의 왕으로 추대되고, 결국 이 왕이 상하 모든 사람들의 동의 아래 지금까지 익숙했던 개념들을 완전히 뒤집어엎어 버리고 중세의 시민 사회적 규정들을 모조리 끊어버렸다면, 그리고 귀부인들이 그의 내실로 몰려 들어가고. 이 모든 것이 피의 도취와 거침없는 탐욕이 잘못 이해된 구약 설화를 배경으로 행해졌다면. 이것은 분명 대중의 광기요, 하나의 공동체를 송두리째 넘어뜨린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정신병 이었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소재가 1945년 겨울 자신의 가슴을 치고 들어온 것이 결코 우연이아니라 제3제국 (히틀러정권)의 비합리적인 현상과 이 제국의 몰락과 맥이 닿아 있었음을 뒤렌마트는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하나의 다큐멘트와 같은 역사 드라마라는 것은 아니다. 뒤렌마트는 이러한 소재를 바탕으로 순수한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며 작품을 형상화했다. 그러므로 여기에 등장하는 '뮌스터' 라는 도시도 그의 상상 속에 살아 있는 도시인 것이다.

 

 

 

 

Bockelson이 히틀러에 대한 패러디라는 사실은 Josef Schmidt를 비롯한 많은 비평가들이 분석해 냈지만 뒤렌마트 자신도 재세례파의 광증을 히틀러제국의 혼란했던 현상에서 소재를 찾았음을 인정하고 있다.
영혼의 구원이나 신의 존재 有無에 대해 전혀 관심 없는 Bockelson은 오로지 지상적인 삶에만 가치를 두고 있다. 뒤렌마트는 제3 제국이라는 역사적 과거를 기독교적 무정부상태로 패러디하면서 이 작품 속에서 기독교적 종말론의 문제를 투영했다. 일부다처제, 향락, 폭음, 폭식을 즐기는 물질주의자인 Bockelson은 다른 한편으로는 공산주의적 유물론자의 패러디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비평가들은 이 작품이 나치 시대를 패러디했음을 분석해 내는 데 그쳤지만, 이 작품이 나치시대를 거쳐 공산혁명의 시대까지 패러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재세례파의 광란에는 공산주의 혁명에서와 같은 과격성과 맹신이 유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 공산 혁명의 시대가 패러디 되고 있음은 Knipperdollinck와 주교를 제외한 등장인물들이 모두 무산계급의 노동자라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예언자 Jan Matthison은 빵 기술자이며 그의 아내는 술집 여급이며, 주인공 Bockelson은 양복 재단사로서 이들 무산계급들이 어떻게 부르주아인 Knipperdollinck를 파멸시키는가의 관점에서 이 작품은 각도를 달리하여 해석되어질 수 있다. 공산주의에 대한 패러디는 황제를 ‘형제’ 라고 호칭하는 데서도 나타난다.
“가난한 자는 부자가 되고 부자는 가난해진다.” 라는 Bockelson의 구호는 바로 공산주의 혁명의 기본 목표이며 무산 계급의 승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또한 이 선언은 “첫째가 마지막 사람이며, 마지막 사람이 첫째니라” 라는 기독교적 파라독스에 대한 패러디이기도하다. 또한 공산주의자에 대한 패러디는 야채 장수에 의해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바, Knipperdollinck가 자신의 금을 군중들에게 뿌리자 모든 사람들이 금을 찾아 하러 달려드나 야채 장수 여인만은 금을 가지려 하지 않고 자신을 계급의식을 갖고 있는 무산자라고 언명한다.
뒤렌마트가 자신의 염세 역사주의를 초사실적 상상 속에 구현시키고 있다고 보았으며 기존 질서 속으로의 재세례파의 등장을 통해 역사의 혼란스런 본성이 폭로된다고 파악된다. 뒤렌마트에게 있어 역사는 이념적 인과 관계에서 벗어나 진부한 동기를 갖는 우연에 의해 지배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뒤렌마트의 작품에서 읽을 수 있는 세계상은 작가 자신의 고통스런 역사의식을 담고 있다. 역사의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역사가 인간을 시대를 관통해서 이끌고 간다는 인식이다. 뒤렌마트는 자신의 염세적 경향에도 불구하고 체념에 대하여는 저항한다. 뒤렌마트는 기존의 역사관, 그것이 신학적 구원론, 변증법적 방법론. 또는 이상적, 혁명적 이데올로기 건 간에 이 모든 것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통찰하고 이것들을 패러디 화 하면서 반대로 구성한다. 따라서 그의 역사 드라마의 역사적 내용은 패러디적인 공격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되어져야 한다. 이와 같이 뒤렌마트는 역사의 패러디 화를 통해 역사의 문제성을 의식하고 이를 인식시키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비평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뒤렌마트에게는 인간의 원초적 상황은 파라독스 한 것이며 인간 세계는 Paradoxie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 양극 개념의 대비 및 상이점을 부단히 실험해 본 뒤렌마트는 인간의 최고 인식이란 세계를 지배하는 기본적 Paradoxie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Es steht geschrieben』에서는 신과 인간을 양극적 존재로 분리하여, 두 존재가 갖는 시각의 차이를 Paradoxie로 형성한다. 이 작품 속에서는 종교 모독의 난동 속에서 종교의 진지성이 감지 되며, 광신자들의 무리에서 신앙인을 보게 되는 Paradoxie가 노정되어지고 있다. 종국에 Knipperdollinck 와 Bockelson 두 사람 다 똑같이 수레바퀴에서 잔인한 운명을 종결한다. 죽음의 수레바퀴는 윤회, 순환의 상징이며, 역사의 변함없는 운행 앞에서 인간의 모든 노력은 아무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뒤렌마트의 세계관이 형상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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