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윤미 '결혼 한 여자와 결혼 안한 여자'

clint 2026. 2. 10. 06:41

 

 

은경과 수인은 고향 친구로 서울의 같은 대학을 졸업하고 은경은 출판사에 수인은

광고회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회사에서 유능한 광고 카피라이터로

인정 받는 수인과 달리 은경 2년 남짓 직장에 싫증을 느껴 선을 보고 결혼한다

결혼 전 나름대로 꿈을 갖고 있던 은경은 결혼 7년이라는 세월 속에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남편으로 중산층 가정이라는 안정 속에 은경의 삶은 안정된 듯 보인다

어느 날 여전히 광고계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수인으로부터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전화로

정애는 의아해하는데 그동안 둘은 서로의 겉모습만 동경하며 지내왔던 것이다. 

은경의 안정되어 보이는 삶과 수인의 자유스러우면서도 당당한 커리어우먼 같은 모습이

서로에게 자신의 삶에 있어 하고 싶고 바라던 모습으로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이

바라보고 지켜볼 뿐이었다. 둘은 너무 잘 알지만 정작 가슴 깊은 내면의 이야기들은 쉽게

하지도 보여 주지도 않은 채 은경은 결혼 7년이라는 세월 속에 바람 피우는 남편과 딸 둘이

부족해 남자애를 바라는 시댁이 은근한 강요에 결혼 생활에 회의와 답답함을 느끼게 되고

수인 또한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직장 생활 속에서 마음 한편엔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동경하며 은경의 모습을 부러워했지만 결국 직장 내 유부남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 한다. 현모양처가 꿈이었던 수인은 어릴 적 바람 피우는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탓에 마음의 상처는 더 크기만 하다. 

서로를 지켜만 보던 둘은 마음속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1996년 초연 이래로 김윤미의 <결혼한 여자, 안 한 여자>는

대본이 가진 페미니즘적 특성에 주목해왔다. 
서류를 작성할 때면 우리가 어김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항목이 하나 있다.

당신은 "미혼입니까, 기혼입니까?"

두 여자가 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 '은경'와 '수인'는

서로 다른 자리에서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극은 이 두 여자를 결혼 한 여자와 결혼 안 한 여자로 구분한다.

오늘날 여성의 삶 속에서 연애와 결혼, 애인과 남편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사람, 한 명의 결혼한 여자와 한 명의 결혼 안한 여자가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나누고 보듬어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의 공감과

이해를 끌어낸다. 결혼에 관한 여성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여성을 넘어

남성과 여성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이 시대에 "결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한다. 느끼고는 있었지만 소통하지 못했던 이 시대 모두의

결혼에 대한 답답함을 밝은 무대로 끌어내어 소통하기를 시도한다.

 

 

 

 

그간 문학과 연극, 영화가 결혼을 소재로 한 경우는 수없이 많았는데, 

대부분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작품들은 '결혼은 곧 여성의 불행'이라는 피해의식 

내지 '남성은 여성의 적'이라는 이분법적 적대감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김윤미 작가는 이렇듯 단순한 시각을 넘어 결혼과 상관없이 힘든 여성의 

삶을 짚어내고 있다. 즉 본질적으로 우리 사회가 여성을 괴롭히며, 

더욱이 그 사회에서 교육받고 성장한 여성이기에 스스로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두 여성을 중심에 놓고, 정애의 남편과 수인의 애인 등 여성 외적 존재는 

철저히 축소시켰다. 즉 이름마저 명시되지 않은 두 남성의 역을 동일한 배우에게 

맡겼고, 정애의 남편은 거의 무대 한쪽 반 투명막 너머에 위치시켰으며, 

수인의 애인은 대사없이 뒷모습만을 보여주었다.

 

작가의 글 - 결혼한 여자, 결혼 안 한 여자에게 삶의 무게는 똑같을까.

이 작품은 내가 스물다섯에 결혼 안 한 여자였을 때 쓴 작품이다. 제목도 여섯 번 정도, 수정도 10번 정도 했다. 결혼 전에 나는 결혼한 여자나 결혼 안 한 여자나 삶의 무게는 똑같다고 생각했다. 집 밖에서 집 안을 꿈꾸는 여자와 집안에서 집 밖의 자유를 꿈꾸는 여자의 삶에 대한 불안한 성찰은 아직도 내 삶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 연극처럼 나는 결혼한 여자지만 완벽한 전업주부는 아니다. 연극보다 삶은 더욱 예측할 수 없다. 집 밖의 세계를 계속 넘보고 살아가는 결혼한 여자의 삶도 만만치 않다. 결혼하면 왜 여자 친구들은 서로 멀어질까. 각자 상처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 상처를 서로 씻어줄 수 있을까. 이해는 하지만 느낄 수는 없을 거라고 결혼한 여자는 생각한다. 그래도 서로 위로해야 한다. 나눠줄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친구들과 화해하고 싶다. 이미 그 친구들은 기다려주지 않고 멀리 떠났지만, 결혼한 여자는 결혼 안 한 여자에게 나도 너처럼 외롭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결혼 안 한 여자는 결혼한 그 여자의 그 말을 믿을까? 앞으로도 세상에는 결혼한 여자와 결혼 안 한 여자, 그리고 결혼을 추억하는 여자로 가득할 것이다. 그들이 연극을 보고 자신의 삶을 즐겁게 껴안았으면 좋겠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세곤 '가라자승'  (1) 2026.02.12
송선호 '유랑'  (1) 2026.02.11
오태영 '뱃속에서'  (1) 2026.02.09
배해률 '야견들'  (1) 2026.02.09
차현석 '흑백다방'  (2) 202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