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은 초고도화한 AI 세계이고 황제의 집무실이다..
때는 미래이나 현실과도 일맥상통한다. 특히 정치현실과 부합한다.
대통령이나 수상이 아닌 황제로 인물설정을 한 것이 다를 뿐이고,
등장인물들은 첨단과학기구를 사용한다. 국가비상사태가 발발하고
국민 수십 만 명이 몰사했는데도 황제는 거울 앞에 앉아 손톱을 다듬고 있다.
정치현안은 비서실장에게 전달을 받아서 듣고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자칫 비서실장이 개인의사나 반대의사를 피력하면, 거만하고 불충한 것으로
황제의 분노와 질타를 받는다. 비서실장은 땅에 머리를 조아려 사죄를 구한다.
그런 황제 밑에서 봉사한 비서실장이 다음 황제로 등극한다.
다음 황제로 등극한 황제는 현실을 개혁할 의지를 보이지만, 기존의 법과 제도,
그리고 규칙에 의해 새로운 황제로서의 의지를 제대로 피력하지 못한다.
그저 선황제의 오만과 거드름 그리고 황제자리에 연연하고 선황제의 행동답습으로
이어질 뿐이다. 그렇게 이 연극에서는 4명의 남녀가 황제의 자리를 승계한다.
특히 황제의 비서실장이 차례로 다음 황제로 등극을 한다. 여황이 자리에 오르고,
남성도 황제로 오르지만 똑똑했던 비서실장도 황제로 등극하면 어느덧 선황제의
모습과 행동, 생각을 그대로 답습한다. 황제의 자리는 형식과 제도에 얽매인
구태의연한 자리이기에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선황의 경력과 역정을 되풀이 하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 작품은 2017년 6월 제8회 현대극페스티벌 참가작으로 극단 노을이
노을소극장에서 오세곤 연출로 처음 공연하였다.
인간은 진보하는가? 과학의 발전은 과연 인간에게 이로운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인간들의 고민과 성찰을 권고한다.
인간은 잔혹을 자초한다. 가짜는 쉽고 진짜는 어렵다. 인간은 쉽고 편한 길을
쫓아 온갖 편법을 행한다. 그러나 그 끝은 스스로를 어떻게 피할 도리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가라는 그 편법의 대명사이다.
진실과 실체가 없는 가라의 연속은 즉 가라의 제곱은 가라의 자승은
결국 잔혹의 극치를 만들어낸다.
1장 (오류의 정석) 계획과 규칙이 세상을 지배한다. 규칙을 어기면 도태시킨다.
규칙 적용의 오류가 발견될 경우 도태가 취소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교통신호를
어기면 도태된다. 그러나 신호등이 고장을 일으키 희생된 사람들은 재생된다.
이를 위해 인간의 모든 기억은 보관한다.
2장 (감정의 차단) 전쟁도 가상현실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해킹과 방어로
이루어지는 그 가상전쟁의 결과는 현실이 된다. 가상 핵전쟁 결과 패한 국가는
국민 중 상당수를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거 도태시켜야 한다.
시뮬레이션이란 바둑의 복기와 같은 것으로 이미 끝난 가상 전쟁의
과정을 확대해서 살피는 것이다.
3장 (형식의 수호) 있는 일은 일단 가상의 실험을 거친 뒤 설명된다.
그것은 개인의 삶까식도 적용된다. 가상의 실험과 그 결과에 의거한 실행을
뒤섞일 수 있다. 즉 무대는 거울에 비친 상이나 홀로그램 등 가상의 존재들이
행하는 가상의 움직임들과 실제 존재들이 행하는 실제 움직임들이
뒤섞여 혼돈 상태를 이룬다.
4장 (시간의 속도) 결국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였다.
현재가 미래를 위해 과거에 개입하고 과거는 방어하며 진화한다.
또한 가상과 실제가 갈등하며 충돌한다.
결국 인류는 멸망하고 태초의 카오스 상태가 재현한다.

인간이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 즉 자신의 도시를 가라라는 편법으로 점철된
잔혹의 도가니로 만들어가는 어리석은 과정을, 때로는 추상으로, 때로는 은유로.
때로는 상징으로, 때로는 오로지 형식만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왕과 비서실장이 등장하며 그 다음 왕으로 비서실장이 되고... 이어진다.
비서실장시절 똑똑한 그가 왕이 되어서는 고집과 제약 받기를 싫어한다.
그 역시 계속 대물림되듯 이어져 간다.
그것을 보는 인간들은 그것이 스스로의 모습임을 깨닫지 못한 채
손가락질하며 웃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웃으면 웃을수록 더욱 잔혹한 비극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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