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3191

마에카와 도모히로 '기억의 체온'

《기억의 체온-플랑크톤의 층계참》은 2010년 5월에 도쿄. 아카사카 레드 시어터에서 초연되었다. 일본에서 공연되었을 때 제목은 《플랑크톤의 층계참》이었는데, 한국에서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생소할 것 같아 작가와 상의한 결과, 작가가 새로이 생각한 《기억의 체온》을 한국판 제목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참고로 '플랑크톤의 층계참'에는 "부유(浮遊)하는 것들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작품에서는 언뜻 보기에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건들과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이 그려진다. 개업하는 가게마다 얼마 못가서 문을 닫는다는 이상한 소문이 도는 건물, 있던 물건이 사라지고 없던 물건이 나타나는 불가사의한 현상, 가나메 앞에 갑자기 나타난 남편과 도쿄에 있는 회사에 평소대로 ..

외국희곡 2015.11.06

하타사와 세이고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2008년에 하타사와 세이고가 도쿄에 있는 극단의 공연을 위해 쓴 작품이다. 시내 한 가톨릭 계통 여자중학교를 배경으로 일본 사회의 이슈인 현실과 현대 사회의 병폐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의 원래 제목은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이다. 이 말은 일본에서 흔히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저질렀을 때 나무라면서 하는 말이다. 굳이 우리말로 의역하자면 '넌 집에서 뭘 배웠니?' 정도가 될까? '이지메'라는 청소년들의 현실과 밀착된 소재를 다루면서도 청소년들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다. 어른들을 등장시켜 가정 내 어른들의 부재를 드러내고, 아이들을 등장시키지 않음으로써 아이들의 존재감을 더욱 강조하는 연극, 즉 어른들만 등장하는 청소년 연극이라고 할 수 있겠..

외국희곡 2015.11.06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외로운 사람들'

5막으로 구성된 희곡으로, 1891년 초연되었다. 불행하게 끝난 작가 자신의 첫 번째 결혼 생활의 체험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요하네스는 자신의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고독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여대생 안나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갈등한다. 관습적인 결혼관과 가정관을 가진 보수적, 기독교적 부모세대와 진보적인 사상과의 갈등은 자연주의 문학에서 흔히 등장하는 테마이다. 자신의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인 케테와 새로운 학문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대생 안나와의 사이에서 갈등하며,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죽음에서 유일한 탈출구를 찾는 지식인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슐레지엔 대지주의 아들 요하네스는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고..

외국희곡 2015.11.06

외젠 라비슈 '표적'

19세기 프랑스 제2제정이 나폴레옹 집권 시기 폐쇄되었던 극장들을 정책적으로 개방하고 지원하면서, 프랑스 연극은 양적인 팽창과 더불어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이해 이른바 '불바르 연극'이 탄생했다. 당시 보드빌 극장(1792)과 바리에테 극장(1803)에서 활동하던 희극작가들은 이후 짐나즈 극장(1820)과 재건된 팔레루아얄 극장(1831)으로 영역을 넓히며 교류했다. 이 극장들은 오늘날 오페라극장 주변의 불바르 지역에 밀집되어 있었으며 여기서 발생한 '불바르 연극'은 후에 가벼운 희극을 의미하는 '불바르 희극'으로 정착되었다. 이 시기 프랑스희극의 종류는 불바르 희극 이외에 알렉상드르 뒤마가 시극을 소재삼아 발표한 역사희극과 뮈세의 진지한 희극, 스크리브의 '잘 짜인 극(well-made play)'으..

외국희곡 2015.11.06

베쓰야쿠 미노루 '나무에 꽃 피다'

작품해설 베쓰야쿠 미노루의는 등교 거부아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공통하는 소재라고는 해도 그 표현 방법은 더 심각한 인간관계를 완벽에 가까운 견고한 세계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등학생이 할머니를 죽이고 자살한 현실의 사건을 발상의 근원에 두고 있지만, 그 사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이 작품에서는 베쓰야쿠 미노루의 풍경을 상징하는 전봇대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무대 중앙에는 꽃이 만발한 벚나무가 서있다. 그 아래 붉은 양탄자를 깔고, 노파가 붉은 칠을 한 상을 앞에 두고 술을 마시고 있다. 전봇대가 갖게 해주는 자연스러운 일상공간에 비하여,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벚나무는 화려하다 못해, 마치 미친 듯, 생생하게 불안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노파가 말하듯이, 꽃은 "미쳐서, 자신도 주..

외국희곡 2015.11.06

시미즈 구니오 '까마귀여 우리는 탄환을 장전한다'

극작가 기시다 구니오는 그 동안 계속 기성질서에 반항하는 젊은이의 시선으로 작품을 써 왔다.,등에 결실한 그의 작품은 청년 특유의 풋풋함과 급진성에 의해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의 최신작에서 청년은 이미 주인공 자리에서 쫓겨났다. 공안사건 때문에 체포된 두 청년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법성에 돌연, 폭탄을 손에 쥔 노파들이 쳐들어와 법정을 점거해 버리고,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의 '죄'를 거꾸로 재판하기 시작한다. 과연 시미즈 구니오 다운 기발한 설정이다. 하지만 이 '민중재판'의 후반부에서 노파들은 자신들 편인인 청년에게까지 "기대에 어긋났다”며 사형을 선고한다. 이 같은 전투적인 민중의 모습에는 산리즈카에서 투쟁(*역주-나리타공항 건설반대 투쟁)하는 농민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외국희곡 2015.11.06

조지 워커 '변두리 모텔:전부를 걸다'

〈변두리 모텔>(1997)은 캐나다 외곽의 낡은 모텔 방에서 벌어지는, 각기 다른 극적상항을 다룬 여섯 편의 희곡으로 구성되어있다. 동일한 모텔 방에서 극적 사건이 일어날 뿐아니라 각 인물들이 새로운 극적 상황 속에서 또 다시 조우하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보이는 여섯 편의 희곡은 유기적인 내적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여기서 낡은 모텔 방은 상처, 혼란, 상실, 절망 등이 지배하는 공간인 동시에 '현재' 혹은 '오늘'을 버텨나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주변부적 인물들의 불안한 실존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변두리 모텔〉은 삶의 막다른 지점까지 도달한 극적 인물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는 블랙 코미디다. 그 유머가 괴팍한 '캐릭터'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선택도 허용하지 않는 극..

외국희곡 2015.11.06

미셸 트랑블레 '매달린 집'

3대가 동시에 등장하는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물들 간의 계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910년대의 조자파와 빅트와르는 오누이로서 근친상간의 관계이다. 그들이 산골에 살고 있는 것은 당시 퀘벡 사회의 보수성으로 인해 그들의 관계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조자파는 자신들의 비도덕적 상황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빅트와르와 가브리엘을 몬트리올로 떠나보낼 것을 결심한다. 영원한 아이로서 실생활에서는 무능하지만, 바이올린을 연주하여 달을 뜨게 하고 늑대소리를 내며 유령들과 대화를 하는 조자파는 신비스런 능력의 소유자로 아들 가브리엘에게 매달린 집에 대해 얘기 해준다. 조자파를 사랑하는 빅트와르는 도시로 나가면 다른 남자 텔레스포르와 결혼을 해야 하므로 이곳 뒤아멜을 떠나려고..

외국희곡 2015.11.06

외젠 라비슈 '이탈리아의 밀짚모자'

의 독창성은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는 행동이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추격 행동은 다른 멜로드라마나 희극에도 종종 발견된다. 그러나 라비슈가 이것을 한 사건에 일치된 동작으로 집중시켜 작품 전체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삼았다는 점은 특기할 만한 연극 요소라 할 수 있다. 이 희곡을 영화화한 르네 클레르는 이 작품을 '악몽 같은 보드빌'이라 불렀다. 두 가지 대립되는 양상에 이끌려 미친 듯이 끌려 다니지만 결국 언제나 한자리에서 맴도는 주인공의 상황이 나쁜 꿈에 시달려 본 우리 모두의 경험과 같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모두 5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막의 공간적 배경은 각각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주인공 파디나르의 아파트에서 시작된 1막에 이어 2막은 모자 제조업자 클라라의 상점, 3막은 상..

외국희곡 2015.11.06

외젠 라비슈 '눈속임'

1851년로 일약 보드빌 대표 작가로 떠오른 외젠 라비슈가 1860년 을 통해 보드빌을 성격 희극의 경지로 발전시키고 이듬해 짐나즈 극장에서 에두아르 마르탱과 함께 다시 한 번 선보인 풍습 희극의 수작이 바로 2막 희극 이다.초고를 통해 라비슈와 에두아르 마르탱의 협업 작업을 살펴 볼 수 있는데 이야기와 극적 구성은 같지만 라비슈와 마르탱이 구사하는 희극 언어가 크게 다르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출간된 희곡에서 나타나듯이 라비슈의 대사는 마르탱의 단조롭고 특색 없는 형태에 비해 훨씬 생동감 있고 재치와 기지가 번득이는 등 특유한 형태를 보여준다. 라비슈의 작품은 동시대 부르주아 계층에 천착해 그들의 의식과

외국희곡 2015.11.06