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을 했으나 애 낳기를 두려워하는 이순.
이미 태어났던 두 아이들은 소년병으로 끌려가 죽어버렸고,
세 번째 아이만은 전쟁이 끝난 평화로운 세상에서 만나고 싶다.
그러나 아이는 이미 태어날 때가 지났고,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뱃속에서 새어나오며
이를 들은 시어머니는 아이 낳기를 종용한다.
그 사이 몇 년 후, 휴전을 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싸워 통일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찬반 여론이 들끓고, 그 시위 현장에서 이순은 지옥과 함께 빗발치는 총탄을
피해 다니다 다리 사이로 흐르는 피를 보게 된다.
결국 태어난 아이와 그럼에도 지키려는 이순.
어느 날 들려오는 피리소리, 북소리에 아이의 반응이 격렬해지는데...
그러고 셋째는 문을 부수고 다리를 절룩이며 그 소리를 따라간다.
다시 셋째를 찾으러 온 시내를 헤매며 찾아다니는 이순.
그러다가 죽은 첫째와 둘째를 만난다. 이들은 동생을 보러 왔단다.
그들 母子들은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총알을 삼킨다.
이 세상에 총알이 다 없어지면 그땐 전쟁이 끝날 것을 바라면서...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관통한다.
분단 75년은 너무 길고 가혹한 세월이다. 6. 25의 트라우마가 깊어 통일 논의마저
쉽지 않다. 거기다 강대국 중국과 미국이 신 냉전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75년간 휴전하고 있는 유일한 이 지구상의 나라인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물론 연극에서는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지만 휴전이란 의미는 終戰과는 다르다.
누가 이처럼 불안하고 슬픈 나라에 살고 싶겠는가. 이런 상황을 미리 알았다면
어떤 누구라도 이 땅에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왕 태어난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뱃속에 태아는 어찌할 것인가?
그리고 이 땅의 여인들은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자기 자식을 불확실한 미래 속에
던져 놓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 태어나지 않기를 바라던 아이.
그러나 삐져나온 발에 총상을 입고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나온 아이.
그 아이 역시 피리소리, 북소리에 이끌려 사라져버린다.
아직까지 멈추지 않는 좌우 이념의 전쟁, 종교의 전쟁, 민족 분쟁의 전쟁을
하나의 큰 알레고리로 은유한다.

강렬한 사회 비판적인 작품으로 수차례 ‘공연불가’ 판정을 받은 문제적 작가,
오태영의 창작 초연작이다. 이 작품은 ‘통일연극 시리즈’ 통하여 한반도 분단 현실과
강대국들 사이에서 치열한 역학관계를 형성한 우리의 정치 현실을 끊임없이
풍자했던 극작가 오태영이 새로이 기획한 ‘네버엔딩 시리즈’ 2탄이다.
‘네버엔딩 시리즈’는 근대부터 시작된 우리의 이념적, 정치적, 사회적 폐단과 억압,
그로 인한 폭력이 현재까지 이어져 우리 사회를 불행의 길로 몰아넣고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하였다. 2013년 ‘네버엔딩 시리즈’ 1탄으로 정신적 연좌제를 다룬
<끝나지 않는 연극>이다. 그해 서울연극제 대상·희곡상·연출상·연기상을 받았다.
2탄 <뱃속에서>를 통해 아직까지 멈추지 않는 좌우 이념의 전쟁, 종교의 전쟁,
민족 분쟁의 전쟁을 하나의 큰 알레고리로 은유한다. 70세가 넘는 나이에도
오태영 작가는 창작의 예리함을 잃지 않고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은유,
상징으로 수많은 물음을 던진다. 늘 권력과 맞서왔던 오태영 작가는 <뱃속에서>를
통해 전쟁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학살과 폭력, 증오와 분노, 그 비극성과
처절함을 이야기한다. 전쟁 도구로 희생되는 이들이 어떻게 고통과 구원의 길을
걸어야만 할 것인지 거대담론적인 인류사의 고통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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