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배해률 '야견들'

clint 2026. 2. 9. 06:07

 

 

1938년 일제강점기, 안개 짙은 농무산 자락에 자리한 깊은 산골 외딴 여관. 
모던걸 복장을 한 의문의 사내 김시우가 쓰러진 채 발견되면서 
고요했던 마을은 서슬 퍼런 감시와 폭력의 그림자에 휩싸인다. 
징용을 피해 도망쳐온 김시우는 여관 식구들에게 바깥세상의 희망을 불어넣지만, 
동시에 그를 쫓는 순사와 피혁(皮革)사업가 강정도 일행이 여관을 찾아온다. 
"야견박살"이라는 명분 아래 조선인을 억압하고 도구화하는 강정도의 잔혹한 
폭력은 여관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이로 인해 여관 식구들은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거기에 시우의 말에 동화되어 서울로 가려던 이 여관집의 딸 신애는

역에서 일본경찰인 고로와 윤일호에 잡혀 징용도피자 김시우가 그 여관에

있다는 정보를 캐내 이 여관으로 은밀히 출동하고, 야견박살로 이곳 농무산에

피신해 살던 삽사리와 들개도 먹을 것을 찾아 여관 근처에 온다.

큰 회오리가 지나가고 해방이 된 후에 다시 이곳을 찾은 김시우.

아직도 영업중인 여관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

 

 


2024년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 선정작인 배해률의 작품이다.
"축견단속규칙"과 같이 일제강점기에는 광견병 예방의 목적으로 들개들을 잡아들이는 

일명 '야견박살령"'과 같은 조치들이 취해졌으며, 순사들이나 피혁사업을 하던 아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야견들'은 이 같은 '야견박살'이 적극 시행되던 때가 배경이다. 


“삶에서 삶이 아닌 것을 떼어내고 객관화하는 순수한 시선이다.“
“제목이 알려주는 바와 같이 성소수자, 수동무 그리고 진짜 개처럼,

그 시대의 보편적 시선으로 ‘사람’이라 한정된 범위 바깥의 존재들의 삶을 
유머와 함께 포용하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 심사평 중

 



배해률 작가의 말
1938년 5월의 세계를 살아 본 적은 없지만, 올망졸망 모여사는 여관집 식구들과 도망길에 짐을 내던진 김시우와 총을 든 최은심과 산으로 숨어든 들개들의 마음으로는 살아본 적이 있습니다. 이기와 적대가 달아놓은 족쇄 때문에 멀리 나아가지 못하는 이 마음들을 널리널리 풀어주고 싶있습니다. 족쇄에 금을 내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금이 나자 박살이 나는 것은 금방이었습니다. 낯선 이를 위한 싸움에 동참하려는 마음과 내 손에도 피를 묻히고야 마는 의지들로 <야견들>을 지었습니다. 짐승을 멸칭으로 사용하는 이들을 무찌르고 기꺼이 짐승이 되기로 하는 이들의 여정이 누군가의 묵은 체기를 잠시나마 가셔줄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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